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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천동 벚꽃길’ 사라지나

중앙일보 2016.08.19 01:30 종합 2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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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 지 30여 년이 지나면서 터널을 이룬 부산 남천동 삼익비치타운의 벚나무길. [사진 강승우 기자]

부산을 대표하는 벚꽃 명소인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타운(면적 20만㎡) 일대 벚꽃길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아파트 단지 재건축이 추진돼서다.

삼익비치타운 재건축 본격 추진
단지 안팎 900여 그루 벌목 위기
인근 주민들 명소 사라질까 걱정

이곳에는 아파트 단지 안 도로변에 700여 그루, 아파트 단지 밖 광안해변로변에 200여 그루의 왕벚나무가 있다. 1980년 아파트 입주 때 심은 것들이다. 매년 봄이면 벚꽃이 장관을 연출한다. 특히 아파트 안은 ‘벚꽃터널’로 유명하다.

지은 지 36년 된 삼익비치타운은 33개 동 3060가구로 이루어졌다. 수영구는 지난달 이 아파트의 재건축조합 설립(남천2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을 인가했다. 조합 측은 올해 안에 시공사를 선정하고 내년에 사업시행 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문제는 2년쯤 뒤 아파트 철거 등 재건축이 시작되면 벚나무가 잘려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인근 주민들은 벌써 이를 걱정하고 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수영구에 따르면 아파트 단지 안의 벚나무 700여 그루는 사유재산에 해당돼 철거 과정에서 자치단체와 협의 없이 베어낼 수 있다. 지자체가 관리하는 벚나무는 광안해변로 200여 그루가 고작이다. 하지만 이 벚나무마저 도로가 재건축 구역에 포함되면 사라질 수 있다.

주민들의 우려는 삼익비치타운 인근의 아파트 재건축 사업장에서 현실화됐다. 이달 초 해당 아파트가 철거되면서 사업장 구역 내 벚나무 30여 그루 등 모든 나무가 잘려나갔기 때문이다. 삼익비치타운 주민 이정연(41·여)씨는 “요즘 동네 주민들의 관심사는 벚나무”라면서 “조합과 자치단체가 다른 곳에 이식했다가 다시 심는 방법을 검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합 관계자는 “아직 재건축 사업 일정이 제대로 나오지 않은 상태”라며 “벚나무 처리 여부를 얘기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수영구 관계자는 “부산을 대표하는 벚꽃 명소인 만큼 최대한 보존하는 방향으로 조합 측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글, 사진=강승우 기자 kang.seu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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