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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다섯 빛깔 서로 다른 풍광, 지구의 비경 여기 다 있네

[커버스토리] 다섯 빛깔 서로 다른 풍광, 지구의 비경 여기 다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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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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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물이 빚은 브라이스 캐니언의 장관. 원형극장을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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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여행지 버킷 리스트(Bucket List)가 있다. 죽기 전에 꼭 가 보고 싶은 여행지 목록이다. 버킷 리스트의 단골 손님으로 거론되는 곳이 있다. 수십억 년 전, 지구의 속살을 볼 수 있는 그랜드 캐니언과 수많은 간헐천이 솟구치는 옐로스톤이다. 두 곳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미국 국립공원이다.

세계 최초로 ‘국립공원’을 만든 미국에는 59개 국립공원이 있다. 우리에게는 그랜드 캐니언, 옐로스톤 정도가 알려져 있지만 59개 국립공원 모두 그림 같은 절경을 자랑한다.

최근 Jtravel 기자들은 직접 경험한 미국 국립공원 20곳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미국 국립공원을 가다』를 출간했다. 지난해 중앙일보에 연재한, 같은 제목의 기획 기사를 토대로 했다. 난데없이 미국 국립공원을 취재한 건 아니다. 계기가 있었다. 바로 올해가 미국 국립공원관리청 설립 100주년이다. 미국 국립공원이야말로 철저히 보존된 자연을 들여다보는 에코투어의 현장이거니와 최근 국내에서도 유행하는 하이킹과 캠핑, 해외 렌터카 여행을 아우르는 핵심 주제 이기도 해서였다.

직접 만난 미국 국립공원에는 지구의 모든 비경이 숨어 있었다. 해발고도 6000m가 넘는 설산과 빙하, 목이 타들어 갈듯한 붉은 사막과 펄펄 끓는 활화산, 지하로 1.5㎞나 파고들어 간 협곡. 또 회색곰ㆍ악어ㆍ혹등고래 등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도 숱하게 만났다. 왜 미국인이 국립공원을 미국의 가장 큰 자랑거리로 여기는지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이번 Jtravel에서는 『미국 국립공원을 가다』에 나온 20개 국립공원 중 5곳을 소개한다. 각기 전혀 다른 풍광을 품은 국립공원을 어렵게 골랐다. 미국 최초의 국립공원 옐로스톤(몬태나ㆍ아이다호ㆍ와이오밍주), 시애틀에서 2~3시간 거리에 있는 올림픽국립공원(워싱턴주), 드넓은 사막 데스밸리(캘리포니아주), 단풍이 아름다운 아카디아(메인주), 고래와 빙하를 볼 수 있는 키나이 피오르(알래스카주). 모두 버킷 리스트로 손색없는 곳이다.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 옐로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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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의 온천, 그랜드 프리즈마틱 스프링. [사진 미국 국립공원관리청]


“야생동물, 간헐천, 웅장한 산과 강. 이 모든 게 사진 한 장에 담기는 곳은 옐로스톤뿐이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만난 한 미국인의 설명이다.

옐로스톤은 미국 국립공원의 결정판이다. 1872년 미국, 아니 세계 최초로 지정된 국립공원은 거대하다. 총 면적이 8900㎢로 충청남도보다 크다. 3개 주(몬태나·아이다호·와이오밍)에 걸쳐 있지만 렌터카만 있으면 여행하는 게 어렵지 않다. 공원 안에 ‘8’ 자 모양으로 도로가 나있어 내비게이션이 없어도 구석구석을 방문할 수 있다.

약 20마일(32㎞) 거리마다 숙소, 매점, 방문자 센터 등이 몰린 명소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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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빛을 뽐내는 옐로스톤 호수와 온천.


