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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 김소희, 태권도 첫 금…7년 전 약속 지켜

중앙일보 2016.08.19 17:34

4강전에서 다리를 다쳤는데 관중석에서 '김소희 화이팅'이라는 소리가 들렸어요. 우리 엄마였죠. 꼭 금메달을 걸어드리겠다고 다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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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리우 올림픽 여자 태권도 49㎏급에서 금메달을 딴 김소희(22·한국가스공사)는 다음날인 19일 브라질 리우의 산코라도 로얄튤립 호텔에서 열린 '한국 P&G 평창의 날' 행사에서 어머니 박현숙(52)씨의 품에 안겨 이렇게 말했다.

충북 제천에서 갈빗집을 운영했던 김소희 가족은 15년 전 대형 화재로 큰 빚을 떠안았다. 김소희는 2009년 식당 벽에 '국가대표가 돼 부모님 해외여행을 보내 드리겠다'고 썼는데 7년이 흘러 그 약속을 지켰다. 그의 부모님은 후원 기업의 지원을 받아 첫 해외여행으로 리우에 오게됐다.

박 씨는 "지난 13일 리우에 도착했는데 소희에게 부담이 될까봐 경기 전에는 일부러 안 만났다"며 "8강전에서 정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여기서 끝인가 싶었는데 기적처럼 역전승을 했다"고 말했다. 김소희는 8강에서 2-4로 뒤진 종료 4초 전 머리 공격으로 3점을 뽑아 대역전승을 거뒀다. 김소희는 "두 달 전부터 상대선수의 얼굴을 차는 연습을 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가장 가슴 아팠던 순간에 대해서는 "소희가 2011년 세계선수권 16강에서 손가락 뼈가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큰 부상을 당했다. 도핑테스트에 걸릴까봐 진통제도 먹지 못한 채 경기에 나섰는데 그 몸으로 금메달을 땄다. 당시 정말 태권도를 그만뒀으면 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버지 김병호(52)씨는 딸을 응원하다가 목이 쉬어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김소희는 "한국에 돌아가면 운전면허를 딸 거다. 내가 운전을 할 수 있으면 아빠가 약주를 드셔도 차로 직접 모시고 올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소희의 어머니는 현재 충북 제천에서 작은 분식집을 운영하고 있다. 김소희는 "고등학교 때 서울로 올라온 뒤 어머니를 제대로 도와드리지 못했다. 앞으로 어머니가 운영하는 분식점에 내려가 틈나는 대로 돕겠다" 고 말했다. 박 씨는 "한국가스공사에 입단한 소희가 집을 사주겠다며 적금을 붓는다"며 딸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리우=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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