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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뉴슨, 루이비통 트렁크를 디자인하다

중앙일보 2016.08.09 15:27
전통·현대 결합 트렁크 선보인 산업디자이너 마크 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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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디자인한 루이비통 여행용 트렁크를 안고 있는 마크 뉴슨. 중앙에 있던 익스텐더블 케인(길이 조절이 가능한 손잡이 부분)을 가장자리로 옮겨서 트렁크 내부 유용 공간을 15% 증가시켰다.

애플의 디자이너라고 하면 스티브 잡스(1955~2011) 스스로 '영적인 파트너'라고 불렀던 조너선 아이브 애플 부사장만 떠올리지만 사실 애플엔 아이브만큼 걸출한 디자이너가 한사람 더 있다. 카림 라시드, 필립 스탁과 함께 세계 3대 산업디자이너로 꼽히는 마크 뉴슨(53)이다.

2014년 애플에 합류하기 전 이미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100인(2005년)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 그가 올 여름 루이비통을 위해 혁신적인 여행용 트렁크를 내놓았다. 1854년 프랑스 파리 귀부인들의 드레스를 옮기기 위해 크고 견고한 여행용 트렁크를 최초로 만든 루이비통의 유산을 계승하면서도 뉴슨 특유의 현대적 감각을 잘 살려냈다는 평이 나온다. 볼펜에서부터 스마트폰, 제트 여객기에 이르기까지 종횡무진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선보여온 마크 뉴슨을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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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태어난 마크 뉴슨은 시드니 칼리지 오브 아트에서 보석과 조각을 전공했다. 그가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1988년 ‘록히드 라운지(Lockheed Lounge)’의자가 호주 공예협회 디자인 어워드를 받으면서부터다. 유리섬유로 형태를 만들고 그 위에 얇은 알루미늄판을 씌워 고정시킨 이 의자는 항공기 동체를 연상시키는 실버 금속소재와 유선형 라인 덕분에 ‘미래지향적 디자인’으로 주목받았다. 93년 마돈나의 뮤직비디오 ‘레인’에 등장하면서 세계적인 유명세를 탔고, 2009년 런던 필립스 경매에서 19억원에 팔리며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다.

록히드 라운지에서 알 수 있듯 마크 뉴슨 디자인의 특징은 미래지향적 미니멀리즘이다. 제트 여객기(케빈 40)부터 자동차·의자·보석·시계·토스트기·볼펜·신발 등 그가 디자인한 제품은 모두 먼 미래의 SF 영화를 연상시킨다. 차가운 금속성 소재를 주로 이용하지만 형태는 물 흐르듯 부드러운 곡선이라 편안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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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14년까지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 열렸던 개인 전시. 마크 뉴슨이 디자인한 제품만으로 거실·주방·침실·화장실은 물론 아이들 방까지 꾸민 것이 전시 콘셉트였다.

그러다보니 디자인 트렌드를 선도하고픈 글로벌 브랜드가 앞 다투어 협업을 요청한다. 생활용품 브랜드 알레시부터 나이키 운동화, 마지스 가구, 테팔 주방용품, 돔 페리뇽 샴페인 병, 예거 르쿨트르 시계, 콴타스항공 A380 인테리어 및 기내용품까지 다양한 브랜드가 마크 뉴슨과 협업했다. 2013년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은 그의 디자인 중 집과 관련한 것만 모아 전시했는데 거실·주방·침실·화장실은 물론 아이들의 방까지 꾸밀 만큼 제품 수와 종류가 방대하고 다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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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디자인팀과 함께 작업한 아이폰6. 뒷부분 상단의 절연 띠가 마크 뉴슨의 아이디어라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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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나이키와 협업한 운동화 ‘즈베즈도츠카’. 러시아 우주선 스푸트니크호에 태웠던 개의 이름을 땄다. 구멍이 숭숭 뚫린 겉신과 메시 소재로 된 덧신, 두 겹으로 구성된 게 특징이다.

절친인 조너선 아이브와 함께 애플 디자인을 작업을 하면서도 그는 현재 영국 런던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별도의 회사 마크 뉴슨을 운영하고 있다.

