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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뭄 등으로 인천 갯벌 일대서 야생조류 집단 폐사

중앙일보 2016.08.1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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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마비돼 동물 병원으로 옮겨진 새들 [사진 저어새네트워크 제공]

인천지역 갯벌 일대에서 흰뺨검둥오리 등 야생조류 400여 마리의 사체가 발견됐다.

16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인천 남동유수지 일대에서 몸이 마비된 저어새 1마리가 발견됐다. 저어새는 천연기념물 419호이자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이다. 저어새는 인근 동물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음날 폐사했다.

지난 10일에도 청다리도요 등 84마리의 야생 조류 사체가 발견되는 등 지난달 15일부터 최근까지 송도 갯벌과 남동유수지에서 400마리의 야생조류가 폐사했다. 몸이 마비돼 동물 병원으로 이송된 조류도 수십 여 마리에 이른다.

인천시와 국립환경과학원은 각 사체와 갯벌 일대 토양·환경을 조사한 결과, 이들 조류가 '보툴리즘(botulism)'으로 폐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땅 속에 사는 보툴리눔(botulinum) 세균이 내뿜는 독소에 중독되는 증상이다. '보툴리누스 중독증'으로 불리기도 한다.

보툴리눔 세균은 땅 속 깊은 곳에 서식하는데 여름철(7∼9월) 기온이 상승하면서 흙 속의 산소농도가 낮아지면 증식하면서 독소를 내뿜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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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바비된 붉은 발 도요새 [사진 저어새네트워크 제공]

이 독소는 주름 개선에 도움을 주는 보툴리눔 톡신(보톡스)의 재료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를 섭취한 야생동물은 신경계가 마비되면서 죽음에 이를 수 있다.

실제로 2008년 송도에서는 보툴리즘으로 야생조류 1600여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2011년과 2012년 경기도 포천과 연천 지역에서도 이 세균에 중독된 소 320마리가 폐사했다. 보툴리즘은 사람에겐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가축의 경우 감염되더라도 백신을 주사해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야생동물의 경우 일일이 백신을 주사하기에는 어려움이 크다.

국립환경과학원 엄재구 연구관은 "최근 폭염으로 갯벌이 가물고 기온까지 상승하면서 보툴리눔이 증식해 갯벌 일부가 오염됐고 새들이 갯벌 생물을 섭취하면서 세균도 함께 먹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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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툴리즘에 감염되어 죽은 새 [사진 저어새네트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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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툴리즘에 감염되어 죽은 새 [사진 저어새네트워크 제공]

폐사한 조류들의 수거가 늦어지는 것도 원인이다. 죽은 새들의 사체나 사체에 생긴 구더기를 다른 조류들이 섭취하면서 피해가 이어지는 것으로 인천시도 파악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새들의 주로 폐사한 장소가 성인 남성의 허리까지 빠지는 갯벌"이라며 "소방관 등을 동원해 3차례나 수거했는데도 폐사한 새들의 수가 너무 많아 다 수거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인천시는 지난 12일 남동구·연수구·국립환경과학원·시민단체 등이 모여 회의를 했지만,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허수아비 설치해 봤지만 '기온을 낮추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라 갯벌에 물을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저어새네트워크 남선정씨는 "보툴리즘 피해를 막는 방법은 갯벌에 물을 채워 땅의 온도를 낮추는 방법 밖에 없지만 이로 인해 떠오른 조류 사체로 인한 2차 피해와 감염된 새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피해를 확산시키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며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야생동물구조센터 등 중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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