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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들 ‘독도 우리땅’ 대신 “대한민국 만세”…일본 “극히 유감”

중앙일보 2016.08.16 02:43 종합 3면 지면보기
광복 71주년인 15일 여야 의원 10명이 독도를 찾았다. 여야 의원단이 독도를 찾은 건 4년 만이다. 2012년 10월 국정감사 때 여야 국방위원 15명이 방문했었다.

외교문제화 의도에 안 말려들려
일본 정부 규탄하는 성명도 자제
나경원 “독도 수호 올바른 길은
일반국민 일상적 방문 늘리는 것”
경비대원들과 통닭·피자 회식도

이번 방문에선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지낸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이 방문단장을 맡았다. 새누리당에선 독도가 지역구에 포함된 박명재 사무총장을 비롯해 강효상·김성태(비례)·성일종·이종명·윤종필 의원이 참여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황희 의원, 국민의당 장정숙 의원도 동참했다.

의원들은 이날 오전 5시30분 경찰 헬기를 타고 서울을 출발해 오전 7시50분쯤 독도 동도 헬기장에 도착했다. 독도경비대원 40여 명이 생활하는 내무반과 담수화 시설, 발전설비, 접안시설 등을 둘러본 의원들은 미리 준비해 간 피자와 통닭으로 대원들과 함께 아침 식사를 했다. 의원단은 3시간가량 머문 뒤 10시40분쯤 독도를 떠나 서울로 돌아왔다.

나경원 의원은 “경비대원들이 동반·서반 내무반에서 집단생활을 하고 있었고 담수화 시설과 발전설비 등은 노후화된 상태였다”며 “부실한 접안시설 때문에 조금만 파도가 높아도 정박이 어려워 독도를 찾는 관광객의 25%가 그냥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성일종 의원은 “3당 의원단이 독도를 돌아본 만큼 국회 차원의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독도 선착장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행사에서 일부 의원들은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일본 아베 정권의 독도 침탈 야욕이 커지는 상황에서 독도 영유권 강화 사업을 확실히 하겠다”(박명재), “독도는 우리 민족이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한민족의 DNA”(성일종) 등이다.

하지만 의원단은 이날 행사를 “우리 국토에 대한 일상적인 방문”이라고 강조했다. 외교 문제로 비화시키려는 일본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서다. 나 의원은 “오늘 방문은 독도사랑운동본부 원정대와 독도경비대를 격려하는 통상적 의정활동”이라며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자는 의원도 있었으나 만류했다”고 설명했다. 의원들은 기념행사에서도 “독도는 우리 땅, 만세” 대신 “대한민국 만세”를 삼창했다.

의원들은 독도 문제에 대한 나름의 해법도 제시했다. 나 의원은 “이달까지 일본 순시선이 독도 인근 해역에 출몰한 것만 63회다. 일본은 독도를 분쟁지역화하려는 근거를 축적하고 있다”며 “의원뿐 아니라 일반 국민의 일상적인 방문을 늘리는 것이 독도를 수호하는 올바른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종민 더민주 의원은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독도 방문을 반대하는 것은 외교적 결례”라며 “일본은 광복절에 독도와 위안부 문제를 반성해야지 거꾸로 침략 행위를 미화하려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민 1000여 명도 독도를 찾았다. 국토의 최서단인 충남 태안의 격렬비열도에서 최동단 독도까지 횡단한 독도사랑운동본부 회원 20여 명과 한상기 태안군수는 “독도야 놀자. 격렬비열도가 간다”는 문구가 새겨진 돌을 최수일 울릉군수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일본 측은 의원단의 독도 방문에 날카롭게 반응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한국 국회의원들의 독도 방문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극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 정부에)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도 주일 한국대사관 이희섭 정무공사를 초치해 한국 의원들의 독도 방문에 대한 불만을 전했다. 서울 주재 한 일본 특파원은 “지난달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의 개인적 방문 때보다 일본 내 관심이 더 큰 것 같다. 특히 지명도가 높은 나경원 의원이 왜 갔는지에 관심이 쏠렸다”고 전했다.

지난 13일 주한 일본대사관은 정병원 외교부 동북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하기도 했다. 이에 정 국장은 “독도는 국제법적·역사적·지리적으로 우리의 영토”라고 일축했다고 한다. 정부는 일본 측의 항의에 대해 단호하게 입장을 표명하되 민감하게 반응하지는 않겠다는 기류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정효식·유지혜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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