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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의 진화…'동네 형'보다 무서운 '카톡감옥'

중앙일보 2016.08.09 15:08
학교 근처 골목을 어슬렁거리며 하교하는 학생들을 노려 금품을 빼앗던 무서운 '동네 형들'은 과거 학교폭력의 상징이었다.

유형적 폭력 줄고 정신적 폭력 늘어나

하지만 이는 옛 추억이 됐다.

요즘은 동네 불량배들보다 방과 후 '단톡방(단체 카톡방)'에 쏟아지는 자신에 대한 험담이 더 두려운 폭력이다.

원치 않는 단체 카카오톡방에 초대(카톡감옥)해 휴대전화를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방해하거나, 단체 채팅방에 한사람만 남겨두고 모두 퇴장하는 따돌리는 행위(방폭), 단체 채팅방에서 집단으로 욕설하는 '떼카' 등 정신적인 폭력에 시달린다.

과거의 학교폭력이 '때리고, 빼앗는' 물리적 폭력이었다면 요즘은 형태가 없어지고 정신적 폭력으로 바뀌고 있다. 그만큼 적발하기가 어렵고 더 은밀하게 진화하는 것이다.

교육부가 염동열 국회의원(새누리ㆍ교육문화체육관광위)에게 제출한 학교폭력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학교폭력 발생 건수는 2012년 2만8000여 건에서 지난 해에는 2만1400여 건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의 유형별로는 상해ㆍ폭행이 50%로 절반 이상 차지했다.

그러나 유형적 폭력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공갈ㆍ금품갈취는 2012년에 8.8%(를 차지했으나 이듬해에는 6.3%, 2014년 4%, 지난해에는 2.8%까지 비중이 줄었다. 이른바 'O셔틀'이란 용어를 만들어냈던 강요ㆍ강제심부름 행위도 같은 기간 4.3%-3.2%-2.9%-2.6%로 꾸준히 감소했다. 약취ㆍ유인 행위도 마찬가지로 줄어드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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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보이지 않는 폭력과 성폭력은 갈수록 늘고 있다.

사이버폭력은 2012년 3.1%에서 지난해 6.8%로 비중이 두 배로 늘었다. 명예훼손ㆍ모욕도 4.6%-5.5%-6.6%-7.4%로 비중이 늘고 있다. 성폭력 등도 8.3%에서 5년 만에 10.3%로 늘어 상해ㆍ폭행에 이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형으로 자리잡았다.

SNS와 스마트폰 이용이 늘어나면서 사이버 공간에 형성된 커뮤니티를 통해 학교폭력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물리적인 폭력은 금세 눈에 띄어 적발하기가 쉽지만 사이버 무대에서 이뤄지는 무형ㆍ정신적 폭력은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성 관련 폭력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반면 가해자와 피해학생에 대한 조치는 형식에 그치고 있다.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들 중 서면사과와 접촉ㆍ협박ㆍ보복행위 금지 조치는 2012학년도에 각각 21.1%, 11.1%에서 2015학년도엔 29.2%, 17.3%로 늘었다. 반면 봉사활동,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등 실질적인 징계 조치는 감소 추세다.

피해학생에 대해선 심리상담과 일시보호 등은 같은 기간에 각각 81.2%, 8.2%에서 78.9%, 6.5%로 줄었다. 반면 치료ㆍ요양 조치는 4%에서 7.9%로 늘었다.

염 의원은 "학교 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기보다 피해학생 개인과 가족에게 후속조치를 미루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며 "피해 학생의 보호를 강화하고 가해학생에 대한 실질적인 처벌과 교육효과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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