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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수입차 온라인 판매 거부 군색한 이유

중앙일보 2016.08.16 00:01 경제 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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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환
경제부문 기자

왜 자동차는 온라인에서 살 수 없을까. 소셜커머스 업체 티켓몬스터(티몬)가 던진 질문이다. 티몬은 지난 8일 영국의 유명차 ‘재규어 XE’ 20대를 온라인을 통해 정상가보다 700만원 싼 4000만원 대에 내놨다. 그동안 수입사(수입)와 딜러사(판매)를 통해서만 살 수 있던 수입차를 온라인에서 판매한 건 처음이었다. 준비한 물량은 판매 3시간 만에 ‘완판’됐다.

볼보·BMW·현대 등 해외서 운영
“이미지 하락” 주장 설득력 적어


하지만 판매는 해프닝으로 그쳤다. 이번 판매는 티몬이 SK엔카직영을 통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딜러사인 아주네트웍스의 물량을 받아 진행했다. 그런데 티몬 판매 직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아주네트웍스 측은 “온라인 판매에 대해 들은 바 없다. 차량을 공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규어를 주문했지만 실제 차량을 인도받기 어렵게 된 것이다.

이를 두고 인터넷 자동차 동호회에선 ‘재규어 유령차 사건’이라며 “수입차 전시장마다 영업사원만 수십 명씩 있는데 운영비가 다 차 값에 반영되는 것 아니냐. 들쭉날쭉한 할인 폭 때문에 고민할 필요 없이 온라인으로 차를 싸게 살 수 있는 기회였는데 아쉽다”고 했다. 티몬 측은 “직접 신차를 구입해서라도 구매자에게 인도하겠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 상황을 놓고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티몬이 온라인에서 차를 파는 ‘도발’을 저지르자 업계가 ‘앗 뜨거’한 모양새”라며 “폐쇄적인 수입차 유통 구조가 빚은 촌극”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진출을 앞둔 테슬라의 주력 판매 채널은 온라인이다. 소수의 오프라인 직영 매장은 전시·체험 위주로 운영한다. 올 초 온라인을 통해서만 주문·접수받은 전기차 ‘모델3’는 사전계약 돌풍을 일으켰다.

한 수입차 관계자는 “온라인으로 판매하면 브랜드 이미지가 깎인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에선 볼보가 이미 2014년 8월 유럽에서 온라인을 통해 신차 사전계약을 받았다. BMW도 지난해 말 영국에서 시범적으로 온라인 판매를 도입했다. 현대차도 유럽에서 온라인 몰을 운영한다. 구찌·프라다·페라가모 같은 패션 브랜드도 온라인에 빗장을 열었다.

이번 논란을 오히려 정보기술(IT) 강국답게 자동차 온라인 판매를 확산하는 기회로 삼으면 어떨까. 불투명한 자동차 유통 구조를 혁신해 소비자 신뢰를 얻는 계기도 될 수 있다. 수입차만 굳게 빗장을 걸어잠그기에 이미 온라인에선 너무 많은 것을 팔고 있다.

김기환 경제부문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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