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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홍합밸리 간 청와대 수석…말보다 실행이 중요

중앙일보 2016.08.19 00:01 경제 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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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경
산업부 기자

‘홍합밸리(홍대·합정+실리콘밸리)’에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는 본지 보도(‘자전거 굴려 3억 벌어요…홍합밸리는 창업밸리’)에 이어 17일 오후 현대원 청와대 미래전략수석 주재로 ‘홍합밸리 현장 간담회’가 열렸다. 서울 동교동에 있는 ‘스타트업 지원센터 홍합밸리 오픈 스페이스’에서다.

자생적 성장 창업 지역서 간담회
현장서 들은 목소리 정책 반영을


홍합밸리는 홍익대와 합정 주변의 스타트업 밀집 지역을 가리키는 말로, 마포구 대흥동·서강동·합정동·서교동 등을 포함한다.

간담회엔 홍합밸리의 스타트업 대표 9명과 손홍규 연세대 창업지원단장, 이희성 서강대 산학협력단장, 연세대 창업동아리 YAPP의 이상우 회장 등이 참석했다. 정부 쪽에서는 현 수석과 김광수 창조경제추진단 부단장, 박용호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장 등이 자리했다.

행사는 현 수석의 인사말, 홍합밸리 소개에 이어 현장의 애로사항을 듣는 순으로 진행됐다. 한 명씩 돌아가며 건의사항을 얘기하고 현 수석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가 답하는 형식이었다. 미디어·예술·모바일·공연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 대표들은 “지역 특성에 맞는 창업공간 지원이 필요하다” “공공기관 과제에 대한 입찰 과정이 불합리하다” 등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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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합밸리를 소개한 중앙일보 8월 9일자 B2면.

서강대 신방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의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를 지낸 현 수석은 “나 역시 이 지역 30년 토박이”라고 말하며 화기애애하게 간담회를 이끌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가 끝난 뒤에는 소셜 댓글 서비스 업체 시지온 등 성공 사례로 꼽힌 스타트업을 방문했다. 행사에 참석한 복수의 스타트업 대표는 “현 수석이 업계의 건의사항을 적극적으로 청취하는 모습이었다”며 기대를 보였다.

6월 8일 미래전략수석으로 임명된 현 수석은 6월 22일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를 시작으로 대전·제주·경기·충북·부산·경북·울산·포항·경남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연이어 찾았다. 그러나 현 수석의 발품에도 일부 현장에선 “소통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현 수석이 그간 주재한 간담회 중 하나에 참석한 스타트업 대표는 “불편 사항을 얘기하려고 하면 말을 끊어 준비해 간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며 “하고 싶은 얘기를 솔직하게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 고위 관계자가 참석한 간담회는 항상 비슷한 분위기”라며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실망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홍합밸리 간담회에서도 몇몇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형식적인 자리로 끝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다. “심도 있는 얘기를 나누지 못해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날 홍합밸리 간담회에 참석한 한 스타트업 대표는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성장한 창업 지역이라 3여 년 전부터 많은 정부 관계자가 관심을 보였지만, 간담회가 끝나고 다시 오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며 “제안이 개선책으로 실행된 것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는 홍합밸리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많은 스타트업 대표들이 정부 주최 간담회 참석 요청에 부정적인 반응부터 보이는 것은 간담회가 ‘보여주기’로 끝나기 때문이다.

정부 간담회에 자주 참석하는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스타트업 대표들이 1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비슷한 애로사항을 얘기하는 걸 보면 결국 나아진 게 없다는 얘기 아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닌 실행력이다. 정기적으로 현장을 찾아 한층 더 깊은 목소리를 듣고, 거기서 정책을 끌어내야 한다. ‘보여주기 쇼’로 끝낼 간담회라면 안하는 게 낫다.

최은경 산업부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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