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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올림픽 개최하면 정말 돈 버나요?

중앙일보 2016.08.16 00:01 경제 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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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금 브라질에서 리우 올림픽이 한창인데요. 그런데 올림픽을 앞두고 개최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합니다. 성화 봉송 때 시위하는 모습도 TV로 보았고요. 올림픽을 개최하면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들었는데 정말로 돈을 많이 버나요?
 

경기장·기간시설 비용 눈덩이…몬트리올·나가노·아테네 빚더미에

브라질 정부 “올림픽으로 경제 부활”
일부 국민은 “적자 늘어 손해” 반발
도쿄 땐 신칸센·고속도로 첫 개통
서울 올림픽도 경제수준 한단계 도약
경기장·교통인프라 과잉투자가 문제
일부선 “개최지 영구 고정하자” 주장

A. 틴틴경제 여러분, 지구 정반대 쪽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펼쳐지는 우리 선수들의 경기에 함께 환호하고 아쉬워하며 밤잠을 설치고 있겠지요. 8월 5일부터 오는 21일까지 17일간 열리는 리우 올림픽엔 역대 최다인 206개국 1만500명의 선수가 출전해 28개 종목에서 금메달 306개를 놓고 실력을 겨루고 있습니다. 다음달 7~18일에는 장애인올림픽인 패럴림픽이 이어집니다.

흔히 스포츠 빅 이벤트인 올림픽은 경제적·정치적 파급력이 크다고 합니다. 올림픽 개최국의 이미지 제고는 경제적인 파급력을 낳고, 많은 국빈이 방문하면서 외교의 장도 열리기 때문이죠. 브라질 정부는 2년 전 개최한 월드컵과 이번 올림픽의 경제효과를 약 60조원, 고용창출은 30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1930년대 이후 사상 최악의 실업률과 양극화 현상을 겪고 있는 브라질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 극적인 경제 부활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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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올림픽 개최지의 수입은 개최 도시를 방문한 선수와 관광객이 먹고 자고 쓰는 데서 발생합니다. 개최 도시 입장에선 스포츠 중계권, 국내외 후원사와의 계약 그리고 입장권 판매 등이 큰 수입원입니다. 직접적인 수입 외에 경기장과 숙박시설을 짓고 도로나 철도, 공항 등 국가 기반시설의 확충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도 있습니다. 1964년 도쿄 올림픽 때에는 도카이도(東海道) 신칸센과 고속도로가 건설됐고, 2008년 중국 베이징(北京) 올림픽 때에는 지하철 노선이 늘어나고 공항이 증설됐습니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규모 스포츠 대회의 성과로 ▶물적 투자 부문 확대 ▶소비 촉진을 통한 성장효과 ▶브랜드 가치 제고에 의한 기회 창출을 꼽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올림픽 시설 공사기간의 고용과 소비 유발 효과는 물론이고 행사 후에도 해당 지역 여건과 경제발전 상황에 따라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한국의 경제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근엔 ‘장밋빛 전망’ 대신 과도한 투자비용에 비해 실익이 크지 않다는 이른바 ‘올림픽의 저주’ 목소리가 큽니다. 우선 스타디움 건설, 도로 정비 등에 막대한 비용이 들고 대회 후 시설 이용에 대한 문제가 부담입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하계올림픽을 개최하는 도시에 최소한 4만 개의 호텔 객실과 1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선수촌을 갖추라고 요구합니다. 리우의 경우 올림픽을 위해 호텔 객실을 1만5000개 더 늘렸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올림픽 관련 시설이 개최 후 흉물로 방치되거나 막대한 유지비용이 투입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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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스미스대학 경제학 교수이자 『지상 최대의 서커스: 올림픽과 월드컵 개최에 숨은 경제적 도박』저자인 앤드루 짐발리스트는 9일 기고 전문매체 프로젝트신디케이트에 게재한 글에서 “올림픽 유치는 쓸데없는 짓”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짐발리스트 교수에 따르면 요즘 하계올림픽 유치비용은 경기장 건설과 보수, 대회운영과 보안유지, 추가 인프라건설 등을 포함해 보통 150억~200억 달러(약 16조~22조원) 사이입니다. 수입에서는 스포츠 중계권 규모가 큽니다. IOC가 75%, 개최도시가 25%를 챙깁니다. 여기에 국내외 후원사, 입장권 판매 등으로 얻는 수익을 합치면 35억~45억 달러로 추정됩니다. 다시 말해 올림픽 유치는 100억~150억 달러 이상 밑지는 장사라는 것이죠. ‘올림픽의 경제적 효과’라는 말 자체가 유효성을 잃었다는 주장입니다.

