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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가족·취업…금융사기범이 툭하면 쓰는 말

중앙일보 2016.08.19 00:01 경제 5면 지면보기
1000만원 가량의 급전이 필요하던 A씨는 마침 ‘즉시 대출 가능’이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고 해당 대부업체로 연락했다. 대부업체는 A씨에게 신용등급을 물어본 뒤 “신용등급이 8등급으로 낮아 보증기관의 보증을 받아야 하니 보증금 200만원을 먼저 입금하라”고 했다. 대출 승인이 나면 보증금을 바로 돌려주겠다고도 했다. 이웃들에게 십시일반으로 돈을 구한 A씨가 200만원을 입금하자 대부업체는 더 이상 전화를 받지 않았다. 뒤늦게 금융감독원에 신고해 알아보니 이 대부업체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대출을 빙자한 보이스피싱 사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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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과 경찰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보이스피싱 사기 수법은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피해자가 1만1314명, 피해액은 733억원이다. 진화하는 보이스피싱에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금감원 분석 결과 사기범들은 대출·정부기관·가족·취업 등의 키워드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의 이성을 마비시키기 위한 고도의 심리전인 셈이다. 금감원이 내놓은 사례별 보이스피싱 대응법을 문답풀이 형태로 소개한다.  
 
대출 권유 문자 를 받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보이스피싱이거나 사채업자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대응하지 않는 게 좋다. 대출이 필요하다면 금감원 홈페이지(www.fss.or.kr)나 대출모집인 등록 조회 사이트(www.loanconsultant.or.kr)에서 제도권 금융회사나 정식등록한 대출모집인으로 등록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대출이 힘든 저신용자를 집중 공략한다는데.
“그렇다. 대출을 미끼로 보증금·수수료·이자를 선입금하라고 요구하는 수법이 대표적이다. 정상적인 금융회사는 어떤 명목으로도 선입금을 요구하지 않는다. 저금리 대출을 받으려면 거래실적을 쌓아야 한다며 우선 고금리 대출을 받으라는 권유에도 응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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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경찰·금감원 직원이라며 자금 이체를 요구한다면.
“해당 기관 대표전화(대검찰청 02-3480-2000, 경찰 112, 금감원 1330)에 전화해 사실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검찰·경찰·금감원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수법은 많이 알려졌는데도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검찰인데 계좌 안전조치가 필요하니 금감원 관리 계좌로 이체하라’는 식이다. 정부기관은 어떤 경우라도 전화로 자금이체나 개인의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접속했는데 금감원 홈페이지가 자동으로 열렸다.
“보이스피싱 사기범이 만든 가짜 홈페이지다. 통상 ‘보안인증절차를 진행하라’는 메시지가 담긴 팝업창이 나온다. 클릭하면 보안승급이 필요하다며 계좌번호·비밀번호·보안카드번호 등 금융거래정보 입력을 요구한다. 100% 보이스피싱이기 때문에 정보를 입력해서는 안 된다.”
자녀를 납치했거나 자녀가 다쳐 치료비가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하면.
“급한 마음에 돈을 보내면 보이스피싱에 걸려들 가능성이 크다. 먼저 자녀에게 확인전화를 해야 한다. 연락이 안 된다면 담임교사나 친구·직장동료 등을 통해 자녀의 안전여부를 체크한 뒤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가족이나 지인이라며 돈을 보내달라는 경우도 있다.
“과거 인터넷 메신저에서 유행하던 수법인데, 최근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형, 급하게 쓸 일이 있는데 빨리 100만원만 보내줘’라는 식이다. 돈을 보내기에 앞서 가족·지인과 직접 통화해 본인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통화가 안 된다면 가족이나 지인임을 스스로 증명할 때까지 돈을 보내지 말아야 한다.”
취업이 됐다며 급여계좌 개설을 위해 금융정보를 요구한다면.
“응해서는 안 된다. 정상적인 기업의 채용절차에서 통장·체크카드를 보내라거나 비밀번호·공인인증서 정보를 요구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기업은 신규 채용자의 급여를 넣어 줄 계좌번호만 물을 뿐 다른 금융정보는 묻지 않는다.”
파일이 첨부되거나 인터넷 주소가 적힌 e메일·문자메시지가 올 때가 있다.
“출처가 불분명할 경우 클릭하지 말고 바로 삭제해야 한다. 클릭하면 악성코드에 감염돼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
그럼에도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면.
“사기범 계좌에 자금을 이체했다면 곧바로 경찰 또는 해당 금융회사에 전화해 계좌 지급정지 조치를 해야 한다. 그런 다음 경찰서를 방문해 피해신고를 하고 금융회사에 피해금 환급을 신청해야 한다. ”

대출 권유 문자는 무시하는 게 상책
파일 첨부된 알 수 없는 메일도 위험
검찰·금감원 사칭 전화 사기도 여전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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