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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특징도 없고 약점도 없는 커제

중앙일보 2016.08.17 00:01 경제 1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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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 3번기 2국> ●·스웨 9단 ○·커제 9단

2보(12~25)=좌상귀는 예정된 코스. 백은 좌상귀 흑의 텃밭을 도려내 만족하고 흑은 그 대가로 상변 포진과 호응하는 두터움을 구축해 불만 없다. 23의 차단을 본 커제는 24로 널찍하게 벌려 거리의 균형을 취한다.

지나간 수순 중 백△(실전 8)과 흑▲(실전 9)의 교환이 헤프지 않으냐는 아마추어 관전자의 질문이 있었다. 흑▲가 상변 흑의 중국류 포진에 너무 이상적인 자리가 되어 불만이라는 말이었다. 물론, 전략과 전술의 갈래는 많다. 사실, 이세돌 같은 격렬한 기풍의 소유자는 흑이 ▲같은 요소를 차지하는 꼴(?)을 참지 못한다. 백△ 대신 ‘참고도’의 진행을 상상하고 즐거워한다면 이세돌의 수법을 애호하는 타입이겠다.

그러나 커제의 취향은 이세돌과 전혀 다르다. 굳이 비교하자면 전성기(1997년 제1회 삼성화재배 우승 무렵)의 요다 노리모토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실리와 세력의 균형 감각이 좋은 기풍이다. 발상이 자유롭고 기백이 좋다. 뚜렷한 특징은 없으나 뚜렷한 약점도 없어 총체적으로 강하다. 이세돌처럼 둘 수도 있지만 실전처럼 둔다고 해서 불리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 그러니 실전의 진행이나 ‘참고도’의 진행이나 흔히 하는 말 그대로 승부사 개개인의 취향, ‘한 판의 바둑’이라는 얘기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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