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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2016] 경기가 끝나자 사랑이 왔다 ‘러브 올림픽’

중앙일보 2016.08.16 01:02 종합 25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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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승부를 벌이는 올림픽에서도 뜨거운 사랑은 계속된다. 중국의 친카이(왼쪽)는 15일 대표팀 동료 허쯔에게 반지를 건네며 공개 프러포즈를 했다. [리우 로이터=뉴스1]

15일 다이빙 여자 3m 스프링보드 시상식이 열린 리우의 마리아 렝크 아쿠아틱 센터.

다이빙 동메달 딴 중국 친카이
연인 허쯔 은메달 시상식 등장
세레나데 부르며 깜짝 프러포즈
브라질 여자 럭비 선수 세룰로
여성 자원봉사자 청혼 받아들여

중국의 허쯔(26)가 은메달을 목에 걸고 퇴장하려는 순간 한 남성이 긴장된 표정으로 다가섰다. 그는 갑자기 왼 무릎을 꿇은 뒤 빨간 케이스에서 조심스레 반지를 꺼내며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가만히 듣던 허쯔는 붉어진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온전히 한 사람만을 위한 시상식이자 프러포즈였다. 환하게 웃은 남성은 반지를 끼워주며 장미 한 송이를 건넸다. 뜨거운 포옹을 나눈 커플을 향해 관중석에선 환호가 터져나왔다.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 청혼을 한 남성은 다이빙 남자 3m 스프링보드 동메달리스트인 친카이(30·중국)였다. 6년간 사귄 여자친구를 위해 최고의 무대에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이날 허쯔는 금(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더 소중한 다이아몬드(반지)를 얻었다. 허쯔는 “친카이가 아침에 무언가 외우는 걸 봤는데 뭘 하는지 전혀 몰랐다. 그가 나를 안아줬을 때 ‘믿고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리우 올림픽에는 치열한 노력과 땀방울로 완성한 ‘인간 승리’의 드라마만 있는 게 아니다. 허쯔와 친카이처럼 뜨거운 사랑과 눈물로 적어낸 ‘러브 스토리’도 있다. 전세계에서 온 최고의 선수들이 치열한 승부를 벌이는 현장이지만 그 뒤편에서는 사랑이 결실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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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비 경기장에서 ‘동성 연인’ 엔야(오른쪽)의 청혼을 받고 기뻐하는 세룰로. [리우 로이터=뉴스1]

허쯔와 친카이는 리우 올림픽 ‘2호’ 프러포즈다. 첫 번째는 지난 9일 호주와 뉴질랜드의 럭비 여자 결승전이 열린 데오도로 스타디움에서 나왔다. 이날 금메달은 호주에게 돌아갔지만 정작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건 브라질의 두 여성이었다. 경기장 자원봉사자 마조리 엔야(28·브라질)는 경기가 모두 끝난 뒤 럭비 대표팀 선수 이사도라 세룰로(25)에게 깜짝 청혼을 했다. 엔야는 세룰로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고 주변의 환호를 받으며 뜨거운 키스를 했다. 세룰로도 2년 동안 만나온 연인의 마음을 눈물과 함께 받아들였다.

동성 커플인 엔야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올림픽은 선수들이 마지막 결실을 얻는 곳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누군가와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곳이다. 사람들에게 사랑이 승리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브라질 정부는 2013년부터 동성 결혼을 허용했다.

이미 부부가 됐지만 사랑의 힘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경우도 있다. 배드민턴 혼합복식에 나선 영국의 크리스 애드콕(27)·가브리엘 애드콕(26) 커플이 대표적이다. 둘은 원래 다른 파트너와 짝을 이루다가 2013년 결혼 후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세계랭킹 7위까지 올랐다. 리우 올림픽 조별 예선에선 1승2패로 아쉽게 8강행에 실패했지만 사랑을 지키는 데에는 성공했다. 두 사람은 영국 텔레그래프 인터뷰에서 “서로 눈빛만 봐도 상대가 원하는 걸 안다. 복식 경기에서 파트너 잘못을 지적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우린 서로의 잘못을 얘기하면서 함께 나아간다”고 말했다.

한국의 ‘역도 커플’ 원정식(26)·윤진희(30) 부부도 손을 맞잡고 위기를 극복했다. 4년 전 런던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던 윤진희는 남편의 권유로 2014년 말 복귀했다. 국내 최초로 부부 동반 올림픽 출전 기록을 세우며 리우로 향한 윤진희는 여자 53㎏급 동메달을 따냈다. 남자 69㎏급 원정식은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아내는 자신의 동메달을 남편의 목에 걸어줬다. 아내를 꼭 안아준 원정식은 “참고 또 참으면서 올림픽에 출전한 아내가 대견하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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