남쪽 입구로 들어가면 웨스트 섬(West Thumb)이 나온다. 바다처럼 드넓은 옐로스톤 호수 서쪽에 온천과 간헐천이 몰려 있다. 온천이 ‘고인 물’이라면, 간헐천은 증기와 가스를 분출하며 ‘솟구치는 물’을 말한다. 유황 함유량이 높은 온천에서는 썩은 달걀 냄새가 진동한다. 온천 색은 그야말로 가지각색이다. 몰디브의 산호바다 못지않은 에메랄드빛을 띠는 곳이 있는가 하면, 펄펄 끓는 우윳빛 온천수도 있다. 색이 곱다고 물에 몸을 담갔다가는 큰일 난다. 수온이 100도에 육박하는 데다 박테리아가 우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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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스 지역의 간헐천 밭.


노리스(Norris)는 옐로스톤에서도 가장 최근에 생성된 화산 지대다. 트레일 주변에서 수증기가 피어나고 간헐천이 펑펑 솟구쳐 포화를 두들겨 맞은 전쟁터를 걷는 것 같다. 노리스에서 남쪽의 ‘올드 페이스풀(Old Faithful)’까지 이어지는 길은 간헐천의 하이라이트 구간이라고 할 수 있다. 거대하고 독특한 모양의 간헐천과 온천이 이 구간에 집중돼 있다. 옐로스톤의 상징인 ‘올드 페이스풀’은 ‘오래된 믿음’이라는 뜻이다. 19세기 지질탐사대가 물이 솟는 주기가 일정하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올드 페이스풀이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약 90분마다 30∼50m 높이의 물이 3분여간 뿜어져 나온다.

공원 북서쪽에 있는 매머드 핫 스프링스(Mammoth Hot Springs) 지역에는 계단식 온천이 있다. 터키의 파묵칼레를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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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마주친 엘크. 옐로스톤은 야생동물의 천국이다.


옐로스톤에서는 물만 보이는 게 아니다. 동물을 보는 재미도 남다르다. 곰·바이슨·엘크 등을 곳곳에서 마주친다. 가장 흔한 동물은 바이슨(아메리카 들소)이다. 현재 옐로스톤에만 약 5000마리가 살고 있는데, 한때 멸종될 뻔했던 희귀 동물이다. 영화 ‘레버넌트’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물고 때리고 할퀴었던 회색 곰도 약 700마리가 서식한다.


여행 정보
옐로스톤 국립공원(nps.gov/yell) 입장료는 자동차 1대당 30달러다. 공원 안 모든 도로가 개방되는 5월 말에서 9월 말이 여행하기 좋다.
공원 안 숙소는 홈페이지(yellowstonenationalparklodges.com)에서 예약할 수 있다. 한국에서 옐로스톤까지 가려면 시애틀이나 LA 등 서부 대도시를 한 번은 거쳐야 한다. 잭슨홀, 보즈먼 공항이 자동차로 2시간 이내라 가까운 편이다.

 


이끼로 뒤덮인 숲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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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로 뒤덮인 올림픽 국립공원 호 우림.


올림픽 국립공원은 대도시 시애틀에서 자동차로 3시간 거리다.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생태를 지닌 국립공원이다. 산과 바다를 모두 품고 있다. 전 세계에서 3개밖에 없다는 ‘온대 우림’이 있는가 하면 올림푸스산(2432m) 정상에는 만년설과 빙하가 있다. 한마디로 팔방미인 같은 국립공원이다.

올림픽 국립공원이 품은 수많은 장관 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온대 우림이다. 올림푸스산 서쪽에 있는 호 우림(Hoh Rainforest)으로 가면 거목에 이끼가 주렁주렁 걸린 진풍경을 볼 수 있다. 1.3㎞밖에 되지 않는 ‘이끼의 전당(Hall of Mosses)’ 트레일은 꼭 걸어 봐야 한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온 ‘나무 정령’이 눈앞에 나타난 듯하다.

