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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드] “얘들아 차에 갇혔을 때 이렇게 하면 산다”

중앙일보 2016.08.16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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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오전 9시10분쯤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한 유치원에 도착한 통학 버스에 최모(4)군이 8시간 동안 방치됐다. 낮 최고기온 35도의 무더위 속에 차에 갇혔다 발견된 최군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아직도 의식 불명 상태다.

“그 어린 것이, 8시간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중환자실에서 아들의 회복을 기다리는 최군의 부모는 “회복하더라도 뇌에 손상이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들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최군은 방학 기간 돌봄교실에 참석하기 위해 버스에 탑승한 지 8시간 만에 뒷좌석에서 탈수 증세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광주경찰청은 어린이집 인솔교사 정모(28·여)씨와 버스기사 임씨, 원장 박모(52·여)씨, 당번교사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지난 2011년 8월 경남 함양에서는 다섯 살 아이가 어린이집 차 안에서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아이는 이번 사고처럼 ‘찜통차’속에 7시간 동안이나 갇혀 있다 변을 당했다. 또 지난 6월 광주에서는 어린이집 차량 안에 2시간 동안 방치됐던 다섯 살 여아가 혼자 힘으로 운전석 문을 열고 가까스로 탈출하기도 했다.

이러한 어른들의 부주의와 무심함 때문에 최근 5년 동안 차 안 방치를 비롯한 어린이 통학 차량사고 등의 원인으로 40명의 어린이들이 숨지고 200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교통안전공단 최재영 교수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어린이집 운영자나 운전기사들을 대상으로 2년마다 3시간씩 교육을 하고 있지만 제대로 이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현재 어린이를 차 안에 방치할 경우 과실치사상으로 최대 5년 이하의 금고나 2000만원 이하의 처벌을 받지만 집행유예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통학버스 선팅 별도 규제·감독 없어

사고차량 기사는 경찰 조사에서 “아이들이 내린 뒤 세차를 했지만 선팅 때문에 차량 내부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결과 해당 통학 버스의 앞유리 가시광선 투과율은 79.8%였지만 측면 유리 투과율은 11.8%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짙은 선팅을 하는 이유로 또 다른 안전 수칙 위반을 가리기 위한 것이라 지적했다.

영유아 통학차량은 카시트 설치가 의무화돼 있지만 비용 문제로 이를 어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12년 한국소비자원이 36개월 미만 영아를 보육하고 있는 41개 어린이집의 통학차량 63대를 조사한 결과 카시트를 설치한 차량은 11대였다. 특히 영유아 전용 카시트를 장착한 차량은 9.5%에 불과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만약 선팅 단속을 하면 전체 차량의 90%는 위반으로 적발된다고 할 정도로 사문화된 규정이어서 교통안전공단 검사 항목에서도 빠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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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버스에 갇혔을 때 이렇게 하면 산다’

어른들의 안전불감증으로 자녀가 위험에 놓이자 부모들이 직접 나섰다. ‘찜통차’ 사고 이후 SNS와 육아카페 등에는 ‘버스에 갇혔을 때 이렇게 하면 산다’는 글들이 올라와 학부모의 관심을 끌고 있다. 어른들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가 잇따르다 보니 더 이상 그들의 손에만 아이들을 맡길 수 없다는 것이다.

게시물은 아이에게 ‘경적 누르는 법’ ‘전조등 켜는 법’ ‘비상등 켜는 법’ 등 3가지를 교육하라고 강조한다. 그 중 자녀가 가장 쉽게 이해하고 큰 효과를 얻은 것이 ‘경적’을 울리는 법이다.

이에 일부 학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소리를 지르라고 배웠다 하더라. 그래서 다시 가르쳐 줬다” “경적을 누르는 연습을 시켰더니 곧 잘 하더라” “아이가 알아듣긴 했지만 자주 연습시켜야겠다”는 의견을 내놓으며 효과를 봤다는 반응이다.

또 “일부 수입차는 시동이 꺼지면 경적이 울리지 않아 시동을 거는 법도 가르쳐야 할지 고민이다” “승용차와 버스의 구조가 달라 아이들에게 숙지시키는 것이 불가능” 하다며 해당 교육법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에 현대기아자동차 담당자는 “유치원 버스 등에 사용되는 미니버스는 시동이 꺼져도 경적이 울린다”며 “자동차 전원이 꺼져도 작동되는 ‘전조등’‘비상등’과 마찬가지로, 경적에도 상시 전원이 공급된다”고 설명했다.

