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궁금한 화요일] 리우 올림픽 TV시청자, SNS로 대이동

중앙일보 2016.08.23 01:24 종합 20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22일 막을 내린 리우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은 금메달 9개, 은메달 3개, 동메달 9개 등 모두 21개의 메달을 따는 성적을 거뒀다. 당초 목표한 금메달 10개에는 못 미쳤지만 종합순위는 목표한 10위를 넘어 8위를 기록했다.

시차 1시간 미국도 시청자 8% 줄어
올림픽 독점 중계권 가진 NBC
온라인 스트리밍 늘리며 안간힘
원할 때 골라보는 젊은 시청자 늘고
국가주의·상업성 중계에도 싫증
“선택권·참여 늘린 멀티 유스 필요”

하지만 시청률 성적은 그리 좋지 않다. 한국 선수단 경기 가운데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시청률이 높았던 경우도 지상파 동시중계 채널을 합산해 전국 기준 30%(닐슨코리아 조사) 수준에 그쳤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여자 역도 장미란 선수의 금메달 획득 경기가 기록한 61.7%(이하 수도권 기준)는 물론 2012년 런던 올림픽 여자 양궁 기보배 선수의 금메달 경기가 기록한 40.4%와도 거리가 있다. 일단 한국과 리우의 시차가 12시간이나 되는 점은 개막 전부터 시청률 전망을 어둡게 했다.
기사 이미지

[일러스트=심수휘 기자]

한데 리우와의 시차가 한 시간(미국 동부 기준, 서부는 4시간)인 미국에서도 올림픽 시청률은 눈에 띄게 하락했다. 미국 독점 중계권을 지닌 NBC의 올림픽 개막 이후 프라임타임 시청자 수는 4년 전 런던 대회 때보다 17% 줄었다. 특히 개막식 시청자 수는 2650만 명으로 2000년대 들어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역대 최고였던 런던 개막식과 비교하면 32%나 줄었다. 미국의 올림픽 개막식 시청자 수는 미국에서 열린 애틀랜타 대회에서 3980만 명까지 올라선 뒤 2000년 시드니 대회에서 2730만 명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꾸준히 증가하던 추세였다.

미국 NBC는 120억 달러(약 13조5000억원)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투입해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부터 2032년 올림픽까지 중계권을 확보한 상태다. 당초 NBC는 광고 판매가 호조를 보여 이번 올림픽에서 사상 최고의 방송 수입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미디어 환경의 숨가쁜 변화는 이제 올림픽 중계 판도도 흔들고 있다. TV 편성표에 따라 정해진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대신 온라인 스트리밍 등으로 언제든 내가 원하는 대로 골라보고 몰아보는 시청 습관이 젊은 시청자를 중심으로 나날이 확산 중이다.

 
기사 이미지
미국의 경우 일명 코드커팅, 즉 유료 케이블을 신청하지 않아 아예 집에서 전통적인 개념의 TV를 보지 않는 가구의 증가도 두드러진다. 미국 NBC도 이를 주목했다. 지상파 네트워크와 계열 케이블 TV뿐만 아니라 온라인 스트리밍을 활용해 이번 올림픽은 전례 없이 많은 경기를 중계했다.

하지만 성과는 성에 안 찬다. 온라인까지 합해도 초반 닷새간의 시청자 규모는 런던 대회보다 8.6% 줄었다. 미국 NBC의 TV 중계는 다양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자국 메달 종목 위주의 편성이나 중계진의 부적절한 언사는 물론이고 지연 중계도 그랬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등으로 경기 결과가 실시간으로 알려지는 마당에 미국 현지 프라임타임에 맞춰 주요 경기와 개막식을 녹화 영상으로 방송해 원성을 샀다.

시청률 하락에 대해 김학수 한체대 스포츠언론정보연구소장은 “지카 바이러스, 브라질의 경제난과 정치·사회적 불안 등으로 이번 올림픽은 시작부터 런던보다 관심이 떨어졌다”며 “거기에 미디어 환경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한다. “SNS 등의 1인 미디어로 정보를 끊김 없이 접하는 시대라 TV의 비중이 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송해룡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올림픽에 드러나는 국가주의나 상업주의가 식상해진 데다 미디어의 발달이 한 요인”이라며 “과거 몇 사람의 해설자나 아나운서의 멋진 멘트에도 시청률이 좌우됐다면 지금은 원 소스 멀티 유스가 아니라 시청자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멀티 소스 멀티 유스가 필요한 시대”라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방송, 특히 TV는 올림픽이 세계인의 축제가 되는 데 큰 기여를 해왔다. TV 중계는 36년 베를린 대회에 처음 도입돼 경기장 밖에서도 경기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후 순간 재생, 슬로 모션, 위성중계 등 새로운 방송 기술이 도입됨에 따라 올림픽은 발상지 유럽뿐만 아니라 바다 건너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동시에 즐기는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미국 방송사의 경쟁 덕에 방송권료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방송권료 수입은 현재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가장 중요한 수입원이다. IOC의 2013~2016년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방송권료는 IOC 전체 수입의 74%에 달한다. 전 세계 방송권료 중 절반 이상을 북미가 차지한다.

지금도 올림픽 방송은 새로운 중계 기술을 속속 시도 중이다. 지난 런던 올림픽은 3D 생중계를, 이번 리우 올림픽은 하루 한 경기를 가상현실(VR)로 제작해 방송하는 시도를 했다. 스위스 로잔의 올림픽 박물관이 그리는 미래의 올림픽 중계는 시청자의 선택권과 참여의 확대가 두드러진다.

미래에는 수많은 초소형 카메라로 구성된 촬영장비가 360도 전방위를 담아내 그중 시청자가 원하는 앵글이나 이미지를 골라볼 수 있고, 경기를 지켜보며 시청자들이 SNS에 올리는 내용을 분석해 시각화하는 정보를 TV 중계에 소개할 수도 있다. 후자는 스위스 로잔공대가 ‘감정 시계’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난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트위터 멘션 분석에 활용했던 작업을 바탕으로 개발될 전망이다.

김원제(성균관대 겸임교수) 유플러스연구소장은 “기계가 인간을 대신해 득점과 반칙 판정 등 심판 역할을 돕거나, 선수나 경기 정보 빅데이터를 새로운 중계 기술에 활용하는 건 물론이고 시청자가 원하는 앵글과 장면을 선택하도록 하는 등 특히 개인화된 시청에 맞춘 기술이 대두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궁금한 화요일] 더 보기
① “1초만 당기면 세계기록”…달리며 기록 보는 스마트 안경
② 정자 꼬리에 붙어 난자 상봉 돕는 ‘스펌봇’ 등장


온라인 중계 환경도 시청자의 선택권 확대에 기여한다. 미국 NBC는 이번에 온라인 등을 통해 종목·국가·선수별로 경기 중계를 골라볼 수 있게 했다. 익명을 원한 지상파 관계자는 “미국은 온라인 광고를 TV 광고와 패키지로 판매하는 수익모델을 도입했다.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한국은 메달 종목에 집중해 중복 중계하거나 TV 콘텐트를 온라인에 그대로 옮긴다. 이런 방식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1948년 런던의 ‘올림픽’ TV=올림픽 TV 중계가 처음 시작된 1936년 베를린 대회 당시 사람들은 강당 같은 공공장소에 모여 함께 올림픽을 시청했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중단됐던 올림픽이 12년 만에 런던에서 다시 열렸을 때 TV는 가정용으로 보급되고 있었다. 당시 영국에서 나온 소형 TV 수상기에는 올림픽 수요를 겨냥해 ‘올림픽’이란 제품명이 붙기도 했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