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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스트리트저널] ⑦ 글로벌 대기업을 들었다놨다 하는 창업가

중앙일보 2016.08.16 00:02
 Serial Entrepreneur(연쇄 창업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연쇄 살인범을 연상시켜서 약간 섬뜩하지만, 새로운 기업을 계속 설립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한 번 창업해서 잘 되기도 힘든데 계속 창업하는 건 큰 능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이런 연쇄 창업가 중에 글로벌 대기업을 들었다놨다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월마트가 최근 33억 달러(약 3조6500억원)에 인수한 제트닷컴의 CEO 마크 로어(46)가 단연 눈에 들어옵니다. 로어는 원래 투자은행에 다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다 스포츠 선수들의 사진과 경기성적 등이 새겨진 ‘스포츠 카드’를 거래하는 사이트를 만들어서 인기를 끌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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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로어 제트닷컴 CEO


 이 사이트는 2001년 미국 최대 수집품 회사인 탑스(Topps)에 인수됐습니다. 이건 그냥 시작일 뿐이었습니다. 로어는 2005년엔 초등학교 친구인 비닛 버라라와 함께 온라인 기저귀 배달회사 다이어퍼스닷컴을 차렸습니다. 
 
 초보 엄마아빠가 육아용품을 신속하게 대량으로 구비해 놓는 게 힘들다는 자신의 경험에 착안한 사업이었는데요. 사업 초기 로어의 영세한 스타트업에 기저귀를 납품하겠다는 업체가 없어 더 힘들었다고 합니다. 로어 본인이 직접 트럭을 몰고 보스턴에서 뉴저지까지 기저귀를 실어나를 정도였으니까요.
 
 다이어퍼스닷컴은 도시 지역의 젊은 부모들에게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래서 로어는 물류 창고를 대도시 인근에 구축해 배송료를 줄이는 한편, 배송 루트를 최적화하는 알고리즘을 도입했고, 물류 창고 오퍼레이션에 키바(Kiva) 로봇을 활용해 상품 입출고를 효율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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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퍼스닷컴은 도시 지역 젊은 부모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다이어퍼스닷컴]



 이렇게 되니 상품만 기저귀와 아기용품으로 한정됐지 전자상거래 큰손 아마존이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아마존은 2011년 다이어퍼스닷컴 등 로어의 회사들을 5억4500달러(약 600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로어는 2년 정도 아마존에서 일하다 회사를 나왔습니다.
 
 지난해 다시 나타난 로어는 노골적으로 ‘아마존 킬러’를 표방했습니다. 아마존에 대적했던 이력 때문인지 제트닷컴은 출범 전부터 세간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로어는 마진을 포기하더라도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많이 확보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특히 코스트코의 멤버십 전략을 활용해 연회비 50달러를 받았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원하는 물건을 다 사고도 연 150달러 정도가 절약되는 형태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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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로어는 아마존과 월마트 모두를 긴장하게 했다. [포브스]



 상품 거래로는 돈 벌 생각을 하지 않고 오로지 연회비 수입만 가지고 사업을 하겠다는 로어의 구상에 다들 호기심반, 의심반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미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이 계속 성장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8일 월마트는 제트닷컴 인수를 발표하면서 제트닷컴이 월 40만명의 새로운 회원을 추가하고 있고, 지난 1년 간의 매출을 볼 때 연간 1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월마트가 제트닷컴 인수로 아마존과의 온라인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적은 편입니다. 월마트의 지난해 온라인 매출 140억 달러는 전체 매출의 3%에 불과하고, 아마존의 1070억 달러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액수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월마트는 디지털 전환을 한다고 하면서도 현재 매출이 월등히 높은 오프라인 영업에 치중해 왔습니다. 더그 맥밀런 월마트 CEO는 제트닷컴 인수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단순히 제트닷컴의 가능성이나 기술을 보고 인수 결정을 한 게 아니다. 마크 로어의 전문성과 새로운 시각, 창업가 정신을 월마트 조직 안에 들여오고 싶었다.”
  
 로어의 창업가 정신은 말로만 개혁을 외치며 옛날 방식을 고집하는 모든 오프라인 조직에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아마존에 이어 월마트까지 휘두르고 있는 로어의 창업가 정신이 앞으로 어떤 결실을 맺을지 기대됩니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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