-루이비통과 함께 협업한 계기는.
"디자인을 시작한 30여년 전부터 늘 멋진 여행용 가방을 디자인 해보고 싶었다. 여행을 많이 다니는 편이라 디자이너가 아닌 소비자로서 실용적이고 아름다운 트렁크를 디자인할 수 있다고 늘 자신해 왔다. "

-여행은 당신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나. 이미 2005년 샘소나이트의 '스코프'라인 등을 디자인하며 트렁크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현했던 걸로 안다.
"내가 누리는 가장 큰 사치가 바로 6주간의 여름 휴가다. (※그는 이 서면 인터뷰 후 곧바로 휴가를 떠났다. ) 평범한 여행뿐 아니라 색다른 모험도 늘 꿈 꾼다. 아직 우주에 가보지 못한 게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후회하는 일이다. 다시 태어난다면 우주 비행사가 되고 싶다. 문학작품 속에서 영웅을 찾으라면 단연 쥘 베른의 『해저 2만리』에 나오는 네모 선장이다. "

-이번에 선보인 롤링 트렁크는 기존의 것들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새로운 방식의 자체 강화 폴리프로필렌 소재를 사용해 견고하면서도 매우 가볍다. 미니 사이즈(세로 50cm)는 2.7kg, 캐빈 사이즈(세로 55cm)는 3kg에 불과하다. 트렁크 중간에 위치했던 익스텐더블 케인(트렁크를 끌 수 있게 길이 조절이 가능하게 만든 손잡이)의 위치를 트렁크 가장자리 쪽으로 옮기면서 구조는 더욱 견고해졌고, 내부 공간은 튀어나오는 부분 없이 편평해져서 짐을 넣기가 훨씬 편해졌다. 트렁크 구조 자체에 내장형으로 디자인한 양쪽 모서리 경첩을 달아 루이비통의 전통적인 하드 트렁크처럼 180도로 여는 게 가능해졌다. "

-이번 트렁크의 디자인 영감은 어디서 얻었나.
"내가 여행용 트렁크를 사용할 때마다 짜증났던 것들을 먼저 떠올렸다. 트렁크 바깥쪽보다 안쪽을 더 신경 쓴 것도 그 때문이다. 여행용 트렁크라면 물건을 잘 넣을 수 있는 효율적인 공간 디자인이 먼저 아닌가. 지난 30년 동안 익스텐더블 케인 때문에 트렁크 바닥이 고르지 못한 게 늘 불만이었다. 바닥이 평평하지 않으니까 짐을 차곡차곡 쌓을 수도 없었고 그만큼 공간 효율성이 떨어졌다. "

-당신의 미래지향적 디자인과 루이비통의 전통과의 접목이 힘들진 않았나.
"전혀. 루이비통의 장인정신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디자인을 고민하고 제품을 완성하는 18개월 동안 내린 결론은, 이 트렁크는 루이비통 제품이지 나만의 작품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공항과 거리에서 이 트렁크를 본 누군가가 나를 떠올리는 것도 물론 멋진 일이다. 하지만 루이비통 DNA가 잘 반영되도록 디자인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

-어떤 여행 트렁크를 실제로 사용하고 있나.
"공항에서 짐을 부치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가능한 기내에 갖고 탈 수 있는 트렁크를 쓴다. 체크인 한 트렁크를 잃어버린 기억이 있기 때문에 강박적으로 기내에 휴대할 수 있는 캐빈 사이즈 트렁크 안에 필요한 모든 짐을 다 구겨 넣으려고 한다. 그래서 내겐 더더욱 필요한 물건들을 다 넣을 수 있는 가볍고 튼튼하면서 사이즈도 작은 트렁크 디자인이 절실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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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뉴슨의 첫 작품이자 그를 유명하게 만든 대표작 ‘록히드 라운지’ 의자. 93년 마돈나의 뮤직비디오 ‘레인’에도 등장했다.

-불편함이 디자인의 영감인가 보다. 새로운 디자인을 구상할 때의 과정이 궁금하다.
"모든 창작은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나는 짧은 순간 아주 단순한 생각도 많이 하지만 오래도로고 골똘히 무언가에 깊이 빠져 생각하기도 하다. 장시간 비행기를 탈 때도 영화를 보는 경우는 드물다. 보통 가만히 앉아 천장을 바라본다. 헛된 공상 일지라도 내게는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머리와 마음으로 하는 ‘상상의 낙서’라 할 수 있다. "

-그 '상상의 낙서'가 제트기부터 보석, 주방용품까지 정말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디자인할 수 있는 원천인가.
"사실 재료와 크기만 바뀔 뿐 일반적인 모든 것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게 내 디자인의 원칙이다. 큰 보트를 디자인하는 것과 작은 펜을 디자인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를 게 없다. "

-당신 디자인은 특별히 남성적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여성적인 특징도 없다. 문득 당신이 좋아하는 여성의 특성이 뭔지 궁금하다.
"논리(Logic)다. "
※ 특이한 답이었지만 더이상의 설명은 없었다.

