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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 보이는 기능성 게임] 흥미에 기능 더하니 돈이 되네

온라인 중앙일보 2016.08.2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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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의 자회사인 엔엑스씨가 개발한 ‘캐치잇 잉글리시’는 게임을 통해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능성 게임 애프리케이션이다.

큰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여주인공 덕선(혜리)의 학교 성적은 엉망진창이다. 대학을 가고 싶은 마음에 아버지에게 과외를 시켜달라고 조른다. 다음 날 덕선이 마주한 사람은 과외 선생님이 아닌 친구이자 프로 바둑기사 택(박보검)이었다. ‘바둑이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들은 아버지(동일)의 권유 때문이다. 1990년대에는 동네마다 바둑학원이 1~2개씩은 있었다. 미래의 바둑기사를 꿈꾸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부모 등쌀에 떠밀려 학원을 찾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 당시 바둑학원 광고 전단에는 ‘아이들의 집중력 향상’이라는 문구가 약속이라도 한 듯 박혀있었다.
 
| 게임하다 보면 발명의 원리 익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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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용 스마트폰 앱 출시 줄 이어 … 넥슨·엔씨소프트 등 대형 개발사도 주목

바둑은 가장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기능성 게임 중 하나다. 집을 지어 승부를 겨루는 바둑이라는 게임에 집중력 향상이란 기능이 더해진 것이다. 기능성 게임(영어로는 Serious Game)은 굉장히 넓은 의미로 쓰인다.

게임을 통해 교육·치료·학습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게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명확한 정의를 내리긴 어렵다. ‘치매 예방에 좋다’는 고스톱이나 ‘사회성을 길러주고 정서적 안정을 준다’는 보드게임도 광의적 의미의 기능성 게임이다. 과거에는 하나의 마케팅 수단으로 기능을 강조했다. 동네 오락실 입구에 쓰여진 ‘두뇌 개발’이라는 문구가 대표적이다. 재믹스·겜보이 같은 가정용 게임기를 팔 때도 ‘지능 향상에 도움을 준다’고 홍보했다.

최근에는 과거보다 ‘기능’이 강조된 게임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본격적인 ‘기능성 게임’ 시장이 열리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게임을 통해 보다 쉽게 언어를 습득하고, 역사를 알고, 지구와 환경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게 하는 시도다.

블루 클라우드라는 앱 개발사는 한국발명진흥회의 지식재산권을 기반으로 ‘발명탐정 진’이라는 게임을 개발했다. 정해진 스토리를 따라 게임을 즐기다 보면 ‘발명을 위한 10가지 원리’를 익힐 수 있다. 인간이 사용하는 다양한 물건에 어떤 과학 원리가 숨어 있는지를 이용자 스스로 깨우치게 만든 게임이다.

특히 게임의 스토리 라인을 웹툰 형태로 구성했다. 초등·중학교 학생들이 주 대상이다. 게임의 스토리 진행은 웹툰의 형식과도 결합됐다. 웹툰과 교육·게임이 잘 조화된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해 9월 이 게임을 ‘착한 게임’으로 선정했다.

경영 컨설팅 업체 헤이그룹이 개발한 모바일 앱 ‘저니’의 사례도 흥미롭다. 8주 간 여러 섬과 사막, 여행을 즐기는 게임인 ‘저니’에는 아주 특별한 기능이 숨어 있다. 게임을 통해 풀어내는 미션은 ‘직장 신입사원의 빠른 적응’을 도울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많은 기업이 주입식, 세뇌 식으로 신입사원을 교육하는 데 이를 더 효과적으로 바꿀 방법을 연구했다”는 게 헤이그룹 측의 설명이다. 게임의 요소를 가미해 흥미를 더하고, SNS 기반의 플랫폼을 도입해 여러 사람이 협동해 과제를 풀 수 있도록 만들었다. 현재 이 게임은 시티그룹과 함께 신입사원 교육을 위한 커리큘럼으로 개발돼 이용 중이다.

