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혁신 DNA’ 심으려면
당·청이 모든 걸 결정하는 상황선
관료들 눈치 보고 부처 간 핑퐁 일쑤
상부 오더 없으면 움직이지 않아
승진 등 인센티브 인사제 만들고
정부·국회 정책 협업 모델도 필요
국회는 방향, 나머진 정부 맡겨야
“그래도 좀 더 해보시죠.”


‘사흘짜리 저출산 대책’ ‘한나절짜리 전기요금 감면안’은 최근 정책의 시계(視界)가 어느 정도로 짧아졌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이를 자초한 건 ‘오더(지시)’가 있어야만 움직이는 수동적 정부다. 단임제 정권에서 임기 말이 다가오면 관료들은 늘 ‘낮은 포복’을 했다. 이번엔 그 시기가 빠르고, 정도도 심하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청와대와 당이 모든 걸 결정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자 관료들은 정치적 부담을 떠넘기고 납작 엎드려 있다”고 말했다.
이 결과 갈등 조정이 필요하거나 국회에서 논란이 될 만한 현안을 두고 부처끼리 ‘핑퐁 게임’을 하기 일쑤다. 미세먼지 대책 마련 과정에서 환경부는 기재부 관할인 유류세 인상을, 기재부는 환경부 관할인 환경부담금 인상을 주장한 게 대표적이다.

이렇게 관료들이 나서지 않으려는 배경에는 변양호 신드롬이 있다. 정책을 주도했다가 실패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거나 심지어 사법기관의 수사를 받아야 할 수도 있는데 굳이 앞장설 이유가 없다.

행정부의 복지부동을 막고 정책 무게 중심 이동의 ‘연착륙’을 위해선 정부와 정치권 간 새로운 ‘협업 모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임도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 군사독재 시절에는 국회가 행정부의 ‘거수기’ 역할을 했는데 이제는 거꾸로 국회의 옥죄기에 행정부가 위축되는 상황”이라며 “국회가 정책의 큰 방향을 정하고 세세한 부분은 정부에 재량을 주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민근·하남현·황의영 기자 jm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