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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인사이트] 유럽연합 두 배나 되는 중국이 분열하지 않는 이유는

중앙일보 2016.08.10 00:43 종합 2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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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중국법학과 교수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되기 전이다. 홍콩의 마지막 총독 크리스 패튼은 매일 아침 잠에서 깨면 측근에게 묻곤 했다. 덩샤오핑(鄧小平)이 무사하냐고. 행여 고령의 덩이 사망하면 중국이 분열되고 그런 혼란이 일면 홍콩을 중국 품에 넘겨줘도 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중국은 현재 건재한데 영국은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는 ‘브렉시트’의 길을 밟고 있다. 유럽보다 더 큰 중국이 쪼개지지 않는 이유는 뭔가.

1991년 12월 25일 소련이 해체되자 서구의 시선이 중국으로 쏠렸다. 마지막 남은 동방의 공산주의 대국 중국의 운명은 과연 어찌 될까? 그런 눈길에는 중국 또한 붕괴하지 않을까, 붕괴하면서 몇 개의 나라로 나뉘지 않을까, 그것도 한 자릿수가 아닌 두 자릿수가 되지 않을까 등 갖가지 억측이 깔려 있었다. 이 같은 중국 분열의 시나리오는 천하대란에서 민족별 분열, 지역별 연방화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이었다. 이후 덩샤오핑 사망 등 중국에 불길한 사건이 생길 때마다 서구에선 중국 붕괴론이 고개를 들었다.

중국 분열은 픽션, 유럽 분열은 다큐

그러나 웬걸, 91년부터 쪼개지기 시작한 건 중국이 아니라 유럽 남동부에 자리한 유고슬라비아연방공화국이었다. 그해 6월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가 연방으로부터 분리 독립한 후 마케도니아도 독립의 길을 걸었다. 93년엔 유럽 중부의 체코슬로바키아가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나뉘었다. 지난 6월 말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은 또 다른 유럽 분열의 신호탄이 될 공산이 크다. 영국의 스코틀랜드와 스페인의 카탈루냐 등이 분리 독립을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젠 유럽연합의 붕괴 정도가 아니라 유럽 각국의 분열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그렇다면 유럽 분열은 현실인 다큐에 해당하고, 중국 분열은 허구인 픽션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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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분열되지 않는 이유는 무얼까. 관성과도 같이 중국의 역대 지도자들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천하통일(天下統一)’의 정신을 꼽을 수 있다. 유비와 관우, 장비가 복숭아 꽃밭 아래서 의형제를 맺으며 굳게 다짐한 게 하나 있었다. 바로 ‘천하통일’이다. 제갈공명이 유비에게 바친 ‘천하 3분(天下三分)’의 계략 또한 천하통일을 도모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나. 공명이 후세 사람들로부터 추앙받는 이유도 그가 못다 이루고 죽은 천하통일이란 목표에 있었다. 천하통일이라는 이룰 수 없는 꿈을 꾸었고, 천하통일을 위해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웠던 공명의 초인적 의지와 충심이 후인의 심금을 울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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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통일은 진시황이 기원전 221년 처음으로 일궈낸 핵심어이자 중국의 시공을 통째로 꿰뚫는 모노레일이다. 진시황 이후 2016년 오늘날까지의 중국 역사 2237년을 계량화하면 통일 기간은 1633년으로 약 73%를 차지하고 분열기는 604년으로 약 27%가 된다. 통일 시기가 압도적으로 길었다. 진(秦)에서 한(漢)과 수(隋), 당(唐), 송(宋), 원(元), 명(明), 청(淸), 그리고 현대 중화인민공화국을 관통하는 제1의 국시(國是)는 천하통일의 유지와 발전이었다. 삼국시대와 남북조시대, 5대10국의 분열기는 물론 20세기 군벌 할거 시기에도 모두 자신을 중심으로 한 통일을 외쳤지 분리 독립을 주장하지는 않았다. 이처럼 천하통일은 중국의 시공을 일관하는 가장 뚜렷한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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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서 동양의 『삼국지』에 맞먹을 만큼 환영받는 고전은 실러의 『윌리엄 텔』이라 할 수 있다. 유럽 여러 나라 학생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다. 윌리엄 텔은 자기 아들의 머리 위에 올려놓은 사과를 화살로 쏘아 맞힌다. 명사수였던 그가 아들의 생명을 담보 삼아 쟁취하고자 했던 건 다름 아닌 스위스의 ‘분리 독립’이었다. 어찌 보면 분리 독립은 서기 286년 로마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가 로마를 동서로 분할한 이래 최근의 브렉시트에 이르기까지 유럽을 하나로 꿰뚫고 있는 키워드다. 유럽에서의 통합과 분리시대 비율은 중국과 정반대다.

