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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이름으로'…장기이식 남성과 함께한 감동의 결혼식

중앙일보 2016.08.09 22:36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한 교회에서 열린 작은 결혼식이 세계인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10년 전 살해당한 심장 기증자 대신 딸 손잡고 결혼식 입장

10년 전 비극적인 살인사건으로 죽은 아버지의 심장을 이식 받은 남성이 기증자를 대신해 신부의 아버지 역할을 대신했다.

미국 피츠버그의 라디오방송 KDKA에 따르면 초등학교 교사 제니 스테피언(33)은 최근 미국 서남부 펜실베이니아 주 스위스베일의 성 안셀무스 교회에서 결혼했다. 결혼식날 제니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들어선 사람은 아버지가 아닌 아서 토마스(72)란 남성이었다. 뉴저지 주에 사는 아서는 제니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기꺼이 스위스베일로 달려왔다.

두 사람의 인연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니에겐 악몽이고 아서에겐 천운이었다. 제니의 아버지 마이클 스테피언은 2006년 퇴근길에 10대 강도에게 총격을 당해 숨졌다. 당시 심부전증을 앓고 있던 아서는 죽음의 문턱에 서있었다. 심장을 이식 받지 못하면 단 몇 일도 살 수 없는 위급한 상태였다. 그때 마이클의 심장을 이식 받아 건강을 되찾았다.

제니는 결혼을 앞두고 아서에게 편지를 보냈다. "결혼식에 내 아버지의 영혼과 몸의 일부(심장)가 함께 했으면 좋겠다"며 아서가 자신의 결혼식에 참석해주길 부탁했다.

아서는 기꺼이 제니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자신에게 생명을 나눠준 사람의 딸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아서는 마이클을 대신해 제니의 손을 잡고 식장에 들어섰다. 제니는 "온 가족이 지금 여기에 있다. (아버지를 포함한) 모두가 여기에 같이 있다"며 행복에 겨운 눈물을 흘렸다.

하객들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부였다"며 감동했다.

제니와 아서가 결혼식장에 들어서는 장면은 유튜브를 통해 전파돼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선 이런 감동적인 스토리가 나오기 어렵다.

국내 장기 기증 원칙상 기증자와 수여자를 모두 비밀로 하기 때문이다.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의 비밀 유지 조항 때문이다. 이런 아름다운 미담이 나오려면 장기기증 홍보를 위해 당사자들이 동의한 경우에만 가능하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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