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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안 나오는 데가 최고…요즘 모피아·금피아 실리 챙긴다

중앙일보 2016.08.22 03:00 경제 6면 지면보기
“모피아(옛 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가 눈높이를 낮췄다.”

눈높이 낮춰 작은 기관 CEO로 진출
민간협회 전무 자리도 기꺼이 수용
까다로운 심사, 주변 눈총 회피 이점

이달 초 이현철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전 상임위원(1급)이 한국자금중개 신임 대표에 선임되자 금융권에선 이런 말이 돌았다. 금융위원회의 본부 1급 인사가 이 회사 대표로 간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금융회사와 케이알앤씨(옛 정리금융공사)가 공동으로 설립한 이 회사엔 지금까지 국장급이나 국장을 마치고 타 부처로 전출갔던 이들이 최고경영자(CEO)로 왔다. 정부의 한 1급 인사는 “예전보다 선택의 폭이 줄었기 때문에 지금은 성에 차지 않아도 자리가 나면 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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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아와 금피아(금융감독원과 마피아의 합성어)로 불리는 금융당국 고위직 출신 퇴직자의 인사 트렌드가 달라지고 있다. 정책금융기관·금융지주·시중은행 수장 같은 요직을 선호했던 과거와는 달리 소규모 기관 CEO는 물론 민간협회 전무 등에 진출하고 있다. 눈높이를 낮췄다는 평가를 받는 이는 이현철 전 증선위원뿐만 아니다. 올해 1월 SGI서울보증보험 대표로 간 최종구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역대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정재), 기업은행장(김종창·강권석), 수출입은행장(김용환), 금감원장(최수현) 등으로 옮긴 것과 비교되기 때문이다. 서울보증 전임 사장은 김옥찬 전 KB국민은행 수석부행장이었다.

지난해 12월 한국증권금융 사장에 취임한 정지원 전 금융위 상임위원도 있다. 증권금융은 모피아 출신이 CEO로 많이 가는 곳이지만 지금까지 상임위원급이 온 적은 없다. 두 전임자(박재식·김영과)가 모두 1급인 금융정보분석원장(FIU) 출신이지만 서열상 상임위원보다 아래 직급이다.

한정된 CEO 자리를 기다리기보다는 2인자 자리라도 가겠다는 수요도 적지 않다. 금융협회 2인자인 전무직이 대표적이다. 이달 초 생명보험협회 전무에는 송재근 전 금융위 과장이 취임했고, 손해보험협회 전무에는 서경환 전 금감원 국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 전무는 기재부 출신 김형돈 전 조세심판원장이 두 차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재취업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공석으로 비어 있다. 연초에는 조국환 전 금감원 금융투자감독국장이 IBK신용정보 부사장에 취임했다.

금융권에선 금융당국 출신 퇴직자의 눈높이를 낮추는 이유로 까다로워진 재취업 심사를 꼽는다.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관피아방지법으로 사회적 주목도가 높은 대형 공공기관·금융지주의 경우 재취업 심사를 통과하기가 만만치 않다.

반면 규모가 작은 기관의 경우 상대적으로 심사를 통과하기 쉬울 거라고 판단해 지원자가 몰린다는 얘기다. 소형 기관은 대형 기관보다 책임질 일이 많지 않아 업무 부담이 덜하다는 장점도 있다. 한 국책은행 임원은 “요즘처럼 기업 구조조정 책임론에 휘말리느니 소형 기관에 가는 게 실속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소형 기관이나 협회는 대부분 공직유관단체에서 제외돼 있다. 공직유관단체 상근 임원에게 적용하는 ‘퇴직 후 3년 취업제한’ 규정으로부터 자유롭다. 이 때문에 임기 2~3년을 마치면 취업 심사 없이 민간기업에 취업할 수 있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에서 드러난 적폐 중 하나였던 관피아(관료 마피아) 낙하산 관행이 여전히 반복되는 건 잘못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 중에서도 금융협회 전무직은 금융당국 출신이 주로 맡던 협회 상근부회장직을 없애는 대신 새로 만든 자리다. 상근부회장에 금융당국 출신을 보내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지만 2년 만에 변형된 낙하산을 내려보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권의 모피아·관피아 관행을 끊으려면 기관별로 공정하고 투명한 임원 선임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종진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권의 CEO나 임원 선임 절차가 제각각이다 보니 금융당국 출신들이 그 틈을 비집고 낙하산으로 내려가고 있다”며 “금융협회는 회원사가 투표로, 금융기관은 내부 직원과 외부 전문가가 모두 참여해 적임자를 뽑는 임원 선임 절차를 내부 정관에 마련해야 할 것”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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