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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퇴 시대 버킷 리스트] 은퇴한 부부, 55일간 자동차로 8700㎞ 국토대장정

중앙일보 2016.08.15 00:27 종합 2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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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전국 자동차 여행 중에 경남 거제의 한려해상국립공원 내 해상농원 ‘외도 보타니아’를 찾은 조남대(오른쪽)·박경희씨 부부. [사진 조남대]

“시간에 쫓기듯 살다가 제대로 쉼표를 찍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부인과 함께 55일간 국토 대장정을 다녀온 조남대(60)씨 얘기다.

공무원 출신 조남대씨 부부 인생 2막
고성~해남~제주 전국 한 바퀴
꼼꼼하고 소박한 여행담 책도 내
“새만금방조제 야영 가장 인상적
도전 없는 삶은 죽은 것과 같아”

지난해 7월 한 달 동안 그는 차를 운전해서 동해 최북단인 강원도 고성부터 남해안과 서해안으로 전국을 한 바퀴 돌았다. 겨울엔 배에 자동차를 싣고 제주도로 넘어가 25일 동안 섬 구석구석을 여행했다. 전체 이동 거리만 8716㎞에 이른다. 단순한 관광이 아니었다. 평생을 국가정보원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다 지난해 6월 퇴직한 조씨가 같은 시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정년을 맞은 부인 박경희(59)씨와 떠난 반퇴(半退) 여행이었다. 지난 10일 서울 서대문역 인근 커피숍에서 만난 조씨는 “앞으로 30~40년간 여생을 어떻게 보낼지 답을 찾기 위해 떠난 여행이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이들의 여행담이 책 『부부가 함께 떠나는 전국 자동차 여행』으로 출간됐다. 전국을 다니며 느낀 내용을 일지 형식으로 기록한 책이다. 지역별 관광지는 기본이고, 입장료·숙박비 등 여행 경비를 10원 단위까지 공개했다. 이 책만 있어도 전국 주유(周遊)가 가능할 정도다.

부부의 여행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아 소박하고 자유로웠다. 준비물은 8절지 크기의 전국 지도와 2008년형 그랜저TG가 전부였다. 지도엔 부부가 가보지 않은 곳을 표시해뒀다. 이조차도 큰 일정만 정해놓고 그때그때 가고 싶은 관광지를 찾아갔다. 조씨가 퇴직하자마자 부부는 곧바로 강원도로 향했다. 그는 “통일전망대를 구경하기 위해 떠났지만 가는 길목에 평화의 댐을 둘러보고, ‘화천 꺼먹다리’라는 특이한 이름의 다리에서 경치를 감상하며 자유롭게 이동했다”며 “한 달간 이렇게 들른 곳이 50개 시·군의 117개 관광지였다”고 말했다.

그는 여행 중 처음으로 야영을 했던 군산 새만금방조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군산 야미도에서 부안까지 33.9㎞에 이르는 긴 방조제 가운데 작은 섬을 깎아 만든 오토캠핑장이다. 조씨는 “해가 지자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리고 파도 소리만 들렸다”며 “신기하게 마음이 편안해져 지난 시간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인은 겨울에 떠난 제주도 여행 얘기를 자주 꺼낸다. 책 맺음말에서도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뒤 더 멋지게 살고 싶은 의지가 생겼다고 박씨는 회고했다. 그는 “황무지였던 땅을 분재 정원으로 바꾼 성범영 원장, 일제가 판 땅굴을 복원해 평화박물관을 만든 이영근 관장 등 제주도에서 만난 멋진 분을 보며 많이 배웠다”며 “도전하지 않은 삶은 죽은 것과 같다”고 했다.

여행을 다녀온 뒤 부부가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부부가 어떻게 한 달 넘도록 여행을 다닐 수 있느냐”였다. 조씨는 “대접받으려 하지 말고 먼저 아내를 배려하면 싸울 일이 없다”고 말했다. 여행 업무를 나누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올해 2막 인생을 열었다. 조씨는 올 초 국정원 근무 경험을 살려 전쟁과평화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일하는 동시에 의료관련 기업인 중한건강의료발전위원회 행정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새 일자리를 찾았으니 여행 때 결심한 대로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도 시작할 계획”이라고 했다. 부인은 최근 서울 서초구청에서 주관하는 ‘건강부모교육’ 과정을 끝낸 후 손녀 돌보기에 정성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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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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