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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목요일] 인공심장 2년 생존율 80%…중증심부전 환자, 가슴이 뛴다

중앙일보 2016.08.18 01:24 종합 2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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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종사하던 이남연(49·인천시 검암동)씨는 지난해 10월 사무실에서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갑자기 쓰러졌다. 급성심근경색 때문이었다. 의료진이 이씨를 진단하던 중 심장마비가 왔다. 서둘러 에크모(ECMO·환자의 피를 밖으로 빼내 산소를 넣어 몸에 재주입하는 장치)를 삽입했는데 문제가 생겼다. 삽입한 관 때문에 감염이 됐고 오른쪽 팔이 괴사되기 시작했다.

약물·수술 치료 불가능한 환자
심장 그대로 두고 혈액펌프 삽입
좌심실 대신해 온몸에 혈액 공급
걷기·자전거·골프도 가능하지만
장치값 1억5000만원 건보 안돼
삼성서울병원 국내 첫 클리닉 개설

이씨는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상태는 악화돼 오른팔과 왼다리를 절단했다. 이미 심장이 약해져 산소 공급이 원활치 않아 절단 부위가 아물지 않았다. 심장 이식이 필요한 상태였지만 심장 이식 후 면역억제제를 사용할 경우 사망할 확률이 높았다. 병원 측은 이씨에게 면역억제제가 필요 없는 인공심장 이식을 권유했다. 망설일 틈이 없었다. 지난 1월 진행된 이식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지난 6월 퇴원한 그는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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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심장은 이씨처럼 약물·수술 치료가 불가능한 중증 심부전 환자에게 희망적인 대안이다. 미국에서 중증 심부전 환자에 대해 연구(2001~2009년)한 결과 약물치료의 경우 90%에 가까운 환자가 2년 이내에 숨졌다. 반면 최신 좌심실 보조장치 수술을 받은 환자의 2년 생존율은 60% 이상이었다. 현재 2년 생존율은 80%에 육박한다.

인공심장은 1957년부터 연구됐다. 심장 이식을 받아야 할 상황이지만 대기자가 많아 순서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환자에게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개발됐다.

사람에게 적용돼 성과를 올린 건 1982년부터다. 미국 유타대학의 드브리스 교수는 심장병을 앓던 치과의사 클라크에게 ‘자비크7’이라는 공기가동식 플라스틱 심장을 이식했다. 외부에 냉장고만큼 거대한 동력장치가 연결된 인공심장이었다. 수술 뒤 클라크는 112일간 생명을 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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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식하는 인공심장은 좌심실을 보조하는 방식이다. 혈액을 온몸으로 공급하는 펌프 역할을 하는 좌심실을 대신한다. 환자 심장은 그대로 두고, 이 장치를 심장에 삽입한다. 좌심실 보조장치 중 하나인 에이치바드(HVAD·그림)는 혈액펌프, 시스템 조절장치, 전원장치로 구성된다.

개흉수술로 심장과 대동맥 사이에 혈액펌프를 삽입한다. 혈액펌프에는 모터가 있어 지속적으로 혈류를 만들어낸다. 혈액펌프를 시스템 조절장치와 연결하는 ‘드라이브 라인’은 환자의 몸 오른쪽 옆구리로 빼내게 된다. 시스템 조절장치는 혈액펌프가 잘 움직이고 있는지, 문제가 없는지 알려준다. 이 장치는 벨트로 고정하거나 가방에 넣어 환자와 늘 함께 있다.

혈액펌프는 외부로부터 전원을 공급받는다. 잘 때나 쉴 때는 교류(AC)어댑터를 연결한다. 움직일 때는 충전식 배터리를 사용한다. 한 번 충전하면 4~5시간 사용할 수 있다. 두 개의 배터리를 함께 연결하기 때문에 배터리 하나를 교체하더라도 펌프는 멈추지 않는다. 좌심실 보조장치는 정상적인 심장처럼 분당 10L의 혈액을 뿜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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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심실 보조장치를 이식하면 4~7년 정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대부분의 환자는 수술 후 4~6주 뒤에 퇴원할 수 있다. 상처 부위가 회복되면 샤워도 가능해진다. 다만 배터리 연결 부위를 보호하고 감싸는 법을 배워야 한다. 전신을 물에 담그는 목욕이나 수영은 피해야 한다.

걷기나 조깅, 자전거 타기나 골프·테니스 같은 운동은 가능하다. 미국 코네티컷주에서 보디빌더로 일하는 앤드루 존스(26)는 2년 전 인공심장 수술을 받고 나서도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국내에선 지금까지 10여 건의 인공심장 수술이 진행됐다. 학계엔 이 중 9건이 성공적으로 보고됐다. 7건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진행했다. 이 병원은 지난 6월 ‘인공심장 클리닉’을 개설했다. 순환기내과 전문의와 심장외과 전문의, 인공심장 전문 코디네이터가 한 팀을 이뤄 운영한다.

인공심장 클리닉 외과 파트 담당인 조양현 심장외과 교수는 “국내에선 인공심장 수술의 사례가 적고, 전문가도 많지 않아 환자들이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심장 이식을 당장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전문가와 충분히 상의해 인공심장 수술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인공심장 수술에는 상당한 비용이 든다. 좌심실 보조장치 가격만 1억5000만원에 이른다. 인공심장 수술은 현재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다. 수술 후에는 피를 묽게 하는 항응고제를 계속 먹어야 한다. 자칫하면 혈전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장치를 늘 몸에 달고 있어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점을 감수하더라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게 생명이다. 이씨의 아내 김금미(44)씨는 “남편을 살릴 수만 있다면 해 볼 수 있는 모든 치료를 하고 싶었다. 퇴원해 재활에 열중하는 남편을 볼 때마다 감사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서영지 기자 vivi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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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지 서영지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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