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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뒤흔든 ‘덴마크 집단성폭행’ 무죄 판결 뒤집어진 까닭

중앙일보 2016.08.1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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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고등법원. [사진 덴마크 대법원]



최근 유럽 시민사회계와 여성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덴마크의 집단성폭행범 무죄 판결이 고등법원에 의해 뒤집어졌다.  덴마크 동부고등법원은 미성년자 D양(19ㆍ당시 17세)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AㆍBㆍC군(19ㆍ당시 17세)에 대해 AㆍB군은 징역 8월 , C군은 징역 6월을 선고했다고 15일(이하 현지시간) 밝혔다.

덴마크 언론 SN.DK와 영국 BBC 등 외신과 재판부 공식 발표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9월 19일 당시 17세였던 청소년 A군, B군, C군 등 3명은 수도 코펜하겐에서 약 60㎞ 떨어진 포이에 인근 시골마을 마을회관에서 친구들끼리 연 파티에 참석했다. 이 파티에는 동년배 친구 D양도 있었다. 당뇨를 앓고 있어 인슐린 자동 주사기를 몸에 달고 사는 D양은 하지만 이날 술을 많이 마셨다.

사라졌던 D양이 발견된 것은 다음날 새벽 파티가 열렸던 마을회관 인근 한 수풀이었다. 발견당시 D양은 속옷 일부는 벗겨지고 드레스는 올라가 있는 상태였다. 이들은 성폭행 직후 D양을 수풀에 버려두고 파티장을 떠났다. 수사 끝에 가해자 AㆍBㆍC군이 잡혔다.

법원은 술에 취한 D양을 이들 3인이 마을회관 인근 수풀로 끌고가 성폭행을 한 것으로 봤다. D양의 신체에는 발ㆍ다리ㆍ성기ㆍ항문 등에 상처와 DNA 등이 발견됐다. 하지만 지난 4월 1심 재판부인 로스킬드지법 야콥 그로스-크리스텐슨 판사는 이들 3인 남성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D양이 술을 마셨고 혈당 수치가 올라갔지만, ‘노(no)’라고 말할 수 없는 수준은 아니었다”면서 “3인의 남성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성관계를 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취지였다. 이에 덴마크 여성계와 시민단체는 들끓었고, 이들을 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2심 재판부인 동부고법은 사건을 재검토했다. 재판 과정에서 D양은 평소에는 많이 마시지 않던 술을 12병이나 마셨고, 인슐린 자동 주사기의 연결고리가 끊어져 있어 혈당이 급격히 올라가 있는 상태여서 정신이 몽롱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 재판부는 “D양의 당시 상황은 성행위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시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며 “”라고 판단했다. 결국 이달 15일 열린 2심 선고에서 재판부는 A군에게 징역 6월, B군과 C군에게 징역 8월에 위자료 총 6만 크로네(약 990만원)를 판결했다.

판결 이후에도 여론은 여전히 들끓고 있다. 2심을 맡은 동부고법은 판결 직후 판례 공시를 통해 사건의 중요성과 재판의 과정, 양형 설정 이유를 설명하는 자료를 올렸다. 덴마크 정치권에서는 성폭행범의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법률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트린 바움바흐 코펜하겐대 교수는 BBC에 낸 기고문에서 “아직도 덴마크 법률은 가해자의 강제성이나 폭력성보다는 피해자의 동의 여부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서 “입법절차를 통한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이번 사건에 대해 “덴마크에는 아직도 많은 성폭행범들이 재판조차 받지 않는 경우도 많다”면서 “성범죄자의 기소율을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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