고령층을 위한 기능성 게임도 있다. 오즈랩은 노인들의 치매 예방을 위한 ‘두더지 게임’을 개발했다. 게임의 방식은 간단하다. 전화번호와 같은 숫자를 암기한 다음, 숫자가 적힌 두더지를 순서대로 터치하면 된다. 단순하지만 중독성 있는 행위를 반복해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오즈랩 관계자는 “최대한 단순하고 간단하면서도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게임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고령층이 주로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성능이 좋지 않은 편이어서, 낮은 사양에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이렇게 흥미로운 기능성 게임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지만 시장이 가진 잠재력에 비하면 결과는 아직 초라한 편이다. 지금까지 개발된 모바일 기능성 게임 중 뚜렷하게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뒀다고 할 만한 게임이 나오지 않아서다. 위에서 언급한 게임도 ‘품질’에서는 합격점을 받았지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 데는 어려움을 겪는다. 게임(흥미)에 주목하면 ‘기능’이 떨어지고, 기능을 강조하면 게임의 몰입도가 떨어지는 악순환에 시달린다.
 
| 기능성 게임 시장 규모 1600억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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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게임 중 하나인 바둑 역시 광의적 의미의 ‘기능성 게임’에 속한다. 사진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알파고와 프로바둑기사 이세돌이 대국을 벌이는 모습.

잠재력이 크다는 이야기만 있을 뿐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기능성 게임에 대한 명확한 정의조차 내려지지 않았고, 정확한 시장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았다.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기능성 게임 시장의 규모는 1666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그나마도 2014년 기준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기능성 게임 개발을 위해 경제적인 지원을 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한 앱 개발업체 관계자는 “기능성 게임은 사실 돈이 되는 분야는 아니다”라며 “영세 업체들이 드문드문 열리는 공모전 상금만을 노리고 기능성 게임을 개발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기술에 기능적 요소 한 두 가지를 더해 출품을 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공모에 참여하는 업체가 많지 않아서 수상 가능성은 큰 편”이라고 덧붙였다.
 
| 베트남에도 수출하는 ‘캐치 잇 잉글리시’

사정이 이러니 기능성 게임 시장이 오히려 퇴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 해마다 경기도가 주최하는 ‘굿게임쇼 코리아’다. 2009년 ‘기능성 게임 페스티벌’로 출발했다. 기능성 게임과 관련해 가장 규모가 크고 역사가 깊은 행사다. 수많은 기업이 자신이 개발한 기능성 게임을 선보이고, 해외의 투자자와 잠재적인 고객이 만난다. 점차 규모를 키워 글로벌 행사로 발전시키려 했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기능성 게임 시장 자체가 생각처럼 크지 않았다. 지난해 열린 ‘2015 굿게임쇼 코리아’에서 ‘기능성’의 의미는 크게 퇴색했다. 3D·증강현실·로봇·콘솔 등 다양한 분야의 전시관이 마련됐는데, ‘기능’보다는 ‘기술’에 주목하는 분위기였다. “다른 지역에서 열리는 일반적인 게임 행사와 구분하기 어려워 아쉬웠다”는 사람이 많았다. 국제적으로 규모를 키우기엔 ‘기능성’만 가지고는 힘이 들었다.

경기도에 이어 최근에는 전라북도가 기능성 게임을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2016년 20억원의 예산을 배정받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도 매년 13억원 정도의 예산을 책정해 기능성 게임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큰 흐름을 바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세부 계획을 보면, 공모전을 열고 게임 제작 지원을 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긍정적 요소도 있다. 넥슨·엔씨소프트 같은 대형 개발사도 기능성 게임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게임과 기능이 조화를 이루고, 수익성까지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가장 성공한 케이스는 엔엑스씨(넥슨 자회사)가 개발한 ‘캐치 잇 잉글리시’라는 게임이다. 효과적인 영어 학습법으로 주목을 받는 ‘덩어리 문장 암기법’을 게임에 도입했다. SNS를 기반으로 해 여러 사람이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2013년 11월 출시된 이후 지난해 말까지 65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2015년 구글코리아가 선정한 교육 부문 무료 앱 1위, 애플코리아 교육 부문 최고 매출 앱 2위를 기록했다. 한국게임학회가 수여하는 ‘대한민국 기능성 게임상’도 수상했다. 해외에서도 이 게임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베트남의 게임배급사 VCT와 베트남 현지서비스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VCT는 베트남에서 3000만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베트남의 대표 영어능력 시험인 IOE(Internet Olympic of English)를 주관하고 있다.

