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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2016] 엘리베이터 갇혔던 골프팀, 액땜 제대로 했네

중앙일보 2016.08.19 00:57 종합 2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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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문을 열고 있는 소방관들(왼쪽). 골프 클럽을 되찾은 전인지. [사진 이지연 기자], [전인지 SNS]

112년 만에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복귀한 여자 골프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은 지난 14일 황당한 사고를 겪었다.

14일 소방관 출동 40분 만에 탈출
전인지는 골프채 도착 안 해 곤혹
황당 사고 딛고 초반 라운드 선전

대표팀 코치를 맡은 박세리(39·하나금융그룹)를 비롯, 박인비(28·KB금융그룹)·양희영(27·PNS)·김세영(23·미래에셋) 등 7명이 탑승한 엘리베이터가 운행 도중에 멈춰 서버렸기 때문이다.

여자 대표팀은 리우에 입성한 뒤 선수촌이 아닌 대한골프협회가 마련한 숙소에서 생활했다. 대회장인 바하 다 치주카의 올림픽 골프 코스에서 차로 2~3분 거리에 있는 고급 아파트다. 선수들은 단지 내 4동 6층과 7층에 여장을 풀었다. 방 4개를 갖춘 이 아파트는 하루 임대료만 200만원 선으로 알려졌다. 양희영은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멈춰선 뒤 덜컹거리면서 조금씩 내려가기에 난간을 꼭 잡고 버텼다. 갑자기 바닥으로 추락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무섭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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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이 이런 상황을 벗어나는데는 무려 40여분이나 걸렸다. 긴급 콜 센터에 전화를 돌렸고 출동한 소방관들이 엘리베이터 문을 강제로 연 끝에 탈출할 수 있었다. 박인비는 “생전 처음 겪은 경험이었다. 한동안 두려움에 떨었다”고 말했다.

제대로 ‘액땜’을 한 것일까. 여자 골프대표팀은 18일 개막한 리우 올림픽 여자 골프 1라운드에서 굿샷을 날렸다. 박인비와 김세영은 나란히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잡아내며 5언더파 공동 2위에 올랐다.

박인비는 2주 전 출전한 국내 대회에서도 액땜을 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경기 감각 회복 차원에서 출전한 삼다수 여자오픈에서 4오버파로 예선 탈락했다. 왼손 엄지 부상으로 지난 6월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이후 휴식을 택한 뒤 올림픽 준비에 올인해왔던 그로서는 실망스런 결과였다.

박인비는 “샷과 퍼트 감각이 모두 좋지 않았다. 열심히 재활을 해왔지만 ‘이 상태로 나갈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다”며 “주변에서 ‘올림픽 메달은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도 신경이 쓰였다. 그러나 몸 상태가 나아지고 있고 칠 수 있는 상황에서 포기하는 것은 비겁하다는 생각을 했다. 결과적으로 컷 탈락을 통해 보완점을 찾았고, 전화위복이 됐다”고 말했다.

14일 리우에 입성하면서 우여곡절을 겪은 전인지도 첫 날 1언더파 공동 19위로 무난하게 출발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공항에서 출발한 전인지는 폭우 때문에 비행기가 4시간이나 지연되면서 경유지인 휴스턴에서 비행기를 놓칠 뻔 했다. 다행히 휴스턴 기상 상황도 좋지 않았던 덕분에 닫혔던 비행기 문을 열고 가까스로 탑승했다.

전인지는 엎친데 덮친격으로 항공사 측의 실수로 골프 클럽이 도착하지 않아 하루 동안 연습을 할 수 없었다. 결국 대회 개막 이틀을 앞두고서야 클럽을 받아 딱 20홀을 돌아본 뒤 대회에 나섰다. 전인지는 “연습 시간이 부족했지만 더 집중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리우=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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