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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중국 겨냥 사드 8문장…일본 언급은 딱 한줄

중앙일보 2016.08.16 02:46 종합 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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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심상정 정의당 대표, 황찬현 감사원장,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 오른쪽은 독립유공자 후손 정민주씨.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의 당위성을 부각했다. 이례적으로 일본 관련 발언은 적었다. 사드 관련 발언은 8문장(464자)이었다. 일본 문제는 한 문장(51자)에 불과했다. 중국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우리의 운명이 강대국들의 역학관계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는 피해의식과 비관적 사고를 떨쳐내야 한다.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능동적이고 호혜적으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의 사드 배치 반대 및 대북 압박과 관련한 메시지 발신에 무게를 둔 것이다.

“사드는 북 도발 맞선 자위권 조치”
중국 직접 지목 않고 당위성 재강조
“한·일 관계 미래지향적으로 가야”
위안부 문제 거론 않고 원칙론만
“통일 땐 간부·주민 차별없이 대우”
북한 핵심 지도부와 분리해 접근

박 대통령은 “사드 배치는 북한의 무모한 도발로부터 우리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자위권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야권 등의 반대에 대해서도 “정쟁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과거에는 강대국에 치여서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식으로 휘둘리는 모습을 보이곤 했지만 이젠 미·중 사이에서 우리의 입장을 명확히 표명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선 “우리 국민을 위협하기 위한 어떤 시도도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며 “하면 할수록 국제적 고립은 심화되고 경제난만 가중될 것”이라고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북한 인권 문제도 계속 제기할 것이란 의지를 보이면서 북한 지도부와 주민을 분리해서 접근했다. “우리는 북한 당국의 잘못된 선택으로 고통 속에 있는 북한 주민들의 참상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다.

박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북한 당국의 간부와 모든 북한 주민 여러분”이라고 칭한 뒤 “통일은 여러분 모두가 어떠한 차별과 불이익 없이 동등하게 대우받고 각자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제재의 직접적 타깃인 북한 핵심 지도부와 간부·주민을 나눠 접근한 것은 최근 북한 엘리트층의 잇따른 탈북 등의 변화 조짐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여권 핵심관계자는 설명했다.

대화와 압박이라는 대북 투트랙 전략 중 압박이 강조됐다. ‘대화’란 단어는 올해 등장하지 않았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안보만 강조한 나머지 남북 관계 개선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며 “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여야 위기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 대해선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새롭게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는 원칙론만 언급했다. 이번 경축사에선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빠졌다. 정부 관계자는 “위안부 피해 지원을 위한 재단이 이미 출범했고, 지난 12일 양국이 일본 정부의 예산 출연 문제도 매듭지은 만큼 미래를 더 중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헬(hell) 조선’ 같은 단어가 사회에 확산되는 걸 지적하면서 ‘할 수 있다’는 표현을 네 번 썼다. 남은 임기 동안 집중할 주요 과제로는 기업의 신(新)산업 창출과 노동개혁, 교육개혁 등을 꼽았다. 박 대통령은 “산업구조의 새 판을 짜는 적극적인 기업 구조조정, R&D 시스템의 근본적 혁신과 ‘파괴적 혁신’ 수준의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해 기업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신산업 창출에 나서도록 할 것”이라며 “정부를 믿고 자신감을 가지고 과감한 신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 달라”고 요청했다

◆정세균 “정치도 양궁처럼 파벌 없어야”, 박 대통령 “그렇다”=박 대통령은 경축식에 앞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과 환담했다.

이 자리에서 정세균 의장이 한국 양궁이 리우 올림픽에서 전 종목을 석권한 걸 거론하며 “양궁은 파벌이 없어 성공했다. 우리 정치도 파벌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박 대통령도 “그렇다”고 화답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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