로마의 기독교와 진시황의 법가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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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하나가 아니었던 여러 개를 하나로 합치는 것은 통합이다. 로마의 통합이 한 예다. 반면에 원래 하나였던 게 여러 개로 나뉘어졌다가 다시 하나가 되는 것을 통일이라고 한다. 진시황의 통일이 그렇다. 통합은 동화시키는 것이고, 통일은 일치시키는 것이다. 로마는 세계를 세 번 통합했다. 첫 번째는 군사력, 두 번째는 법률 특히 사법(私法)으로, 세 번째는 종교(기독교)로 지중해 연안 각지를 통합했다. 진시황은 천하를 세 번 통일했다. 첫 번째는 역시 군사력으로, 두 번째는 법률 특히 공법(公法)으로, 세 번째는 사상(법가)으로 7국을 통일한 것이다. 군사력이 하드파워라면 법률과 종교, 사상은 소프트파워다. 이 소프트파워의 차이가 바로 유럽과 중국의 현재 차이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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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는 개인의 이익에 관한 법, 사법으로 유럽을 통합시켰다. 반면에 중국은 국가의 조직에 관한 법, 즉 공법으로 대륙을 통일시켰다. 법을 부국강병과 국가의 조직력 강화에 쓰는 도구로 집중 활용하려는 중국에 비해 로마의 국가 조직력은 느슨할 수밖에 없었다. 로마는 통일제국이긴 하지만 도시연방국가 성격이 짙다. 도시마다 경찰권과 사법권을 비롯해 공공토목공사와 사회복지사업, 종교문제 등에서 자율권을 가졌다. 로마제국은 많은 도시가 블록을 연결시켜 세팅한 거대한 레고의 집합체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진시황은 통일과 부국강병을 위한 도구로서의 공리주의적인 법률관에 입각해 전국을 36개의 군(郡)으로 나눈 뒤 다시 그 아래 여러 개의 현(縣)을 두는 군현제(郡縣制)를 실시했다. 중앙에서 직접 관리를 파견해 다스림으로써 지속적인 통일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런 중앙집권적 지방행정조직은 21세기 중국에까지 거의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중국의 행정구역은 성(省)급 31개, 지(地)급 333개, 현(縣)급 2853개다.

누비이불의 중국과 레고 세트의 유럽

유럽의 통합은 동화시키는 것이다. 동화는 같아지는 건데 부단한 동일화 과정이 필요하다. 그 동일화 과정은 국가 시스템만으론 어렵다. 종교가 필요하다. 유럽인은 이제까지 두 가지 세계의 지배를 받아 왔다. 그들은 삶의 외피에선 국가의 지배를 받고 내면의 세계에선 종교의 지배를 받아온 것이다. 유럽 사회는 교회 제도가 국가 안에 녹아들었다. 유럽은 기독교라는 종교적 통합이 있었기에 정치적 통일은 그만큼 절실하지 않았다. 반면에 공자는 “삶도 모르는데 죽음을 어찌 아느냐”고 말했다. 유럽 문화는 현재와 내세가 대립하는 세계를 창조했지만 중국 문화에선 현세와 이승만 있을 뿐 내세와 피안 따위엔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진시황은 인간을 교화시키기 위해선 예나 도덕만으론 부족하다고 보고 엄격한 기준에 기대는 법가를 채택했다. 진시황 이래 중국의 전통적인 지배층, 즉 문사(文士)의 생애 사이클은 유가와 법가, 도가의 순으로 이어진다. 문사들은 우선 관리가 되기 위해 유가 경전을 읽었다. 관리가 되고 나면 조직과 활동에 의해 법가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퇴직 후엔 자연으로 돌아가 도가를 좇았다. 진시황이 법가사상에 기반해 구축한 법제는 내란으로 분열되더라도, 또 다른 민족에게 정복당해 붕괴되더라도 다시 통일의 구심력을 회복할 수 있는 저력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중국에선 군주를 바꾼 일은 있어도 국가의 조직법, 즉 정치제도를 폐지한 적은 없다. 로마제국이 게르만족을 비롯한 야만인의 공격으로 국어나 국법, 풍속이 파괴돼 결국은 멸망하고 여러 나라로 분열된 것과 비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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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시공에선 ‘분리 독립’이 오늘날의 유럽을 하나로 관통하는 핵심어인 반면 천하통일은 중국의 시공을 일관하는 모노레일에 해당한다. 또한 개인의 권익 중심인 사법과 영혼의 평온을 위한 종교로 통합한 유럽의 각국이 붙였다 뗐다가 가능한 레고 세트와 같다면 국가의 조직법과 법가사상으로 뭉쳐진 중국은 억지로 찢어내지 않고선 분리시킬 수 없는 누비이불과 같다. 14억 인구와 한반도 40배가 넘는 영토를 하나로 묶는 중국의 힘은 천하통일이라는 구심력에 근거한 포용성의 제도화에서 나온다. 21세기 우리의 국가 과제는 국가 통합과 민족 통일이다. 거대 중국이 도대체 어떤 접착제를 마련해 통일을 유지하며 발전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통일을 추구하는 우리에게 절실한 시점이다.
 
◆강효백=경희대 법대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12년 동안 외교관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학문은 세상의 모든 마침표를 물음표로 바꾸는 데서 시작한다’는 좌우명을 갖고 있다. 『중국의 슈퍼리치』 등 중국과 관련된 17권의 책을 냈다.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중국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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