호 우림에서 북쪽으로 차를 몰고 2시간쯤 올라가면 크레센트(Crescent) 호수가 나온다. 맑은 호수에서는 수영·카약·피크닉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 올림픽 국립공원의 산맥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는 허리케인 리지(Hurricane Ridge)도 꼭 들러야 하는 명소다. 맑은 날이면 올림픽 산맥의 연봉이 훤하게 보일 뿐 아니라 북쪽바다 건너 캐나다 밴쿠버 섬까지 눈에 들어온다. 12월 중순부터 이듬해 3월 말까지는 스키장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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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올림픽 산맥과 산책 나온 사슴.

해안지대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루비(Ruby) 해변이다. 모래보다 자갈이 넓게 깔려 있는, 우리 식으로 말해 ‘몽돌해변’이다. 해변에 통나무 더미가 널려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올림픽 산맥에서 썩어 부러진 나무가 강을 따라 해안까지 떠 내려와 쌓인 것이다.


여행 정보
올림픽 국립공원(nps.gov/olym) 입장료는 자동차 1대당 25달러다. 올림픽 국립공원에 가려면 시애틀을 경유해야 한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델타항공이 인천~시애틀 직항편을 운항한다. 시애틀 공항에서 자동차로 2시간이면 올림픽 국립공원 산악지대 입구에 도착한다. 공원 내 숙소 예약은 홈페이지(olympicnationalparks.com) 참조.

 


기이한 사막 풍경 데스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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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스 뷰에서 내려다본 데스밸리 국립공원.


데스밸리는 최근 경제 뉴스에서 많이 등장하는 용어다. 신생 기업이 처음 맞은 도산 위기를 뜻한다. 그러나 미국에 있는 진짜 데스밸리는 아름답다. 북미에서 가장 덥고 건조한 사막지대이지만, 지구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비경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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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면보다 85m 낮은 소금 호수 ‘배드 워터 분지’.


공원 면적은 1만 3400㎢다. 전라남도보다 넓지만 관광 명소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몰려 있다. 먼저 가 볼 곳은 ‘단테스 뷰(Dante’s View·1700m)’다. 공원 전체를 높은 곳에서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단테의 <신곡>에 묘사된 지옥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전망대에 서면 하얀 소금 호수가 내려다보인다. 배드워터 분지(Badwater Basin)다. 해수면보다 85.5m 낮은 북미 최저 지대다. 약 1㎞ 길이의 트레일을 걸으면 눈길을 걷는 듯한 기분이 든다. 배드워터 인근에는 ‘아티스트 드라이브(Artist Drive)’가 있다. 일방통행 도로 9㎞가 이어지는데, 협곡의 단면이 초록·분홍·보라등 여러 색으로 다채로워 ‘아티스트의 팔레트(Artist Palette)’라 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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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사진 촬영 명소, 자브리스키 포인트. [사진 캘리포니아관광청]


데스밸리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곳은 자브리스키 포인트(Zabriskie Point)다. 숙소, 매점, 식당등이 몰린 퍼니스 크릭(Furnace Creek)에서 가깝다. 자브리스키 포인트에서는 누군가 금빛으로 반짝이는 바위를 조몰락거려 놓은 듯한 주름진 바위가 장관이다. 해가 옆에서 비추는 일출이나 일몰쯤에 더욱 극적인 풍광을 빚어낸다. 사하라사막을 연상시키는 ‘메스키트 플랫(Mesquite Flat) 샌드 듄’도 그림 같은 절경을 자랑한다.

공원 북동부에는 수천 년 전 화산 분화의 흔적을 보여 주는 우베헤베(Ubehebe) 분화구가 있다. 분화구 폭은 800m에 이르며 최대 깊이는 237m다. 우베헤베 분화구에서 레이스트랙 로드(Racetrack Road)를 따라 남서쪽으로 한참 달리면 이름 그대로 돌들이 레이스를 펼친 것처럼 모래 위를 움직인 것 같은 흔적을 볼 수 있다. 비가 내려 땅이 미끄러울 때 돌이 강한 바람에 움직인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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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밸리는 세계적인 별 관측 명소다.


