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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 6명 베이징대 간담회, 중국 기자 한 명도 안 왔다

중앙일보 2016.08.09 02:06 종합 4면 지면보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행이 8일 오전 베이징 서우두(首都) 국제공항에 나타났다. 사드 대책위 간사인 김영호 의원과 김병욱·소병훈·손혜원·신동근 의원이었다. 입국장에는 20명에 가까운 한국 특파원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환구시보 1면 보도 때와 다른 태도
“중국 측 참석자 격 낮아…” 무관심
청와대 “본말전도” 비판엔 “적반하장”
의원들 “사드 찬반 말 안 할 것”
김장수 주중 대사와 만남도 취소

김 의원은 “사드로 인해 한·중 우호관계가 훼손돼서는 안 되고, 북핵 해결을 위해 양국 공조를 강화해야 하며, 최근 중국 일부 매체에서 보이는 반한 감정을 조장하는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겠다”며 방중 목적을 밝혔다. 민감한 시점에 방중하는 데 대한 국내에서의 비판여론을 의식한 듯 “중국 측에 사드 찬반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고도 덧붙였다. 의원 일행은 공항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식사를 한 뒤 오후 토론회 일정이 잡힌 베이징대로 향했다.

한국 특파원단이 서우두 공항과 베이징대에서 방중 의원들을 밀착 취재한 데 비해 중국 기자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환구시보가 이들의 방중 예정을 1면에 보도하며 관심을 나타낸 것과는 전혀 다른 태도다. 중국 언론 관계자는 “순수한 비공식 방문인 데다 이들과 접견키로 한 중국 측의 격이 높지 않다는 사실 등이 겹쳐 비중 있게 다루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밖에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와의 접견과 기업 간담회 일정 등이 취소됐다. 김 대사와의 일정 취소에 대해서는 의원단과 대사관의 설명이 엇갈렸지만 양측 모두 만남을 부담스러워하는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의원들은 따로 도착한 박정 의원과 합류한 뒤 베이징대에서 간담회를 했다. 간담회는 한국 측에서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중국 측에선 장샤오밍(張小明)·한화(韓華)·왕둥(王棟)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가 발언을 한 뒤 질의응답 순서로 진행됐다.

중국 학자들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따라 동북아 정세와 한반도가 냉전시기로 재진입하고 있다”며 우려했다. 또 “배치 결정 과정에서 한·중 정부 간 소통이 부족했으며 사드가 배치된 후에는 실질적 제재 내용들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동근 의원은 “배치가 되기도 전에 제재를 섣불리 하는 것은 양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중국 측은 “9월 초 중국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더민주 의원들의 방중은 출국 전부터 비상한 관심의 대상이 됐다. 김영호 의원은 김포공항 출국장에서 “어깨가 무겁다. 이렇게까지 확대될 문제가 아닌데 청와대의 입장 표명 이후 상당히 마음도 무겁고 사명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김종인 비대위 대표에게 ‘이번 중국 방문이 무산되면 마치 대통령이 중국 방문을 가로막는 듯한 모양새가 돼 외교적 파장이 커진다’고 말씀드렸다”며 “김 대표가 안 갔으면 좋겠다고 하거나 만류한 적은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이 이날 김포공항에 들어서자 시민단체 활빈단 소속 관계자 3명이 “6명은 전부 매국노다. 국회의원이 맞나”고 고함을 질렀다.

한편 중국 관영 언론은 지난 주말까지 고조시켰던 사드 문제에 대한 보도 수위를 가라앉히는 모습을 보였다. 공산주의청년단 기관지 중국청년보는 “균형 있는 태도에서 벗어난 한국에 중국이 대응조치를 취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국민 감정을 자극해 한·중 갈등이 초래돼선 안 된다”고 보도했다. 인민일보도 일주일간 계속해 반 사드 사설과 기고문을 실었던 것과 달리 지난 주말부터 사흘째 사드 기사를 싣지 않았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사드를 빌미로 한 여론 공격을 한동안 계속한 뒤 지금은 9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다만 환구시보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 전날 청와대가 중국 관영매체의 사드 배치 비판 논조를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반박한 데 대해 “적반하장”이라며 재반박했다.

베이징=예영준·신경진 특파원, 이지상 기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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