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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각부-BOJ 2014년 일본 GDP '31조엔' 차이…왜?

중앙일보 2016.08.11 18:52

2014년 일본 경제는 성장했나 아니면 뒷걸음쳤나. 헷갈리는 상황이 터졌다.

국내총생산(GDP) 산출 방법을 두고 일본 내각부와 일본은행이 충돌했다. 일본은행이 지난달 보고서에서 2014년 GDP 성장률은 2.3%(실질기준)였다며, 0.9%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는 내각부 발표와 다른 통계치를 내놓은 것이다. GDP를 공식 산출하는 기관은 내각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GDP 통계를 두고 일본은행과 내각부 간에 논쟁이 발발했으며, 파문이 커지고 있다”고 6일과 9일 두 차례 걸쳐 보도했다. 논란은 일본은행이 촉발했다. 일본은행은 7월 20일 ‘세무데이터를 이용한 분배 측 GDP 시산(試算)’ 보고서에서 2014년 GDP가 556조 엔을 기록해 내각부가 발표한 525조 엔과 31조 엔(약 336조원)의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31조 엔은 일본 GDP의 5.9%에 해당하며, 싱가포르의 GDP 2946억 달러(약 327조원)와 맞먹는 규모다.

GDP는 생산·지출·분배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산정할 수 있다. 생산은 부가가치의 총합을, 지출은 가계소비와 투자를, 분배는 소득과 영업잉여금 등을 더해서 구한다. 어떤 식으로 산정해도 같은 결과가 나와야 한다. 한 경제의 생산과 소득·지출의 합은 같다는 ‘국민소득 3면 등가의 원칙’ 때문이다.

내각부는 지출과 생산 측면을 중심으로 GDP 지표를 생산해왔다. 반면, 일본은행은 국세청의 세무데이터를 활용해 '분배' 측면에서 접근했다. 납세 의무가 있는 개인·법인의 소득 통계가 모두 잡히며, 자신의 소득과 세금을 과다 신고하는 경우가 희박하기 때문에 수치가 부풀려질 염려가 적다는 것이 그 이유다. 보고서는 내각부가 그동안 분배를 일종의 보조 통계로만 활용해 왔기 때문에 소득 등 구성 통계의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내각부에서는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통계 해석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는 사카마키 데츠로 내각부 총괄정책연구관의 발언과 “민간이라면 좋은 시도라고 평가할 순 있겠지만, 일본은행이라면 얘기가 다르다”는 또 다른 내각부 간부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그러나 현지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의 보고서에 우호적인 분위기다. 니시무라 키요히코 도쿄 대학 교수는 “눈부시게 변하는 경제를 어떻게 파악하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본에선 지난해부터 GDP 통계를 신뢰할 수 있느냐는 논란이 제기돼왔다. 2014년 기업의 영업이익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한편 소비세 인상으로 세수가 대폭 늘었지만 GDP는 되레 감소했기 때문이다.

통계의 다양성을 얻기 위해 미국도 세무데이터 등 행정 기록을 이용해 GDP를 별도로 추정해 공표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아직 일본 내각부와 비슷한 방식으로 GDP 통계를 내고 있다. 기준은 생산 측면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생산에만 치우친 GDP는 불완전한 통계며, 소득·소비를 중심으로 한 가계의 삶의 질을 측정하는 지표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지평 LG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일본은행의 분석이 타당하다고 볼 순 없지만, GDP 통계는 태생적으로 오차가 있다”며 “실제 경제 생활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보완적 통계 개발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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