-내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제품 하나를 꼽는다면.
"매우 단순한 디자인의 하드커버로 제작된 A4 사이즈의 노트와 만년필이다. 스프링 달린 공책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종이는 잉크가 적당히 스며들 수 있을 정도로 두꺼워야 제 맛이다. 만년필은 쓸수록 펜촉 모양이 사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각도가 바뀌면서 손에 익는다. 그래서 만년필은 절대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지 않는다. "

-훌륭한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게 뭘까.
"생활용품을 위한 산업 디자인은 일상에 던져진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같다. 한 가지에만 전문화한 사고방식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주변에 있는 것들을 아우르는 능력이 필요하고, 영화·음악·미술·패션과 같은 현대 문화에서 고르게 영향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요즘 디자인 중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자동차 디자인이다. 한때 자동차 디자인은 당대의 문화와 삶을 캡슐처럼 담아내는 훌륭한 작품이었지만 요즘에는 전보다 못한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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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팽했던 캔버스 한가운데를 칼로 찢음으로써 새로운 공간 확장을 보여준 루치오 폰타나의 작품.

-당신의 열정을 자극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탈리아의 화가이자 조각가인 루치오 폰타나(Lucio Fontana)의 작품을 볼 때면 항상 마음속에서 작은 불씨가 일어난다. "

-요즘 즐겨 쓰는 모바일 앱은.
"플라이트레이더24(Flightradar24)이다. 실시간으로 이동하는 세계의 모든 비행기를 추적할 뿐만 아니라, 어떤 종류의 비행기가 어떤 속도와 고도 그리고 어디로 향해 가는지 상세히 알 수 있다. 매번 놀라운 기술력을 실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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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뉴슨
1963 호주 출생
1984 '시드니 컬리지 오브 아트' 졸업
1986 '록히드 라운지' 호주 아트 협회 수상
1997 런던으로 이주 '마크 뉴슨' 사 설립
2004 나이키와 협업 '츠베즈도카' 신발 디자인
2005 타임지 '세상에 영향을 끼친 100인' 선정
2013~2014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 첫 개인전
2015 애플 사 디자인팀 합류 '애플 워치' '아이폰6' 디자인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 이번 10일을 시작으로 격주 수요일마다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섹션 '강남인류(江南人流)'가 옵니다.

평소 시를 즐겨 읽는 편은 아닙니다. 그런데 우연히 시 창작 수업 내용을 시 형식으로 정리한『이성복 시론』을 펼쳤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시'와 '시인'이라고 쓰여진 자리에 '기사'와 '기자'를 대신 써넣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만큼 유사했기 때문입니다. 이성복 시인은 시가 뜻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을 상정해 이렇게 조언합니다.

"모든 허물은 나에게 있다 하지요. …독자에 대한 나의 생각과 태도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러닝 소매에 머리를 집어넣으려는 아이나 뭐 다르겠어요. "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피상적인 사고밖에 안 나와요. …진정성을 가지고 뒤집으면, 모든 게 뒤집어져요. …시가 안 되면 나에게 뒤집음이 있는지 살펴보세요. "

시도 잘 모르면서 이렇게 장황하게 시론(詩論)에 대해 늘어놓는 건 10일 독자 여러분들에게 처음 선보일 중앙일보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섹션 江南人流(강남인류)를 만든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소속 기자들의 마음가짐을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의 노력이 독자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 언론환경을 탓하거나, 거꾸로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신문이란 무릇 이러해야 한다는 고루한 접근을 하는 대신 오로지 독자가 원하는 것을 담기 위해 모든 정성을 쏟았습니다.

제호 江南人流에서 江南(강남)은 지역적 의미를 넘어 차별화한 생활 방식을 나타내는 보통명사로 썼습니다. 결국 江南人流란 남다른 취향과 눈높이를 가진 사람들(人)을 위해 일류(一流) 볼거리와 읽을거리를 담은 신문이라고 풀이할 수 있습니다.

10일부터 기존의 江南通新과 번갈아가며 격주로 발행하는 江南人流, 앞으로 기대해 주십시오.
 
안혜리 부장·라이프스타일 데스크 ahn.hai-r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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