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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건물서 나온 울지 않는 다섯살 꼬마, 세계를 울렸다

중앙일보 2016.08.19 01:51 종합 16면 지면보기
시리아 내전의 격전지인 알레포의 폭격 현장에서 가까스로 구조된 한 소년의 사진과 동영상이 전세계를 분노와 슬픔에 빠뜨렸다. BBC 등 외신은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구조된 5세 소년 옴란 다크니시의 모습을 18일(현지시간) 일제히 전했다.

공습 받은 알레포 마을서 살아남아
얼굴 피범벅, 부은 눈으로 허공 응시
병원 후송됐지만 큰 부상 없어 퇴원
SNS 통해 세계로 급속히 영상 퍼져

전날 밤 공습을 받은 알레포 카테르지 마을에서 촬영된 40초 분량의 영상은 다크니시가 구조돼 구급차 좌석에 앉혀지는 모습을 담고 있다. 구조대원의 품에 안겨 차 안으로 옮겨진 아이는 온몸에 하얀 잔해를 뒤집어 쓴 채였다. 이마 왼편에 부상을 입고, 퉁퉁 부어 제대로 떠지지도 않는 눈으로 허공만 응시했다. 아이는 비명을 지르지도, 울음을 터뜨리지도 않았다. 뒤늦게 피범벅이 된 얼굴을 문지른 손을 보고 움찔 놀라며 의자에 피 묻은 손을 쓱 닦아냈을 뿐이다.
기사 이미지

17일(현지시간) 시리아 알레포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구조된 5살 소년 옴란 다크니시. 온몸에 허옇게 먼지를 뒤집어 쓴 채 피범벅이 된 소년의 모습은 내전의 참상을 증언한다. 시리아 내전이 본격화한 2012년 반군에 장악된 알레포에선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알레포 AP=뉴시스]

이날 다크니시는 다른 아이 4명과 함께 구조됐다. BBC는 다크니시를 비롯한 부상자들이 M10 병원으로 옮겨져 처치를 받았다고 전했다. 다크니시는 뇌 부상을 입지 않아 퇴원했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M10 병원은 지속적으로 공습에 노출되는 곳이다.

사진과 영상을 공개한 알레포미디어센터(AMC)에 따르면 이날 공습을 받은 카테르지는 반군 장악 지역이다. BBC는 반정부활동네트워크를 인용, 이날 러시아군의 열기압 폭탄 투하로 최소 3명이 숨지고 12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이 폭탄은 고온·고압 폭발을 일으켜 사람의 폐·기관을 손상시켜 대량 살상자를 발생시킨다.

시리아 내전의 참상을 보여주는 이 영상은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를 통해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의 중동 특파원인 라프 산체스는 이 사진과 함께, 넋 나간 다크니시의 모습을 합성한 사진도 자신의 트위터에 게시했다. 대화를 나누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이에 다크니시를 합성해 넣은 사진 등이다.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희생이 급증하는데도 공습을 멈추지 않는 정부군과 반군의 지원자인 양측을 비난하는 의미다.

외신에 따르면 2011년 내전 이후 시리아에선 3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 중 민간인이 얼마나 되는지는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특히 시리아 북부의 전략 요충지 알레포는 정부군과 반군의 최대 격전지다.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정부군과 미국의 지원을 받는 반군 세력이 알레포를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면서 민간인 희생이 급증하고 있다. 이곳에선 전쟁 중에도 환자와 의료진은 공격하지 않는다는 ‘전쟁의 규칙’이 깨져 병원도 폭격 받고 있다.

조앤 리우 국경없는의사회(MSF) 회장과 피터 마우어 국제적십자위원회 회장이 지난 5월 유엔에서 “병원 폭격을 멈추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지난 주말 이틀간 알레포에서 민간인 180여 명이 폭탄 공격으로 사망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최근 보름 동안 이곳에서 어린이 76명 등 327명의 민간인이 숨졌다고 밝혔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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