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재일기] 노메달 한국 유도, 양궁에서 배워라

중앙일보 2016.08.16 00:35 종합 29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송지훈
스포츠부 기자

양궁·태권도·레슬링과 더불어 ‘올림픽 4대 효자 종목’이라 불리던 유도가 무너졌다.

2016 리우 올림픽에 남자 7체급, 여자 5체급 등 총 12명의 선수가 출전했지만 금메달 없이 은메달 2개와 동메달 1개에 그쳤다. 한국 유도가 올림픽에서 ‘노 골드’에 그친 건 2000년 시드니 대회(은2·동3) 이후 16년 만이다. 세계랭킹 1위 4명(김원진·안바울·안창림·곽동한)과 2위 1명(김잔디)이 출전해 ‘유도 어벤저스’라 불리며 기대를 모았기에 실망이 더욱 크다.

유도계 일각에서는 “한국 유도의 곪은 부분이 한꺼번에 터졌다”는 반응이다. 전략적인 판단부터 문제가 있었다. 유도 종주국이자 최강자 일본을 지나치게 의식해 꼼수를 쓴 것부터가 패착이었다. 대표팀은 대회 초반부에 일본 선수와 마주치지 않으려면 세계랭킹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해 각종 국제대회 때마다 대표 1진을 부지런히 내보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선수들의 랭킹은 빠르게 올라갔지만 장단점과 플레이 스타일이 경쟁자들에게 고스란히 노출됐다. 체급별로 경쟁 체제를 구축하지 않고 1인자 한 명에게 ‘올인’하면서 경쟁심이 떨어지고 부상 위험이 증가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우리 선수 대부분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달고(또는 숨기고) 리우의 매트에 올랐다는 게 유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기사 이미지

유도 남자 60㎏급 16강전에서 지도패를 당한 뒤 매트 위에 쓰러진 김원진. [리우=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현장 대처 능력도 미흡했다. 남자팀은 지난해 5월 조인철(40) 전 대표팀 감독이 사퇴한 이후 송대남(37)·최민호(36) 등 젊은 코치들이 도맡았다. 스타 출신이지만 지도자 경험이 부족한 코치들의 한계는 실전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유도 관계자들은 우리 선수들이 큰 기술에 걸려 줄줄이 한판패로 무너진 이유에 대해 “전체적으로 자세가 높았다. 무게 중심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수비 동작도 미흡했다”고 입을 모았다. 정작 현장에서는 이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흐름을 읽고 적절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노련한 지도자가 없었다.

근본적으로는 특정 학교가 주도하는 유도계의 파벌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리우 올림픽 대표팀 12명 중 정보경과 김민정을 제외한 나머지 전 체급이 용인대 출신들이다. 지도자 중에서도 송대남 코치를 제외한 전원이 용인대 출신이다. ‘엇비슷하면 용인대, 조금 부족해도 용인대’라는 말이 유도계의 정서를 보여준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김재엽 동서울대 교수는 “선수 선발은 실력 위주로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특정 대학이 중심에 선 게 사실”이라며 “경쟁력을 지키려면 한국 유도가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명한 선수 선발 시스템으로 30년 넘게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양궁의 성공사례를 유도는 배워야 한다.

송지훈 스포츠부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