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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1m 앞 간신히 보이는 바닷속…배 위와 소통하며 유물 찾아

온라인 중앙일보 2016.08.2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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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명량대첩로 해역에 정박 중인 수중 발굴 전용선 ‘누리안호’로 가기 위해 보트로 갈아탄 정아연(왼쪽)·박가연 학생기자.

지난 7월 30일. 목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주차장에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30여 명이 모였습니다. 거기엔 특별한 이유가 있었죠.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 신안선 발굴 40주년을 기념해 수중 문화재 발굴 전용선 누리안호에 탑승해 명량대첩로 해역의 수중 발굴 조사 현장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거든요. 소년중앙 학생기자들도 그 현장에 함께했습니다.

보물선 이야기 - 전남 명량대첩로 수중 유적지 탐방

바다에 침몰한 배와 유물은 마치 타임캡슐과 같습니다. 침몰 당시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거든요. 소중 학생기자들은 신비한 타임캡슐이 열리는 순간을 보기 위해 바다로 향했습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 버스를 타고 약 1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진도 벽파항. 항구에는 사람들을 목적지로 바래다 줄 작은 보트가 정박해 있었죠. 소중 학생기자들은 구명조끼를 단단히 챙겨 입고 조심스럽게 올라탔습니다. 3분 후 멀리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쌍둥이 진도대교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 보트가 잠시 멈춰 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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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가연(가운데)·정아연 학생기자가 이인복 기관장을 따라 수중 발굴을 위한 첨단 장비를 갖춘 전용선 ‘누리안호’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노경정 연구원은 진도대교 쪽을 가리키며 “명량해협(울돌목)은 수로가 좁고 조류가 빨라 배가 지나가기 힘든 험로”라며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이곳의 거친 물살을 이용한 작전을 세워 우리나라 전함 13척만으로 일본 전함 130여 척을 무찔렀던 현장이기도 했다”고 설명합니다. 언뜻 평화로워 보이는 명량해협은 위험한 물길을 따라 역사적인 해상전투가 벌어졌던 현장이기도 했고, 거센 물살 탓에 뜻하지 않게 선박이 침몰하는 사고도 자주 일어났던 해역입니다.

노 연구원의 설명이 끝나자 학생기자들을 태운 보트는 다시금 물살을 가르며 목적지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최종 목적지는 바다 한가운데입니다. 출발지 벽파항에서 약 500m 가량 떨어진 명량대첩로 해역 수중 유적지죠. 이 곳은 지난 2011년 도굴단 검거를 계기로 알려졌습니다. 임진왜란 시기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소소승자총통 3점이 발견됐고, 기린·오리 모양의 청자향로와 참외형병 등 고급 청자들도 발견됐습니다. 모두 바닷속에 오랜 세월 잠들어 있던 귀중한 문화재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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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 조사원이 잠수 스테이지를 통해 바다로 입수하는 모습. 잠수 스테이지는 무거운 발굴 장비를 착용한 잠수사의 이동을 돕는 장비다.

다양한 유물이 출수된 곳은 깊고 캄캄한 바닷속입니다. 직접 바다에 들어갈 수는 없어서 명량대첩로 해역에 정박해 있는 배로 갈아타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여러분이 타고 있는 배는 누리안호입니다.” 보트에서 내린 학생기자들을 가장 먼저 반긴 사람은 정명화 선장입니다.

“누리안호는 무게 290t, 길이 36.4m, 폭 9m 규모의 국내 유일 수중 발굴 전용선입니다. 수중 발굴을 위한 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죠.”

정 선장은 배를 조정하는 조타실에서 배의 구조와 시설, 수중 발굴 현장을 24시간 모니터링하는 열화상관측장비(TOD)와 중량이 많이 나가는 유물을 인양할 수 있는 크레인 등의 전문 장비를 하나씩 설명했습니다. 선원들의 안내를 따라 ‘누리안호’ 곳곳을 직접 살펴보기도 했죠. 소중 학생기자들의 이마에는 어느새 땀방울이 맺혔습니다. 하지만 학생기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설명을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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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 조사원이 출수한 도자 파편.

갑판에서는 수중 발굴 모습 시연 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사람들 사이로 수중 조사원이 잠수복을 입고 공기통과 마스크, 헬멧, 웨이트 벨트 등을 하나씩 착용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장비를 모두 갖춘 모습은 마치 우주복을 입은 모습과도 비슷해 보였습니다. 수중 조사원은 잠수 스테이지에 섰습니다. 그리곤 천천히 바닷속으로 사라졌죠. 한참을 신기하게 지켜보던 소중 학생기자들은 고성수 조사원을 따라 잠수통제실로 향했습니다. 방금 바닷속에 들어간 수중 조사원의 모습을 배에 설치된 모니터 화면 속에서 확인할 수 있거든요. 잠수통제실은 잠수부의 안전을 확인하고 작업을 지시하는 곳입니다. 수중 조사원이 착용한 헬멧에 설치된 조명·카메라·통신장비로 실시간 정보가 수신돼 배 위의 사람과 소통할 수 있죠.

스피커에서는 물속에서 쉬익쉬익 숨 쉬는 소리가 들리고 작은 모니터 화면으로는 바닥을 더듬는 수중 조사원의 손이 보입니다. 고 조사원이 무전기를 들고 “왼쪽으로” 다시 “약간 오른쪽으로 가주십시오”라고 지시를 내렸습니다. 부유물에 가려 수중 조사원의 시야거리가 50㎝에서 1m밖에 안 되기 때문에 바닥에 감춰진 유물을 찾기란 쉽지 않죠. 하지만 지시에 따라 천천히 바닥을 살펴가자 손끝에 둥근 형태가 드러났습니다. 진흙 속에 감춰졌던 보물의 모습이 조금씩 드러나는 순간이었죠. 학생기자들은 ‘와’ 하고 감탄하며 신기한 듯이 화면을 바라봤습니다. 곧 바닷속에서 도자기 파편을 건져낸 잠수부들이 물 밖으로 나오자 사람들은 박수로 환영했죠.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습니다. 학생기자들은 육지로 향하는 보트를 타고 ‘누리안호’를 향해 손을 흔들었습니다. 노 연구원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발굴해야 할 수중 문화재가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앞으로 어떤 새로운 역사가 밝혀지고 또 얼마나 다양한 수중 문화재가 우리에게 그 자태를 드러낼지 관심을 갖고 기대해 봐도 좋겠습니다.


글=권소진 인턴기자 ok76@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동행취재=박가연(광주 첨단중 3)·정아연(광주 성덕중 3) 학생기자, 도움말=노경정 학예연구사, 자료=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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