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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2016] 멕시코 수비 약해 5번 평가전 14실점…돌파력 앞세워 좌우 측면 무너뜨려야

중앙일보 2016.08.09 02:11 종합 3면 지면보기
한국은 실력으로, 독일은 행운으로 넣은 골이 많았다. 그래도 똑같이 세 골씩 주고받았고 결과는 무승부였다. 이게 축구다.

안정환 관전평
11일 경기, 비겨도 된다는 생각 안 돼

공격진은 전술도 선수도 만족스러웠다. 상황에 따라 원톱과 투톱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독일 수비진을 괴롭혔다.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장한 황희찬(20·잘츠부르크)의 저돌적인 움직임이 돋보였다. 특히나 한 뼘 가까이 큰 독일 수비수들과의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손흥민(24·토트넘)도 와일드카드 멤버로서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펼쳤다. 골을 넣는 장면 못지않게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올림픽팀의 트레이드 마크인 활발한 2선 공격이 불붙지 않은 건 ‘옥에 티’다. 문창진(23·포항)과 권창훈(23·수원)이 상대 수비의 허점을 파고들며 다양한 파생 공격을 만드는 게 신태용호의 강점인데 독일전에선 미흡했다. 3실점을 했지만 전적으로 수비진의 책임이라 보긴 곤란하다. 중앙수비수 최규백(23·전북)이 부상으로 하프타임에 교체됐는데 빈자리를 와일드카드 수비수 장현수(25·광저우 푸리)가 무난하게 메워 줬다. 후반 추가 시간에 터진 동점골을 비롯해 독일에 전체적으로 득점 운이 따른 경기였다.

나는 우리 선수들이 싸우는 그라운드를 응시하면서도 머릿속은 복잡했다. 경기 내내 11일 열리는 멕시코와의 3차전을 구상했다. 멕시코의 진면목은 지난 5일 치른 독일과의 조별리그 1차전(2-2 무)에서 잘 드러난다. 결과는 무승부였지만 끈끈한 조직력을 앞세워 체격 조건이 뛰어난 독일과 공방전을 벌였다.

멕시코는 4년 전 런던 올림픽에서 브라질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소집 기간이 짧았던 독일과 달리 나이지리아(1-0 승), 아르헨티나(0-0 무)와 평가전을 치르면서 오랜 기간 조직력을 다듬었다. 2011년 17세 이하 팀으로 처음 출발한 이후 5년 동안 멤버 교체를 최소화하고 발을 맞춰 왔다. 호흡과 자신감은 이번 대회 참가국 중 최상이다.

주의해야 할 선수는 8일 열린 피지와의 조별리그 2차전(5-1 승) 경기에서 4골을 넣은 에릭 구티에레스(21·파추카)다. 와일드카드 공격수 오리베 페랄타(32·클럽아메리카)가 코뼈 부상으로 하차한 건 우리 수비진에겐 다행이다.

멕시코 축구는 톡톡 쏘는 맛이 있다. 차분히 볼을 돌리며 기회를 엿보다 틈이 열리면 순간 스피드를 앞세운 2선 침투로 상대 수비진을 단번에 무너뜨린다. 순발력도 뛰어나다. 어찌 보면 우리와 비슷한데 경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엇비슷한 팀일수록 상대하기 까다롭다.

멕시코를 상대로는 변칙과 창의보다는 고전적인 전술로 맞서는 게 나을 수 있다. 과거 고정운(50) 선배와 서정원(46) 선배처럼 돌파력이 뛰어난 윙어를 앞세워 상대의 측면부터 무너뜨리는 게 키포인트다. 스피드가 좋은 손흥민은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들며 상대 수비를 흔들 수 있는 선수다.

멕시코는 공격에 비해 수비가 약하다. 올해 치른 다섯 차례의 평가전에서도 초반에 주로 실점하며 총 14골이나 내줬다. 대부분의 선수가 국제대회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도 약점이다. 한국은 멕시코와의 최종전에서 무승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 8강에 오른다. 현역 시절 ‘비겨도 된다’는 긍정적인 상황이 경기 결과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종종 봤다. ‘비겨도 되는 팀’과 ‘꼭 이겨야 하는 팀’은 경기에 임하는 자세부터 다르다. 마지막까지 방심해선 안 되는 이유다. 사우바도르에서.

정리=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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