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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의 폭발적 가속력…비결은 '자메이카 알루미늄'에 있다

중앙일보 2016.08.16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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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올림픽 육상 100m에서 사상 최초로 3연패를 달성한 자메이카 출신 우사인 볼트.

2016 리우 올림픽에서 사상 최초로 육상 100m에서 3관왕을 차지한 우사인 볼트. 리우 올림픽 여자 100m 금메달리스트 일레인 톰슨. 두 사람의 공통점은 자메이카 출신이라는 점이다. 올림픽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자메이카 출신 스프린터는 이보다 많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육상 1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약물 적발로 메달이 박탈된 벤 존슨도 자메이카에서 태어났다.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육상 100m에서 우승해 ‘인간 탄환’이라 불리는 도너반 베일리도 국적은 캐나다지만 자메이카가 그의 고향이다. 올림픽 육상 단거리 종목에서 자메이카 출신 선수들이 유독 강세다. 세계 최고의 스프린터들을 키워낸 자메이카엔 어떤 비밀이 있을까.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과학자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자메이카에서 태어난 스프린터들의 달리기 비결을 분석했다. 폭발적인 스피드의 비밀은 일반인과 다른 유전자에 있었다. 먼저 ACE(angiotensin-converting enzyme)로 불리는 유전자에서 독특한 변형이 관찰됐다. 이 유전자에 디 알레(D allele) 변형이 있는 경우 일반인보다 훨씬 더 많은 산소를 품고 있는 혈액을 온 몸에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타고난 육상 선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과학저술사 마이클 부룩스는 가디언 기고를 통해 “서아프리카인들에게선 유럽 및 일본인보다 이 유전자 변형이 많았고 자메이카 사람들은 서아프리카인들보다 이 변형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천만명의 흑인이 아프리카에서 신대륙으로 옮겨졌는데 그 과정에서 백만명이 숨졌다”며 “노예 수입의 종착지인 자메이카에서 디 알레 변형이 많이 발견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뛰어난 스프린터를 만드는 또 다른 조건은 ACTN3 유전자다. 이 유전자는 ‘알파-악티닌-3(alpha-actinin-3)’ 단백질을 만드는 데 관여한다. 이 단백질은 근육을 강하게 만들고 근육 수축을 빠르게 해 단거리 선수들에게 꼭 필요하다. 577RR 유전자형으로 선수들에게 알려져 있는 이것은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육상선수들의 70%에서 발견되는데 자메이카 국민들의 75%가 이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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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메이카의 보크사이트 광산. 자메이카 토양에는 알루미늄 성분이 풍부하다.

가디언은 577RR이 자메이카 국민들에게 흔하게 발견되는 이유로 알루미늄이 풍부한 자메이카의 토양을 꼽았다. 자메이카 대표 광물인 보크사이트가 풍부한 자메이카 토양에서 자란 곡식은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것보다 알루미늄 성분을 더 많이 함유하고 있다. 보크사이트는 알루미늄을 포함하고 있는 대표적인 광물이다.

뱃속 태아의 ACTN3 유전자가 결정되는 건 임신 후 3개월 동안인데 이 과정에서 알루미늄의 역할이 중요하다. 유전자와 단백질 생성이 전적으로 알루미늄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태아 시절 탯줄을 통해 공급되는 알루미늄이 스프린터 유전자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우사인 볼트도 보크사이트 광산 근처에서 태어났다. 브룩스는 “이러한 과학적 분석에도 자메이카 선수들의 뛰어남을 충분히 설명하긴 힘들다”며 “추가적인 연구가 더 진행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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