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설] 감동 없는 ‘수첩’ 개각으로 국정 난맥 돌파할 수 있나

중앙일보 2016.08.16 19:25 종합 30면 지면보기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개각을 단행했지만 찔끔 수준의 감동 없는 개편이었다. 박 대통령이 언급했던 “국면전환용 개각은 없다”는 의미에 충실한 최소한의 교체다. 물론 인적 쇄신을 정국 돌파의 수단으로 삼을 게 아니란 그의 주장에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표출된 민심에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는 걸 책임 있는 지도자의 도리라고 할 수도 없다. 집권당의 기록적 총선 참패에도 개각 명단은 4개월이 지나서야 나왔다. 민심에 귀 기울인 태도와 거리가 멀다.

게다가 내용은 민망할 지경이다. 이번 개각은 시기적으로 마지막 개각이 될 가능성도 있어 균형과 안배에 대한 기대와 요구가 각별했다. 지금까지 박 대통령 인사는 특정 지역이나 계파에 지나치게 편중돼 갈등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인사를 할 때마다 국정 동력이 커지기는커녕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수첩 인사’란 평가를 받기 일쑤였다. 이정현 신임 새누리당 대표의 호남 출신 배려 등 ‘탕평·균형·소수자 배려’ 요구엔 그런 뜻이 담겼다. 하지만 주문은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총선에 나섰다가 당내 경선에서 탈락한 조윤선 전 장관을 문체부 장관에 발탁했다. 회전문 인사의 반복이다. 박 대통령은 총선 참패 2개월 뒤 이뤄진 청와대 개편 때도 낙천·낙선자 중심으로 친위 체제를 강화했다. 박 대통령의 의도는 측근 인사 중심으로 임기 말 레임덕을 막아보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문제는 이런 정도 개각으로 흐트러진 국정 전반을 정리하고 국정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경제·안보의 복합 위기에 공직사회 기강 해이까지 겹쳐 나라는 어수선하고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특히 동북아 안보지형 변화는 박 대통령이 지적한 대로 엄중한 상황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과정에서 보여준 외교안보팀의 무능에 국민들은 걱정과 함께 큰 불신을 보내고 있다. 홍만표·진경준 사건 등 공분을 넘어 좌절감을 느끼게 하는 일들도 꼬리를 물고 있다. 더 나아가 박 대통령은 많은 장밋빛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지만 지금까지 무엇 하나 뚜렷하게 이룬 게 없다. 박근혜 정부가 주력했던 노동개혁과 경제 구조조정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찾기는 힘들다.

인사가 메시지다. 향후 국정운영에 최선을 다해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메시지가 개각을 통해 국민에게 전달돼야 할 시점이다. 과감한 혁신과 통합으로 앞으론 국정운영 기조가 획기적으로 바뀔 거란 믿음이 생겨야 돌파구가 열린다. 그래야 민심을 추스를 수 있고 국정 동력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개각에선 국민을 하나로 묶는 메시지가 부족한 데다 꽉 막힌 정국을 풀어갈 참신성이나 의지를 느끼기도 어렵다. 끝내 수첩 인사를 고집한다면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라 계파 수장으로 기억되지 않겠는가. 박 대통령은 내부 분열과 반목에서 벗어나 긍정의 정신을 되살리자고 호소했다. 그러려면 솔선의 리더십이 따라야 할 것이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