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피서철 해수욕장 ‘03:30 청소대작전’

온라인 중앙일보 2016.08.28 00:01
전국 최대 피서지 부산 해운대, 160명 하루 3교대로 쓰레기 수거작업에 투입… 청소차량에 욕 퍼붓고 음식물 뿌리는 꼴불견 취객들에게 봉변 당하기도 예사
 
기사 이미지

어둠이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 해운대 청소원들이 트랙터를 이용해 백사장에 쌓아둔 쓰레기 포대를 치우고 있다.

쓰레기를 모래에 파묻을 거면 차라리 그냥 버리고 갔으면 좋겠어요.”

부산 해운대서 ‘비치클리너(Beach-cleaner)’로 백사장을 청소하는 박용철(61) 해운대관리사업소 단속반장의 말이다. 비치클리너는 모래를 15㎝ 깊이로 파헤치며 쓰레기를 수거하는 특수차량의 이름이다. 박씨는 여름 휴가철이면 이 차량으로 해수욕장 곳곳을 누비며 청소를 한다.

술취한 양심, 탐욕의 배설… 새벽엔 악취가 진동합니다!

8월 8일 새벽 해운대 해수욕장의 쓰레기 수거작업을 지켜봤다. 먼동이 터오는 시간이지만 해수욕장 곳곳에는 삼삼오오 모여 술판을 벌이는 피서객들이 남아 있다. 밤새 취객들이 버리고 간 술병, 컵라면 용기, 담배꽁초, 페트병, 휴지 등이 백사장 곳곳에 나뒹군다.

가장 큰 골칫거리는 모래 속에 묻힌 깨진 유리병이나 담배꽁초 같은 ‘보이지 않는 쓰레기’다. 해수욕장은 맨발로 다니는 피서객이 많아 자칫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대책으로 해운대구청은 1996년부터 비치클리너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새벽 3시반 가장 먼저 박씨가 비치클리너를 끌고 나선다. 비치클리너는 이 시간대가 아니면 운행할 수 없다. 해변에 파라솔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박씨가 “청소에 협조해 달라”고 차량 방송을 하며 쓰레기 수거작업에 들어간다. 비치클리너가 요란한 기계음을 내며 모래를 헤치고 쓰레기를 걷어 올린다.

술판을 벌이고 있는 취객들을 청소 차량이 코앞에까지 다가와도 비켜줄 생각을 않는다. ‘비켜가라’고 소리를 지르거나 차량 앞을 막고 서서 시비를 거는 이도 있다. 박씨가 차에서 내려 설득하지만 아랑곳 않는다.

“아직 멀었습니다. 별별 사람들이 다 있어요. 청소차량에 욕설을 하거나 음식물을 뿌리기까지 합니다. 심한 경우는 차량에 술병을 던지며 대들기도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청소를 마치고 수거함을 비운다. 깨진 술병, 담배꽁초, 일회용기. 통닭뼈 등 음식물 쓰레기가 쏟아져 나온다. 몰래 파묻은 ‘여성용품’도 보인다.

새벽 네 시가 되자 연두색 야광조끼를 입은 청소원들이 투입된다. 백사장에 널브러진 ‘보이는 쓰레기’ 수거작업이 시작된다. 해운대는 총 160명의 청소원이 하루 3교대로 청소를 한다. 새벽이 80명으로 가장 많다. 아침이 되면 업자들이 해변에 비치 파라솔을 설치하기 때문에 7시까지는 청소를 끝내야 한다. 새벽 청소는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신속하게 이뤄진다.

술판을 벌이던 취객들이 하나둘 자리를 뜬다. 바로 옆에서 청소를 하고 있는데도 술자리를 버려둔 채 뒷마무리도 않고 일어서기도 한다. 최소한의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청소원들은 “술 취한 피서객들이 심야 해수욕장 쓰레기 투기의 주범”이라고 입을 모은다.

 
| 주말 하루 해운대에 버려진 쓰레기만 8t
 
기사 이미지

해운대 해수욕장에서는 청소원들이 하루 3교대로 해변에 버려진 쓰레기를 청소한다.

청소원들은 50ℓ짜리 쓰레기 봉투와 마대를 들고 구역별로 나뉘어 작업을 한다. 마대자루가 꽉 차면 묶어서 그 자리에 세워둔다. 다음은 트랙터가 동원돼 이를 해운대 관리사업소 앞 마당으로 옮긴다. 잠깐 사이에 쓰레기를 담은 마대자루가 산처럼 쌓인다.

청소를 끝낸 미화원 수십 명이 달라붙어 묶었던 마대자루를 풀어헤친다. 페트병, 유리병 등 재활용품 분리작업을 위해서다. 넓은 마당에 유리병과 페트병이 가득 찬다. 이를 다시 마대자루에 담는다. 곧이어 대형 청소차량과 화물 트럭이 동원돼 쓰레기와 재활용품을 싣고 나간다.

청소의 마무리는 비질이다. 분리수거를 끝낸 청소원들이 빗자루를 들고 해수욕장과 연결되는 시멘트 계단과 산책용 나무 데크에 쌓인 모래를 쓸어낸다. 약 3시간에 걸친 새벽 ‘쓰레기 수거 작전’이 완료된다. 현장에 나와 청소를 지휘하던 장현규 해운대구청 청소관리팀장은 “피서객들이 매일 해운대 해수욕장에 무단으로 버리는 쓰레기가 평일은 4t, 주말은 8t에 달한다. 특히 밤새 술을 마신 취객들이 남기고 간 쓰레기가 절반이 넘는다”고 밝혔다.
 
기사 이미지

새벽이 되면 해변에는 밤새 술판을 벌인 피서객들이 버린 술병과 쓰레기로 넘쳐난다.

기사 이미지

새벽 비치클리너로 해변을 청소하던 박용철(왼쪽) 씨가 피서객에게 길을 터줄 것을 부탁하고 있다.

기사 이미지

비치클리너 수거함에서 나온 깨진 유리병.

기사 이미지

새벽 청소를 마치고 나면 청소원들은 쓰레기 가운데 유리병, 페트병 등 재활용품을 분리 수거한다.


글·사진 주기중 기자 clickj@joongang.co.kr
기사 이미지
미세먼지 실험 아이디어 공모, 이벤트만 참여해도 바나나맛 우유가!
공유하기
광고 닫기

미세먼지 심한 날엔? 먼지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