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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빛 없어야 더 빛나는 ‘땅위의 별’

[커버스토리] 빛 없어야 더 빛나는 ‘땅위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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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밤 수놓는 반딧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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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양의 밤하늘을 밝히는 늦반딧불이 불빛을 카메라로 포착했다. 카메라 셔터 속도를 4초로 두고 한 시간 동안 연속 촬영 한 사진 50장을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으로 합성했다. 렌즈 16㎜, 조리개값 F5.0.


한여름 밤하늘에서 깜박거리는 불빛을 본 적이 있습니까? 움직이는 불빛을 보고 도깨비를 본 것은 아닐까 놀라지는 않았습니까? 그런 기억을 품고 있다면, 우리는 구면일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반딧불이’, 빛을 내며 날아다니는 곤충입니다.

나는 이름이 제법 많습니다. 전라도에서는 ‘까랑’, 경상도에서는 ‘까랑이’라고 한다지요. ‘개똥벌레’도 나를 가리키는 이름이지요. ‘개똥벌레’라는 노래 때문인지 개똥에 사는 더러운 벌레라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우리 종족은 깨끗한 곳에서만 살 수 있습니다. 생물학자들은 우리를 환경 지표로 삼는다지요. 반딧불이가 산다는 것은 곧 그 지역이 청정하다는 의미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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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반딧불이. 8월 초부터 9월 초까지 출현한다.


전 세계에 퍼진 우리 종족은 2000종이나 됩니다. 한국에는 8종이 사는데, 애반딧불이·운문산반딧불이·늦반딧불이 세 종류가 제일 많습니다. 애반딧불이 애벌레는 다슬기를 먹고, 운문산반딧불이 애벌레와 늦반딧불이 애벌레는 달팽이를 좋아합니다. 다슬기는 2급수 이상 깨끗한 물에만 서식하고, 달팽이는 낙엽 깔린 축축한 흙에서 살지요. 요즘엔 도시는 고사하고 농촌에서도 먹이를 구하기가 힘들어졌습니다. 농약과 화학비료 때문입니다. 애벌레 상태로 겨울을 나는 우리 종족은 여름을 앞두고 어른벌레(성충)로 변신합니다. 배에 형광색 조명(발광기)을 켜고 이르면 5월 말부터 밤하늘을 날아다니지요. 반딧불이의 빛은 구애의 빛입니다. 암수가 불빛을 주고받으며 제 짝을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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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반딧불이. 늦반딧불이와 달리 머리 부분에 검은 줄이 있다.

요즘에는 사랑을 나눌 장소도 마땅찮습니다. 가로등에, 네온사인에 번쩍번쩍한 인공 빛이 가득하기 때문이죠. 환한 밤하늘 아래에서 우리는 짝짓기를 할 수 없습니다. 한국은 G20 국가 중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빛 공해(인공조명으로 밤이 낮처럼 밝은 현상)’가 심한 나라이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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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개똥벌레라는 이름은 개똥만큼 흔한 벌레라는 뜻이었지요. 그러나 요즘은 ‘금벌레’나 ‘다이아몬드벌레’가 더 어울리는 이름일 것 같습니다. 전북 무주 설천면 삼공리(천연기념물 322호)나 경북 영양 수비면 수하리(영양반딧불이특구) 등 깊은 산골에서만 우리를 볼 수 있으니까요.

이마에 송골송골 땀 맺히던 여름밤, 오두막에 앉아 구경했던 반딧불이를 기억하시는지요. 자연을 아낀다면, 불필요한 조명을 끈다면 우리는 언제고 당신 곁에 찾아가 춤을 출 겁니다. 나는 반짝반짝 빛나는 ‘지상의 별’ 반딧불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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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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