데스밸리는 세계적인 별 관측 명소이기도 하다. 국제 밤하늘협회(International Dark Sky Association)가 인정한 세계에서 가장 큰 밤하늘 공원이다. 광활한 분지에 들어서면 하늘도 드넓게 펼쳐진다. 데스밸리에서는 ‘발끝에서부터 하늘이 시작된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여행 정보
데스밸리 국립공원(nps.gov/deva) 입장료는 자동차 1대당 20달러다. 최대 7일간 머물 수 있다. 데스밸리와 가까운 대도시는 네바다주의 라스베이거스다. 약 190㎞ 거리로, 자동차로 2시간쯤 걸린다. 공원 안 숙소는 캠핑장부터 최고급 리조트 ‘퍼니스 크릭 인(1박 200~400달러)’까지 다양하다. 저렴한 숙소는 공원 밖에 많지만 거리가 멀다.

 


록펠러가 사랑한 자연 아카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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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디아 국립공원의 화려한 가을 단풍.

미국 대륙 북동쪽 끄트머리 메인 주에 있는 아카디아 국립공원은 미국 최고의 단풍 명소로 통한다. 서부의 국립공원처럼 입이 쩍 벌어지는 압도적인 풍광은 없지만 조용하고 푸근하다. 아카디아는 마운트 데저트(Mount Desert) 섬 안에 있다. 공원 면적은 191㎢로,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20분의 1에 불과하지만 다채로운 풍경을 자랑한다. 수많은 산이 있고, 호수와 백사장도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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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산 정상의 일출.


아카디아 국립공원 최고봉 캐딜락(Cadillac·466m) 산은 일출·일몰 명소다. 정상까지 찻길이 잘 나 있어 많은 사람이 찾는다. 정상에 서면 우리나라 한려해상 국립공원처럼 점점이 흩어진 작은 섬을 품은 바다 풍광이 펼쳐진다.

아카디아에는 모두 200㎞ 길이의 트레일이 있다. 1㎞미만의 가벼운 산책길부터 사다리를 타고 아찔한 절벽을 올라가야 하는 난코스도 있다. 조던(Jordan) 연못 주변의 트레일이 걷기 편하고 풍광도 수려하다. 바닥의 자갈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맑은 연못을 끼고 한 바퀴 도는 데 약 2시간이 걸리낟. 가을이면 사탕단풍·적단풍·흑단풍 등이 물든 풍광이 더 없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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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스하버에 있는 등대. 150년 역사를 자랑한다.


아카디아에는 미국 국립공원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마찻길(Carriage Road)이 있다. 길을 만든 주인공은 석유 재벌 존 록펠러의 외아들 존 록펠러 주니어다. 미로 같은 마찻길은 느긋하게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고, 마차를 타고 100년 전 사람들처럼 우아하게 공원을 둘러봐도 좋다. 공원 곳곳에 록펠러가 만든 돌다리가 16개나 있다. 모두 다른 모양을 한 돌다리를 찾아다니는 재미도 쏠쏠하다.

 

여행 정보
아카디아 국립공원(nps.gov/acad) 5월부터 10월까지만 입장료를 받는다. 자동차 1대당 25달러로, 최대 7일간 여행할 수 있다. 겨울에는 일주 도로 대부분이 폐쇄된다. 한국에서 아카디아 국립공원으로 가려면 뉴욕, 디트로이트 등 동부 대도시를 거쳐 국내선을 타고 메인 주로 들어가면 된다. 뱅거(Bangor) 공항이 공원에서 가깝다. 숙소는 공원 인근 바 하버(Bar Harbor)에 잡으면 된다.

 

해양 동물의 천국 키나이 피오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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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바위에서 낮잠을 자는 바다사자들.


