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중국 축구 시장화 늦어 지지부진, 2050년엔 세계 최강 될 것

중앙일보 2016.08.09 10:50
기사 이미지

장젠 중국축구협회 상무부주석은 2050년 무렵에는 중국 축구를 세계 최강 반열에 올려놓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사진 중국축구협회]

기사 이미지
세계 2위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의 굴기(?起)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신(新)중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에는 세계 최강대국이 되겠다는 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내건 ‘중국의 꿈(中國夢)’이다. 하지만 세계 무대에서의 강국은커녕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분야가 딱 하나 있다. 바로 축구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중국은 81위다. 브라질 리우에서 개막된 올림픽에 남자 대표팀은 본선 진출조차 못했고 여자팀은 브라질과의 첫 경기에서 3대 0으로 완패했다.

장젠 중국축구협 부주석의 '축구몽'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축구 굴기’의 깃발을 높이 든 사람은 ‘스중추미(死忠球迷·축구에 목매는 열렬 팬)’ 라 알려진 시 주석이다. 그의 지시에 따라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지난 4월 ‘중국축구 중장기 발전계획(2016~2050년)’을 발표했다. 35년 앞을 내다보는 장기적 안목도 그렇지만 발개위가 나섰다는 점 또한 놀라운 사실이다. 발개위는 중국의 거시경제를 총괄하며 5년 단위의 경제개발계획을 수립하고 대규모 예산이 드는 국책사업을 기획하는 장관급 정부기구다.

중앙SUNDAY는 장젠(張劍) 중국축구협회 상무부주석(상무부회장 격)을 만나 중국의 축구굴기 프로젝트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장 부주석은 발개위의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에 참여한 축구 행정가다. 인터뷰는 지난 1일 베이징 시내의 축구협회 사무실에서 1시간동안 이뤄졌다.
기사 이미지

-중국이 다른 스포츠는 다 잘하는데 왜 유독 축구는 잘못하는지 외국인이 보기에 불가사의한 점이다. 최고지도자부터 일반 국민까지 축구에 대한 관심도 높은데도 성적은 신통치 않다. 14억 인구 가운데 축구 인재를 발굴하면 금세 세계 최강팀을 따라 잡을 듯도 한데….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축구에 열광한 기간이 짧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전통적으로 중국인들의 인기 스포츠는 탁구와 배드민턴이고 단체 종목으로는 농구가 더 인기 있다. 지금의 축구 열기는 10여년 정도 전부터 시작됐다, 비교적 최근의 현상이다. 중앙정부가 축구에 주목하고 공 들인 것은 최근 2~3년 사이에 일어난 변화다.

중국 체육의 특징은 개인 종목에 강하고 단체 경기, 특히 축구와 같이 시장화(市場化)가 고도로 진행된 종목엔 약하다는 점이다. 이는 시장경제의 발전과 연관지어 설명할 수 있다. 사실 1980년대까지는 중국 축구가 아시아권에서 그리 떨어지는 편은 아니었다. 그 이후 축구의 프로화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시장경제 구조인 한국과 일본 축구는 급격한 발전을 이뤘다. 하지만 계획경제 체제의 중국은 발전 속도가 느렸다. 축구발전을 위한 시장환경이나 법률·제도, 경영자들의 마인드가 한국·일본을 따라가지 못했다.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시장경제화가 본격화됐다. 이는 축구에도 분명히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경제성장의 경우처럼 곧바로 효과를 보이는 건 아니다. 축구는 사람의 몸으로 하는 것이다. 어린이가 성인으로 성장하려면 10년, 20년이 걸린다. 초등학교나 중고등 학교에서 공부 못한 학생이 갑자기 베이징대나 칭화대에 들어갈 수 있겠나. 축구도 그와 같다. 축구인재를 기르는 데는 적어도 15년은 걸린다. 8세 아동, 이르면 4~5세 때부터 축구훈련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축구 발전이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장기 계획이 필요하다는 얘긴데, 계획의 기본 방향을 설명해달라.
“2015년 국무원과 함께 ‘중국축구발전개혁 총체방안’을 마련했고 올 4월 발개위와 함께 단·중·장기별 계획을 세웠다. 경제·행정 분야의 계획은 통상 5년이나 10년 단위로 짜는데 35년간의 장기 플랜을 세우는 건 중국에서도 매우 드문 일이다. 우선 중국 축구팀의 체질과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조하고 축구 보급을 확대해 저변을 넓혀 나간다는 계획이 들어있다. 목표시점인 2050년 무렵엔 중국 축구를 세계 최강의 수준으로 끌어올리고자 한다. 또 단순히 국가대표팀의 랭킹을 끌어올리는 것만을 목표로 삼는 게 아니라 축구를 통해 경제적 부가효과를 창출하고 개개인의 행복과 삶의 질에 기여하는 등 생활방식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시진핑 주석의 꿈이라는 월드컵 개최는 언제쯤 가능할까.
“빠를수록 좋겠지만 서두르지 않고 가장 적합할 때를 노릴 것이다. 적합한 때란 우리가 월드컵을 개최할 수 있는 경쟁력을 충분히 갖췄을 때를 말한다. 현실적으로 보자면 2022년에 같은 아시아권인 카타르에서 월드컵이 열리므로 (대륙 순회 배분 원칙에 따라) 중국의 월드컵 개최는 2030년이나 2034년쯤 기회가 생길 것 같다.”

