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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굴리기, 로봇이 관리해준다

중앙일보 2016.08.09 10:55
‘금융의 알파고’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가 퇴직연금 자산관리로 영역을 넓힌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과 어드바이저(자문전문가)의 합성어. 알고리즘에 따라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뜻한다.

농협은행은 9일 국내 최초로 은퇴설계와 퇴직연금 자산운용 기능을 연계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NH로보-프로’를 출시했다. NH로보-프로는 금융공학 분석기법의 알고리즘을 통해 연령ㆍ소득수준ㆍ금융자산 등 고객 정보를 분석해서 은퇴준비에 얼마의 자금이 필요한지를 시뮬레이션해준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목표수익률과 고객성향에 맞는 퇴직연금 상품을 제시한다. 농협은행 퇴직연금에 가입했거나 가입예정인 고객 누구나 영업점에서 무료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은퇴설계 시뮬레이션 결과에 퇴직연금 자산배분을 연계했다는 점이 차별화된 서비스”라며 “퇴직연금은 장기적인 자산운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철저한 자산배분을 바탕으로 하는 로보어드바이저가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도 은퇴설계와 퇴직연금까지 포함한 종합 자산관리서비스 모델의 ‘로보어드-알파’ 정식 서비스를 올해 안에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는 인터넷ㆍ모바일뱅킹을 통한 체험서비스를 운영 중인데, 지난 3월 이후 11만명이 이용했을 정도로 관심을 끌고 있다. 정식 서비스에서는 상품 추천뿐 아니라 온라인에서 직접 상품에 가입하거나 자산 리밸런싱을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국내 퇴직연금 시장에선 직접 투자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확정기여형(DC형)에 대한 선호도가 확산되고 있다. 올 상반기에도 확정급여형(DB형)은 적립금이 감소한 데 비해 DC형은 2조원 가량 적립금이 늘어났다. 은행권이 DC형 퇴직연금 시장을 겨냥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또 이르면 11월부터 로보어드바이저가 사람의 지시를 거치지 않고 투자자의 자금을 위탁운용하는 게 허용된다. 퇴직연금 부문에서 로보어드바이저의 활용도가 한층 높아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에서도 퇴직연금 시장에 진출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전문업체가 늘어나는 추세다. 외신에 따르면 고객 21만5000명을 확보한 미국의 베터먼트는 지난 3월 온라인 퇴직연금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 3월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먼삭스는 신생 퇴직연금 운용전문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인 ‘어니스트달러’를 인수하기도 했다. 저렴한 수수료로 맞춤형 퇴직연금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이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가 인기를 끄는 이유다. 퇴직연금은 장기로 운영되는 만큼 수수료 격차가 성과 차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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