한 전문가는 “안전벨트나 카시트가 채워진 아이의 경우, 교육법이 통하지 않는다“ 며 “무엇보다 아이를 돌보는 보호자의 관심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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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트위터 캡처]


▶‘잠그기 전에 다시보자(Look Before You leave)’& ‘한음이법’

미국에서도 매년 ‘찜통차’에 방치돼 목숨을 잃는 아이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이러한 사고를 막기 위한 캠페인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프랭클린선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올해 여름 최소 3명의 어린이가 ‘찜통차’에서 사망한 루이지애나 주에서는 ‘잠그기 전에 다시 보자’(Look Before You Lock) 캠페인이 진행 중이다.

미 국립안전위원회(NSC)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16년 7월까지 부모의 고의 또는 실수로 ‘찜통차’에 갇혀 사망한 어린이 수는 총 684명이다. 2010년(49명) 가장 많고, 1998년 39명, 2015년 24명, 올해 7월까지 26명이 사망해 매년 30~40명 안팎의 어린이가 세상을 떠났다.

또 사망한 어린이 661명의 연령대를 분석해본 결과 2살 이하의 영유아가 74%를 차지했다. 54%는 보호자가 아이를 뒷좌석에 두고 왔다는 사실을 잊어버려 발생했다. 또 고의로 아이를 차 안에 방치해 사고가 난 경우도 17%였다.

이에 주 정부들은 아이를 차 안에 혼자 방치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도입하고 있다.
현재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워싱턴 등 19개 주에서 차에 아이를 혼자 방치하는 것을 처벌하는 주법을 시행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12살 이상의 보호자 감독 없이 6세 이하의 아이를 차 안에 혼자 방치할 경우 100 달러(약 11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사고를 막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권칠승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1일 어린이통학버스 내·외부 CCTV 장착 의무화, 어린이통학버스 안전교육 미이수자에 대한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하는 ‘한음이법’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차량 내부와 후방·측면 등을 확인할 수 있게 해 운전자와 인솔자의 사각지대를 없앤다는 게 목적이다.

‘한음이법’은 지난 4월 광주 한 특수학교 통학버스 안에서 심정지 상태로 30분가량 방치됐다가 뒤늦게 발견돼 치료 중 사망한 박한음(7ㆍ근육발달 및 뇌병변 1급 장애)군의 사건을 계기로 마련됐다.

▶‘찜통차량’속 끓어오르는 탄산음료

광주 통학버스에 네 살 어린이가 8시간 동안 방치된 지난 29일 일본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2세 남자 어린이가 승용차 뒷좌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아이의 아버지가 출근 전 어린이집에 맡길 예정이었지만 이를 깜박했고 아이를 차에 두고 출근했다. 폭염속에서 3시간 동안 방치된 아이는 팔과 다리에 화상을 입었고 낮 12시쯤 사망했다.

 
 

일본에서도 ‘찜통차’ 속에 아동들이 갇혀 사망하는 사고가 잦아지자 한 자동차업체가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해 동영상을 만들었다. 일본 닛산이 지난 11일 공개한 동영상에는 실내 온도 상승에 따른 차량 내부의 변화를 담았다. 

닛산 관계자는 “폭염에서 차량 내부온도는 최고 70도까지 올라가기도 한다”면서 “시험에 쓰인 카메라가 고열을 이기지 못해 고장났다”고 전했다. 그는 “더운 여름날 어린 아이를 차내에 방치하는 일이 없도록 운전자들에게 알려주고자 이번 영상을 공개했다”며 “매년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만큼 이번 영상이 사고 감소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착한 사마리안인 법을 예를 들며 위험에 처한 어린이들에 대한 어른들의 공동책임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이프키즈 홍종득 사무총장은 “아이가 찜통차에 홀로 남겨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면 119에 신고 전에 즉시 구급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급대원의 도착을 기다리다가 아이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차량이 파손되더라도 아이를 살리는 것이 우선이다”며 “아이가 타고 있는 곳 반대쪽 유리를 깨고 신선한 외부 공기를 공급해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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