이 때문에 리우 올림픽이 브라질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관측이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4일(한국시간) 세계적인 수출신용보증회사 오일러 에르메스는 “올림픽 시설 투자와 관광객 증가로 인한 브라질의 GDP 상승효과는 0.05%밖에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인플레이션 증가로 인한 악영향이 더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UBS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올림픽 개최국에 득보다 실이 많은 경우가 생긴다”며 “특히 개발도상국의 경우 선진국보다 올림픽으로 인해 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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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올림픽 개최 후 부채가 쌓인 도시도 상당합니다.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은 엄청난 적자를 기록하여 부채를 갚는 데 무려 30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2004년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은 공항 건설 등에 막대한 돈을 투입했으나 생각만큼 돈이 모이지 않아 그리스 경제위기의 원인이 됐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199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노르웨이의 릴레함메르는 올림픽이 끝난 뒤 호텔의 40% 도산했고, 10조원 이상 적자를 기록한 1998년 일본 나가노 올림픽은 조직위원회가 아예 최종 결산 기록을 불태워버리기도 했습니다. 러시아는 인구 40만 명의 소도시인 소치에 500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이후 스포츠 시설물 14개를 관리하는 데 연간 17억~22억 달러(약 1조9060억~2조466억원)의 비용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영국 옥스퍼드대 사이드 경영대학원의 앨리슨 스튜어드 박사는 “올림픽 개최는 결혼식과 같아 쓴 돈만큼 돌려받기 어렵다”고 비유했습니다.

이 때문에 2000년대 이후 올림픽 유치 열기는 식어가는 추세입니다. 2004년 올림픽에 유치 의사를 보인 나라는 11개국이었지만 2020년 개최엔 5개국으로 줄었습니다. 브라질에서 일어난 개최 반대 여론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달 19일 브라질 여론조사기관 다타폴랴가 성인 279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약 50%가 올림픽 개최에 반대했습니다. 코파카바나 해변을 따라 이어지는 성화 경로에도 3000명 규모의 시위대가 집결해 성화 봉송 주자의 길을 막으며 올림픽 개최 반대를 외쳤습니다.

시위 참가자들은 “브라질 정부는 의료·교육·사회복지 프로그램 예산을 빼내 올림픽에 투자했다”고 항의하며 “지금으로부터 한 달만 지나고 저 큰 건물들과 경기장들은 쓸모없는 것들이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형주 연구위원은 “이미 물리적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진 곳에서는 신규 투자의 효과가 훨씬 적을 수밖에 없고, 인구에 비해 과다한 투자가 이뤄질 경우 행사 종료 후에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도 상당하다”며 “최근 대규모 스포츠 행사의 경제적 효과가 자꾸 줄어드는 것도 이런 이유들과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이 때문에 ‘개최지 영구고정제’ 주장도 등장했습니다. 미국 보스턴의 올림픽 개최 보이콧을 이끈 크리스 뎀프시는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와의 인터뷰에서 “1개 도시로 영구히 고정하거나, 몇몇 도시로 분산해 고정하는 방식 등 올림픽에 대한 새로운 사업모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피에르 쿠베르탱 남작이 올림픽을 부활시킬 때만 해도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대륙을 넘나드는 비행기는 상상할 수 없었다”며 “지구촌은 좁아졌고 거실에서 TV를 통해 올림픽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한참 전에 도래했음에도 IOC는 여전히 19세기 사고방식을 집착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우리나라도 2년 후 평창 동계올림픽을 개최합니다. 예산이 당초 8조8000억원에서 13조원으로 47%(4조2000억원) 증가하면서 이미 ‘돈 먹는 하마’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인구 4000명의 강원도 횡계리에 1226억원짜리 3만5000석 규모의 개·폐회식장 건설, 600억원을 들인 식수전용 댐 등 과잉 투자도 심각한 수준이라는 비판입니다.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내실 있는 프로그램 개발과 개최 후 시설 이용 계획을 촘촘하게 짜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리우 올림픽 개막식 행사는 화려한 특수 효과와 첨단 장비는 적었지만, 브라질 특유의 열정과 아이디어를 살려 축제 분위기를 돋우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입니다. 브라질이 이번 개막식과 폐막식 행사에 투자하는 비용은 5590만 달러. 2008년 베이징올림픽의 20분의 1, 2012년 런던올림픽의 12분의 1밖에 되지 않습니다. 솔트레이크시티의 11개 경기장 중 새로 지은 건물은 3개에 불과했습니다. 선수 숙소로 인근 대학교의 기숙사를 활용하는 등 지출을 최소화했습니다. 18개월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에 좋은 모델입니다.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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