-현재 중국이 천문학적 규모의 자본을 투입해 해외 명문 구단을 인수하고 축구스타들을 중국 리그로 영입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돈을 써서 본전을 뽑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이런 대규모 투자도 국가 정책이나 지시에 따른 것인가.
“국가적 차원과 기업적 차원, 이 두 가지가 모두 작용한 결과다. 국가적으로는 지도자의 강력한 관심 아래 축구를 국가성장 전략 중 하나로 채택했다. 기업은 국가의 전폭적 지지를 받아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갖고 접근한다. 사실 프로축구팀을 통한 경제적 이윤 창출에 성공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아주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이 투자를 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기업의 광고효과 ▶축구팬에 대한 책임감 ▶새로운 사업 기회 개척 등이다. 축구팀을 후원하는 기업은 축구팬들로부터 열광적인 환영을 받으며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다. 훗날 전자제품 수출이나 부동산 사업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국내 시장뿐 아니라 해외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헝다(恒大)그룹이나 쑤닝(蘇寧)그룹이 이를 실현하고 있다.”

-현재 중국 수퍼리그(프로축구 1부리그) 16개 팀 가운데 5개 팀에서 한국인 감독을 영입했다. 홍명보·장외룡·이장수·최용수·박태하 감독 등 5명이 동시에 중국팀을 이끌게 되면서 외국인 감독 중 한국인이 최고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축구행정가이므로 각 구단의 속마음까지는 알 수 없지만 우선 한국인 감독의 자질이 우수한 점을 들 수 있다. 한국 감독들은 정신력과 승부욕이 강하고, 훈련을 엄격하게 시키기로 유명하다. 또 한국과 중국이 문화적으로 가깝고 사고 방식이나 생활 습관이 비슷해 선수들과의 소통에 유리하다. 실질적 측면에서 보자면 한국인 감독이 유럽 감독에 비해 스카우트 비용이 저렴한 것도 무시 못한다. 예전에는 동구권 감독을 많이 영입했는데 최근 2~3년 사이에 한국 감독 숫자가 확 늘었다. 예전엔 상상도 못하던 일이다. 이런 현상이 오래 이어질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곧 FIFA 이사(한국에선 평의원으로 표현)로 출마한다고 들었다. 이사가 되면 어떤 일에 주력할 것인가.
“현재 20여명으로 구성된 FIFA 이사회 구성을 10석 더 늘리는 것으로 결정됐고 아시아에는 3석이 배분돼 경선을 하기로 돼 있다. 나는 중국축구협회 결정으로 9월 27일 인도에서 열리는 경선에 나가게 됐다. 결과는 아직 모르지만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FIFA이사로 당선될 경우 그건 중국 대표로서가 아니라 아시아 대표란 사실이다. 그래서 선거 구호도 ‘아시아 퍼스트(Asia First)’로 정했다. 아시아 축구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맡은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다음달 1일 서울에서 한국-중국 월드컵 예선 첫 경기가 열린다. 중국축구협회가 응원단을 위해 1만5000석을 예약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나.
“하하. 중국이 이기기를 바라지만 객관적 실력으로 볼 때 한국을 이기기란 쉽지 않다. 한국은 아시아 최강팀이고 더구나 한국의 홈 경기다. 최근 A매치에서 중국은 한국을 이겨보지 못했다. 중국 축구팬들은 가장 어려운 팀이 한국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중국 축구팬들 사이에선 한국이 두렵다는 뜻의 공한증(恐韓症)이란 말이 퍼져 있다.) 그래도 중국팀은 최선을 다할 것이다. 비기기만 해도 만족스럽고 패하더라도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 축구팬들이 승부가 아니라 과정을 즐길 수 있도록 기회를 소중하게 여길 것이다. 내년에 열리는 중국 홈 경기의 날짜와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나는 한국팀과 중국팀이 함께 본선에 진출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동반 진출 가능성도 없는 게 아니다.”

-한국 축구와 중국 축구의 공동 발전을 위한 교류 방안은.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등 한국의 여러 축구계 인사들과 교류가 두텁다. 한국 축구는 이미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중국도 높은 목표가 있다. 가령 세계 8강이나 4강에 드는 것이다. 한국도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영예를 재현하려는 목표가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함께 연구하고 노력하자. 예컨대 청소년축구나 프로 축구 구단들이 활발히 교류할 수 있는 대회를 개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베이징에서 광저우로 가는 것보다 서울까지 가는 게 더 가깝지 않나. 중국 축구든 한국 축구든 혼자서는 발전하기 어렵다. 일본도 함께 동아시아 전체의 축구 수준을 같이 끌어올려야 한다. 산악인이 팀원의 도움없이 혼자 에베레스트에 못오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