넥슨의 라이벌 엔씨소프트는 ‘호두 잉글리시’라는 온라인 PC 게임을 출시했다. 엔씨소프트·키드앱티브·청담어학원이 협업해 만든 게임이다. 7년이라는 기간 동안 200억원을 투입해 개발했다. 현재 온라인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고, 유료 회원을 모집 중이다. 엔씨소프트는 또 국립국어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한국어 맞춤법을 습득할 수 있는 게임도 개발 중이다.

대형 개발사의 투자로 상업적 성공을 거둔 게임의 공통점은 협업과 전문성이다. ‘기능성’ ‘게임’ ‘사업’을 세분화해 접근한 것이 특징이다. ‘호두 잉글리시’를 예로 들면, 엔씨소프트가 게임적 요소를 설계하고, 키드앱티브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구축했다. 마지막으로 청담어학원의 수준 높은 콘텐트가 결합해 돈을 주고 즐기고 배울 만한 게임이 완성된 것이다. 모바일 게임 ‘광개토대왕’도 협업의 좋은 예다. 전략을 기반으로 하는 전투 게임으로 게임적 요소가 강하다. 여기에 광개토대왕이라는 역사적 인물을 등장시켜 실제 역사의 흐름을 익힐 수 있도록 제작했다. 엔도어즈라는 앱 개발사가 게임을 개발하고, 넥슨인 상업적(서비스)인 부분을 담당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박스기사] 기능성 게임의 성공 사례 | 게임에 ‘기능’ 더한 레고(LE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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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골프는 골프 연습이라는 기능에 게임적 요소를 더한 형태다.


세계인의 장난감 레고(LEGO)는 덴마크의 한 목공소에서 출발했다. 목공을 하고 남은 블록을 쌓으며 하던 놀이를 1932년 상품화 한 것이다. 오랫동안 레고는 성공가도를 달렸다. 전 세계의 부모들이 레고에 선뜻 지갑을 연 이유는 간단하다. 레고가 가진 ‘순기능’ 때문이다. 레고 블록을 쌓는 동안 아이들은 많은 것을 배운다.

하나의 완성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인내심을 배우고, 집중력을 기른다. 때로는 여러 아이들과 함께 협동심을 배우며 블록을 쌓기도 한다. 머리 속에 상상한 건물과 자동차, 배를 만드는 동안 창의력이 싹튼다. 창의적 사고를 요하는 글로벌 기업 중에서는 휴게실 한 켠에 레고 블록을 쌓아두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연평균 14%의 고성장을 하던 레고는 1990년대 후반 위기를 맞는다. 출산율이 떨어지고, 비디오·컴퓨터 게임이 레고의 경쟁자로 등장했다. 1998년에는 66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고, 2000년대 초반까지 적자가 누적됐다. 파산 직전에 몰린 레고는 뼈를 깎는 혁신을 시작했다. 그 출발점이 ‘블록’ 자체가 가진 순기능에 주목하는 일이었다. 블록 자체를 조립하면서 느끼는 즐거움과 교육적 요소가 배가 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기능’에 주목을 한 것이다. 그 결과 다시 한번 글로벌 장난감 시장의 최강자로 도약할 수 있었다.

레고가 기존에 있던 게임에 ‘기능’적 요소를 더해 성공한 케이스라면 기능에 게임 요소를 더한 사례도 있다. 최근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스크린골프다. 원래는 실내 골프 연습을 돕는 시뮬레이터에서 시작했다. 점차 기술이 발전하면서 정교해졌다. 실제 존재하는 골프장까지 가상으로 구현해내면서 하나의 게임산업으로 자리잡았다. 기능에서 출발해 게임이 추가된 사례다. 현재 업계에서 추산하는 스크린골프 시장규모는 2조5000억원이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게임과 기능이 하나의 접점에서 만난 사례도 있다. 일본 닌텐도가 개발한 TV용 게임기 ‘위(Wii)’다. 일본 게임회사 닌텐도는 센서로 사람의 동작을 인식하는 게임기를 개발하게 됐다. 과거처럼 손가락으로 버튼을 눌러서 게임 속 캐릭터를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온 몸을 움직이고 그 동작을 화면이 그대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전에 없던 새로운 플랫폼은 개발했는데, 그에 걸맞은 콘텐트를 추가하는 일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다양한 콘텐트 중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위 피트’였다. 게임으로 피트니스를 하면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아름답고 건강한 몸매와 체중을 관리하는데 도움을 주며 세계적으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박성민 기자 sampark2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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