알래스카 여행의 백미는 빙하와 야생동물이다. 남쪽 바다의 키나이 피오르 국립공원에서는 이 모든 것을 원 없이 볼 수 있다. 국립공원에 가면 피오르, 즉 협만(峽灣)에 들어찬 빙하의 장관과 희귀한 바다 동물을 마주친다. 육지와 바다를 모두 품고 있는 국립공원이지만, 방문객 대부분은 유람선을 타고 바다로 나간다. 공원 이름에 ‘피오르’가 들어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듯이, 바다로 나가야만 절경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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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와 고래를 관람하는 유람선.


유람선은 슈어드(Seward)항에서 출발한다. 최소 3시간에서 최대 9시간 동안 유람선을 타고 피오르를 감상하며 동물을 구경한다. 국립공원에서 가장 흔한 동물은 새다. 갈매기·가마우지 등이 갯바위에 진 치고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따금 주황색 부리가 도드라진 댕기바다오리, 미국의 국조(國鳥) 흰머리 독수리도 볼 수 있다. 갯바위에서는 바다사자와 물범 수십 마리가 낮잠을 즐기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따금 해달도 나타난다. 물 위에 드러누워서 호기심 어린 눈으로 사람이 탄 배를 빤히 쳐다보는 모습은 ‘바다의 재롱둥이’답게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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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등고래 떼가 청어를 집단 사냥하는 장면.


누가 뭐래도 키나이 피오르 국립공원의 주인공은 고래다. 범고래·돌고래·귀신고래·혹등고래 등 온갖 고래가 키나이 앞바다를 드나든다. 가장 흔한 건 혹등고래다. 혹등고래는 겨울에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나 하와이 같은 따뜻한 남쪽 바다에서 번식을 한 뒤 4000㎞ 이상을 헤엄쳐 알래스카 앞바다로 올라와 봄부터 가을 까지 지낸다.

지난해 7월, 키나이 피오르를 방문했을 때는 유람선 출발 30분 만에 혹등고래 떼를 만났다. 선장이 “11시 방향에 혹등고래가 나타났다”고 말하자마자 모든 승객이 갑판 위로 뛰쳐나갔다. 혹등고래 한 마리가 바위 쪽에 붙어서 우아하게 유영을 하고 있었다. 녀석이 가슴지느러미 한쪽을 물 밖으로 뺐다. 마치 반갑다고 손짓하는 것 같았다.

혹등고래 떼는 갖가지 묘기를 선보였다. 가슴지느러미를 내미는가 하면, 꼬리를 세워 보이기도 했다. 공중으로 몸을 날렸다 떨어지는 ‘고래 뛰기’도 감행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워낙 압도적이어서 탄성조차 내지를 수 없었다. 버블 넷 피딩(Bubble Net Feeding)을 본 건 행운이었다. 말 그대로 거품을 그물 삼아 물고기를 잡는 방법이다. 사냥법은 대충 이렇다. 고래 10여 마리가 물 속에서 동시에 거품을 만들면 겁을 먹은 청어 떼가 거품 안에서 길을 잃는다. 이때 고래가 거품 안에 갇힌 청어떼를 단숨에 집어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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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여행객.


빙하 관람도 고래 구경 못지않은 감동을 선사한다. 수 많은 빙하 중에서도 아이어릭(Aialik) 만에 있는 홀게이트(Holgate) 빙하가 압도적이다. 바다에는 빙하 조각이 둥둥 떠 있었고, 이따금 빙하 조각이 바스러지며 우레 같은 굉음을 냈다. 지구의 끝에 다다른 기분이었다.



여행 정보
키나이 피오르 국립공원(nps.gov/kefj) 비행기를 타고 알래스카 최대 도시 앵커리지로 가야 한다. 한국에서 출발하면 시애틀을 경유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앵커리지에서 유람선을 타는 슈어드항까지는 기차를 타거나 렌터카를 직접 몰고 가야 한다. 관광 유람선은 3월 말부터 9월 말까지 운영한다. 키나이 피오르투어(kenaifjords.com)를 추천한다.

 

글=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사진=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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