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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2016] 선발전 4055발 극한 경쟁…기보배 “금메달, 엄마 김치찌개 맛”

중앙일보 2016.08.09 02:13 종합 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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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8일 리우 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 결승에서 러시아를 세트 스코어 5-1로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우승을 확정 지은 뒤 기뻐하는 장혜진·기보배·양창훈 여자 양궁 감독·최미선(왼쪽부터). [리우=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8월 8일, 8연패의 위업을 이뤘다.

여자양궁 단체 28년 천하 비결
심리코치 두고 심장박동까지 관리
동료가 활 쏠 때에는 뒤에 서서
“우리를 믿자” “여긴 태릉” 소리쳐
호주기자 “뱀 감고 훈련 진짜냐”

리우 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 한국과 러시아의 결승전이 열린 삼보드로무. 한국 선수들은 사대에 올라 끊임없이 손을 부딪히며 대화를 나눴다. 동료가 활을 쏠 때는 뒤에서 “우리를 믿자” “여기는 태릉이다”고 소리쳤다. 양창훈 여자 양궁 감독은 경기 중 수시로 선수들을 모아 머리를 맞대고 “하나가 되자”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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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외우자 마법이 일어났다. 장혜진(29·LH)·최미선(20·광주여대)·기보배(28·광주광역시청)로 구성된 한국 여자팀은 러시아를 세트 스코어 5-1로 꺾었다. 이로써 한국 여자 양궁은 단체전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88년 서울 대회부터 8회 연속 우승했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이날 “한국 여자 양궁이 올림픽 통치기간을 늘렸다”고 소개하며 “그중에서도 기보배는 네 번의 퍼펙트 스코어와 함께 마지막 위닝샷을 장식했다”고 전했다. 올림픽에서 3개째 금메달을 따낸 기보배는 김수녕(올림픽 금 4개)-윤미진(3개)-박성현(3개)으로 이어지는 신궁 계보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양궁이 세계 최정상을 오랫동안 지키는 건 개인 능력뿐 아니라 선진적인 시스템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양궁은 심리상태에 따라 경기력이 크게 좌우되는 종목이다. 고도의 집중력은 물론 호흡·심장박동까지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번 올림픽은 강한 바람과 조명, 시끄러운 응원이 변수였다. 게다가 삼바 카니발을 개조한 독특한 구조도 낯설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선수들은 강하고 안정된 심리를 유지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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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 대표팀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부터 심리훈련의 중요성을 인식해 한국스포츠개발원과 함께 과학과 접목한 심리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분위기·동선·동작까지 수백 가지로 세분화한 루틴(습관)을 철저하게 지켜 평정심을 유지했다. 한국스포츠개발원 김영숙 선임연구원이 아예 심리코치로 선수단과 동행해 수시로 상담을 했다.

올림픽보다 힘들다는 평가전을 치르면서 극한의 부담도 넘어섰다. 5차 선발전을 치르는 동안 사대까지 왕복 182㎞의 거리를 걸었다. 1인당 4055발의 활을 쐈다. 기보배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2관왕에 오른 뒤 목표의식을 잃고 한동안 방황했다. 2014년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이를 악물었다.

대한양궁협회의 지원도 든든했다. 양궁협회는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태릉선수촌에 리우 경기장과 똑같은 세트를 지어 놓고 시뮬레이션 훈련을 했다. 리우에서는 경기장과 선수촌의 거리가 35㎞나 떨어진 점을 감안해 경기장 인근에 컨테이너로 휴게실을 만들어 주고 조리사까지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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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삼보드로무를 찾은 한 호주 기자는 “팔뚝에 뱀을 감고 훈련한 게 진짜인가”라고 물었다. 기보배는 “야구장이나 경정장, 제주도 서귀포 등 집중을 방해하는 환경에서만 훈련했다”고 말했다. 체계적인 한국 양궁 프로그램에 대한 자신감을 전한 것이다. 장혜진은 “초등학교 때부터 과학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기초기술을 철저하게 다진 게 8연패의 밑거름”이라고 했다. 한국의 에이스인 기보배는 “금메달의 맛은 엄마가 끓여 준 김치찌개 같다”며 ‘구수한’ 소감을 전했다.

리우=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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