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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2016] 다이빙장 녹조, 염소·과산화수소 ‘상극 소독약’ 함께 푼 탓

중앙일보 2016.08.16 02:30 종합 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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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리우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지난 14일(한국시간) 초록빛으로 변해 혼탁해진 수영장 물을 완전히 교체했다. 지난 9일부터 마리아 렝크 아쿠아틱센터의 다이빙 풀장과 수구 경기장 물에 녹조(綠藻) 현상(사진)이 심해지자 선수들이 불만을 제기했고, 결국 조직위원회는 수영장 물 3800t을 전면 교체했다.

각각은 소독 효과 뛰어나지만
같이 쓰면 중화, 소독기능 잃어

수영장에 왜 녹조가 생겼을까. 수영장의 녹조도 금강 대청호, 낙동강에서 나타나는 녹조와 원리는 같다. 녹조를 일으키는 식물성 플랑크톤은 강한 햇살, 높은 기온에서 번성한다. 리우 올림픽 다이빙 수영장은 지붕이 없어 물이 강한 햇살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현지 기온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하천과 달리 실내·실외 수영장은 녹조가 나타나기 어렵다. 수영장은 대개 주기적으로 염소 소독한다. 병원균 등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올림픽 수영장도 물론 염소 소독을 실시했다.

그런데 개막식 당일 올림픽 수영장을 관리하던 업체가 과산화수소 80L를 수영장에 들이부으면서 문제가 생겼다. 가정에서 상처에 바르는 소독약으로 사용하는 과산화수소는 세균을 죽이는 효과가 뛰어나다. 녹조 생물도 과산화수소엔 약하다. 국내에선 과산화수소를 녹조 제거제로 활용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과산화수소가 수영장 물에 있던 염소 소독제와 만나면서 문제가 생겼다. 과산화수소가 염소 소독제를 중화시킨 것이다. 일반적인 염소 소독 과정에선 염소 기체가 물에 녹아 차아염소산·차아염소산 이온·염소이온을 생성한다. 소독제 역할을 하는 성분이다. 하지만 염소 기체와 과산화수소가 만나면 소독제 성분은 생기지 않고 산소와 염화수소만 나온다. 하수처리장에선 이런 염소와 과산화수소의 중화 반응을 활용한다. 염소 소독을 거친 하수를 방류하기 전에 과산화수소로 처리해, 염소가 하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차단한다.

결국 과산화수소와 염소를 함께 쓴 리우 올림픽 수영장은 소독 기능을 잃고 녹조 생물의 배양장으로 전락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지나치면 부족함만 못하다)’이라는 말처럼, 중화 반응을 생각하지 못하고 ‘상극’인 소독제를 무분별하게 쓴 결과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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