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현장에서] 스타트업 사업 가로채기 논란…SKT 뒤늦은 수습

중앙일보 2016.08.25 00:01 경제 2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박상주
경제부문 기자

한 대학생이 SK에 ‘영업정보를 무단으로 도용했다’고 항의하고 있다. SK텔레콤 서비스 사업부서 티-밸리(T-valley)가 최근까지 푸드트럭 중개 플랫폼 사업을 추진했는데, 이 과정에서 대학생 스타트업으로부터 얻은 영업정보를 도용했단 주장이다. 한양대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한 대학생 창업기업 고푸다(GOFOODA)는 SK측에 관련 사업 추진을 중단해 줄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푸드트럭 플랫폼 추진 대학생 벤처
“영업정보 빼가고 협업 철회했다”
“통상적 시장조사” 해명하던 SKT
무리 빚어지자 사업 중단 발표
“작은 기업들 밥줄 뺏는 일 없어야”


고푸다는 정부가 지목하는 창조경제 혁신사례 중 하나다. 박근혜 대통령이 푸드트럭을 규제완화의 아이콘으로 손꼽았고,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박용호 위원장이 지난 4월말 고푸다를 직접 찾아 간담회를 가지면서 대학생 청년창업의 대표주자로 부상했다. SK는 간담회 직후인 5월초 고푸다가 입주한 한양대를 찾아 청년창업 지원의사를 밝혔다.

고푸다에 따르면, SK는 폭넓은 사업지원을 위해선 정보가 필요하다며 고푸다를 운영하는 대학생을 수 차례 만났다. 푸드트럭을 어떻게 운영하는지, 어떤 노하우가 있는지, 영업이 잘되는 위치를 알아내는 방법은 뭔지 등 영업정보를 꼼꼼히 알아갔다. 그 뒤 SK는 자체 푸드트럭 중개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고푸다에 “양쪽의 서비스가 너무 유사해 협업할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며 협업 철회를 통보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SK는 정반대 입장이다. 플랫폼 사업은 누가 독점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고푸다에 내용을 물어본 것은 통상적인 시장조사의 일환이란 설명이다. 푸드트럭 사업은 애초 추진한 바 없고 향후 계획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업계 등에 확인해보니 SK는 고푸다와 만난 5월부터 최근까지 한 SNS(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서비스를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가 취재에 들어가자 SK는 더 이상 관련 사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알려왔다.

스타트업은 참신한 아이디어가 유일한 자산이다. 거대한 자본과 인력, 네트워크 등을 가진 대기업이 같은 서비스를 내놓으면 흡수되거나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대기업과의 협업을 예민하게 경계한다. 대기업-중소기업 협업을 위해 전국 17개 지역 18곳에 만든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의 참여가 저조한 이유다. 한 벤처사업가는 “협업하자고 만나서 아이디어와 기술만 쏙 빼가는 대기업이 종종 있다”라고 말한다.

대기업 역시 늘 신사업 아이템에 목말라 있다. 좋은 아이템을 찾고 사업정보를 수집해 새로운 사업을 시도해야 살아남는다. 그러나 그것이 자칫 작은 기업들의 밥줄을 뺏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애초 사업을 빼앗을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대기업이기 때문에 의심받은 짓은 삼가야 한다. 큰 배가 움직이면서 만드는 파도에 작은 배는 침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상주 경제부문 기자 sangjoo@joongang.co.kr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