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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닭을 새 식용유에 살짝 튀겨내

중앙선데이 2016.08.28 00:30 494호 28면 지면보기

단순해 보이는 후라이드 치킨이지만 맛은 단순하지가 않다. 육즙 촉촉한 치킨을 한입 베어 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맛있어서 급하게 먹다가 입천장 데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계열사 서울시 종로구 부암동 258-3 전화 02-391-3566 점심때부터 시작한다. 월요일은 쉰다. 후라이드 치킨 2만원. 배달은 안 하지만 전화로 주문을 해놓고 와서 찾아갈 수는 있다. 줄을 서지 않아도 되는 방법이다. 매장에서 먹으려면 평일 낮이 가장 한가한 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치킨을 매우 ‘애정’한다. ‘치느님’, ‘치렐루야’라는 찬양어까지 등장할 정도다. 9억6696만 마리, 작년 한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도계(屠鷄)된 닭의 숫자다. 우리 국민 1인당 19마리 꼴이니 “치킨은 사랑이다”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만큼 좋아하고 맛있게 즐긴다는 얘기다. 여기에 한마디 덧붙이는 사람들도 있다. “치킨을 사오는 친구는 더 사랑이다”.


주영욱의 이야기가 있는 맛집 -84-계열사

어릴 적 아버지께서는 특별할 때면 노란 봉투에 든 ‘통닭’을 사오시곤 했다. 기분 좋게 한 잔 하신 채. 그때부터 닭튀김, 즉, 치킨은 나에게 가장 맛있는 음식으로 각인됐다. 모든 것이 부족했던 시절이다. 아무리 먹고 싶어도 ‘1인1닭’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었다. 그때의 아쉬움이 치킨에 대한 ‘채워지지 않는 그리움’에 한몫했다. 지금도 기회가 되면, 아니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치킨을 자주 먹곤 한다. 너무 자주 먹어서 주위 사람들 핀잔을 들을 정도다. 그래도 맛있다.



예전에는 전기구이 통닭이나 시장 통닭 튀김이 전부였는데, 이제는 다양한 치킨 요리가 넘친다. 후라이드 치킨·양념 치킨·오븐에 구운 치킨·파닭·마늘 치킨 등등 변주가 끝이 없다. ‘치킨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래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치킨은 옛날식 치킨이다. 튀김 옷을 얇게 입힌 시장 통닭식 후라이드 치킨을 말한다. 아버지의 통닭이 그것이었다. 내 치킨 입맛이 거기에서부터 시작되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하기도 하지만, 사실 그렇게 만든 치킨이 닭고기의 맛을 가장 잘 즐길 수 있게 해준다. 가장 좋은 요리는 재료의 맛을 잘 살리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 평소의 지론이기도 하다.



청와대 뒤편 자하문 쪽으로 올라가면 부암동 초입에 ‘계열사’라는 치킨집이 있다. 계열사를 거느린 빵빵한 대형 치킨 체인점은 아니고 그냥 작은 동네 치킨집이다. 닭 계(鷄)자에 뜨거울 열(熱)자를 쓴다. 바로 내가 좋아하는 치킨을 하는 곳이다.



이 곳에서는 후라이드 치킨 한 가지만 한다. 튀김 옷이 얇고, 주문받은 다음에 바로 반죽을 해서 튀겨낸다. 자칫 맛이 단조로울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한입 베어 무는 순간 육즙 촉촉한 풍부한 맛에 “아이쿠”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양념에 방해받지 않고 닭고기의 풍부한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훌륭한 치킨이다. 이 맛에 반한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니어서 주말에는 한 시간 이상 줄을 서야 하는 것이 기본일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생겨나는 것이 치킨집이지만 역시 가장 많이 망하는 것도 치킨집이다. 매일 12개의 치킨집이 새로 문을 열고 있어도 평균 생존기간이 3년이 채 안 된다. 이 와중에 작은 동네 치킨집이 이렇게 문전성시를 이루게 된 비결이 궁금해졌다. 박선옥(62) 사장에게 물었다. 1993년 대전에서 처음으로 ‘콧구멍 만한’ 치킨집을 시작해 이곳 부암동 시절까지 23년 동안 운영해온 분이다.



비결은 의외로 간단했다. 후라이드 치킨이란 닭을 염지(鹽漬·원료육에 간을 하는 것)해서 튀김 옷을 입한 다음 기름에 튀겨내는 것이 전부다. 박사장은 이런 과정을 기본을 철저히 지켜가면서 하는 것이 가장 큰 성공 비결이라고 잘라 말했다.



우선, 싱싱하고 좋은 닭을 사용하는 것이다. 10년 동안 믿고 거래하는 거래처가 있다. 염지도 그곳에 맡겨서 일관성 있게 한다. 다음으로는 좋은 기름을 사용해 튀겨낸다. 일반 치킨집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더 비싼 고급 식용유를 사용하고, 튀김에 사용한 기름을 다시 재생해서 사용하는 법이 없다. 이것이 가장 큰 골자였다.



물론 ‘대박집’답게 나름의 잔잔한 비결들이 있기는 했다. 예를 들어, 식용유는 사용하기 전에 양파를 넣어서 한번 끓인 다음에 사용한다. 양파의 향이 기름에 배어들어 튀길 때 달콤하고 고소한 향을 더해줬다. 옛날 시장 통닭 방식이다.



튀김 옷은 옥수수 전분이 많이 들어간 것을 사용한다. 역시 고소한 맛을 더하기 위한 것이다. 감자를 크게 잘라서 닭과 함께 튀겨내는 것도 이곳만의 특징이었다. 잘 튀겨졌지만 속은 부드럽고 포슬포슬한 감자가 치킨 먹는 재미를 더해주면서 좋은 인상으로 남았다.



기본을 지킨다는 것은 쉽고도 어려운 일이다. 누구나 마음을 먹으면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저런 핑곗거리와 유혹 때문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고작 몇 년 만에 망하느냐 아니면 ‘대박’이 나느냐다. ‘계열사’의 경우가 분명히 말해준다. 결국 성공과 실패는 본인이 선택하는 것이다. ●



 



 



주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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