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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탈리 칼럼] 형제애, 자매애, 모성애

중앙일보 2016.08.19 00:35 종합 29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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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아탈리
아탈리 에 아소시에 대표

갈수록 끔찍해지는 분쟁과 폭력
갈등 근본 원인 대부분은 남성들
여성들의 조언 경청하고
여성들의 단체행동 지원해야
분쟁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어

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시리아·이라크·리비아·예멘·우크라이나 사태부터 터키의 실패한 쿠데타까지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범죄자와 테러리스트들의 폭력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끔찍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맞서 경찰과 군대 역시 분쟁 가담자들에 대한 진압과 처벌 강도를 높이는 모양새다. 대부분의 경우 양측 모두 문제의 원인은 남성들이다. 심지어 비폭력이나 사랑, 평화를 외치는 목소리를 들어보자고 할 때조차 우리는 남성의 언어로 말하고 ‘형제애’에 호소한다. 왜 형제애라고는 하면서 ‘자매애’라고는 하지 않을까? 마치 오직 형제들만 사랑할 수 있다는 듯이.

우리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이렇게 지나쳐 버린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여성적이며, 모든 희생을 감수할 능력은 오로지 여성적인 사랑에만 있다. 자매의 사랑은 파트너의 사랑만큼이나 강하고, 어머니의 사랑은 이보다 더 강하다. 그토록 의연하다 일컬어지는 남성의 사랑도 그 남성이 자신의 사랑 안에 여성적인 면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행복의 근본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얻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주는 것에 있다는 것을 이해할 때 어머니의 사랑만큼 강해진다. 특히 어머니들은 아이들의 행복을 자신의 행복처럼 느낀다. 어머니들은 다음 세대가 만개(滿開)하기를 세상 그 누구보다도 소원하고 있다.

어머니들은 아이들이 왜, 언제 정당한 열망으로부터 일탈하고 멀어지는지 누구보다 먼저 알아챈다. 우리가 어머니·자매·사랑하는 여성의 말을 경청한다면, 그리고 그녀들의 손에 행동할 수 있는 수단을 쥐여 준다면 세상은 근본부터 달라질 것이고 그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더 평온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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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새로운 얘기도 아니다. 역사를 돌이켜 봐도 많은 경우 남성들의 미친 짓을 말린 것은 여성들이었다. 기원전 400년, 아테네 도시국가에서 활동했던 희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의 작품들은 당시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과 정치 참여방식은 물론 여성의 말을 들어줄 귀가 없을 때 그녀들이 맡아 할 수 있었던 역할을 보여 준다. 희극 ‘리시스트라타’에서 여성들은 남성들이 전쟁을 중단하고 평화협정을 맺도록 압박하기 위해 부부 관계의 파업을 실행한다. 이 같은 이야기는 셀 수 없이 많은 문명과 신화 속에서 거의 동일한 패턴으로 반복된다. 어머니들은 자녀들에게도 싸움의 중단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남성들이 이 상황을 방기해 버리고 만다면 여성들 혼자서 아이들을 바른길로 이끌어 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여성들의 말을 귀담아듣는다면, 무엇보다 어머니들의 말부터 잘 들어도 결과는 즉시 아주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날 것이다. 우선 어머니들을 보다 더 존중하게 될 것이고, 그녀들이 희생되는 수많은 폭력이 사라질 것이다. 또한 보통은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어머니들의 외침도 들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여성들이 정치권에 전하는 다음과 같은 조언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1. 유아 교육에서부터 아이들이 공통 어휘를 학습할 수 있도록 관심을 쏟는다.

2. 사춘기 청소년들, 특히 아버지가 없는 가정의 청소년들이 수업 진도를 놓치지 않고 따라가고 다른 급우들과 동일한 진로 지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보살핀다. 이 시기부터 인생의 길이 달라지는 일이 많고 대부분의 일탈이 이 시점에 시작됨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의 교육 시스템은 여느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경제자본이나 문화자본을 가진 이들의 이익에 근거해 기능함으로써 소외계층 청소년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등한시하고 있다.

3. 일탈 가능성을 미리 알고 예방하기 위해 여성들이 어머니로서, 파트너로서, 자매로서 청년들에게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청년들에게 전달될 메시지에는 세상 누구도 혼자 떨어져 살 수 없고 사람들은 모두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것,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 함께 일한다는 것의 의미, 공익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담길 것이다.

4. 진로 지도기관에 대한 업무 지원을 제공한다.

이 이야기는 군과 경찰에 의한 고압적인 진압과 처벌 수위를 더 높여야 한다고 경쟁적으로 외쳐대는 딱하기 짝이 없는 토론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 토론은 물이 콸콸 쏟아지는 수도꼭지 아래 넘쳐 흐르는 욕조 물을 작은 숟가락으로 퍼내자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 어머니들이 단체행동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대규모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갈수록 격화되는 진압 양상에서 지금 즉시 빠져나와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몇몇의 고립된 테러리스트나 먼 곳에서 벌어지는 분쟁의 차원을 넘어 우리 아이들이 속한 세대 전체가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아이들 모두가 지니고 있는 보물을 탕진해 버릴 것인가 아닌가는 지금 우리 손에 달려 있다.

자크 아탈리 아탈리 에 아소시에 대표·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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