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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2016] 펠프스 19번째 금메달…아빠가 된 ‘수영 로봇’의 눈물

중앙일보 2016.08.09 01:59 종합 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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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가 남자 계영 400m에서 따낸 19번째 올림픽 금메달에 입을 맞추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리우 AP=뉴시스, 마이클 펠프스 인스타그램]

8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수영경기장.

올림픽 최다 메달, 위대한 선수지만
수영장 밖 삶엔 서툴러 방황의 시간
마리화나, 음주운전…2012년 은퇴
2014년 옛 연인과 재결합하며 복귀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리우 도전”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31·미국)는 남자 계영 4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눈물을 흘렸다. 지난 세 차례 올림픽에서 18개의 금메달을 딴 그에게 19번째 금메달은 특히 감격스러웠던 모양이다. 펠프스는 “내 마지막 올림픽 계영 400m에서 후배들과 함께 우승해서 기쁘다. 후배들이 울기 시작해 나도 울고 말았다. 자연스러운 감정 표현”이라고 말했다.

펠프스는 지난 7일 미국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오랫동안 난 로봇이라고 생각했다. 인간관계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지금은 아니다. 나를 인간으로 생각한다. 나는 예전과 전혀 다른 사람이다. 더 좋은 사람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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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펠프스는 로봇처럼 수영을 잘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시작으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참가해 접영·자유형·개인혼영·계영 등에서 22개(금 18개·은 2개·동 2개) 메달을 따 역대 올림픽 최다 메달리스트가 됐다.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를 치료하기 위해 수영을 시작한 펠프스는 키 1m93㎝, 몸무게 88㎏의 체격을 갖고 있다. 양팔을 펼친 길이는 2m8㎝, 발 사이즈는 350㎜다. 그의 짧은 다리(81㎝)는 수영선수로서 최고의 조건이었다. 수영할 때 하체는 몸통과 함께 가라앉으려는 성질이 있는데, 하체가 짧으면 물 위에 잘 뜨게 된다. 8500㏄에 달하는 폐활량(일반 남성은 평균 3500㏄)은 오랜 잠영을 가능하게 했다.

전성기 시절 펠프스는 하루 최대 1만2000㎉(일반 남성의 적당량은 2500㎉)를 섭취했다. 그러나 고된 훈련 탓에 일주일 동안 체중이 5㎏이나 빠진 적도 있었다. 그는 “나는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모른다. 그저 매일 헤엄을 칠 뿐”이라고 했다. 재능과 노력이 더해져 펠프스는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 단일 올림픽 최다인 8관왕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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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3개월 된 아들 부머를 안고 관중석에서 펠프스를 응원하고 있는 약혼녀 니콜 존슨. [리우 AP=뉴시스, 마이클 펠프스 인스타그램]

성과를 보면 그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올림피언이다. 그러나 그는 오류가 난 로봇처럼 이상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2009년 마리화나 흡입으로 3개월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고, 음주운전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그는 수영장 밖의 삶에 미숙했다. 금메달을 허름한 신발 상자에 보관하는 등 기행을 저질렀다. 미국 CBS 토크쇼에 나와서는 “금메달 하나를 어디에 두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해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목표가 사라진 펠프스는 결국 2012년 런던 대회를 끝으로 은퇴했다. 수영장을 떠난 로봇의 삶은 더 불안정했다. 도박에 빠져 수십만 달러를 잃었고 골프 선수가 되겠다고 했지만 이내 그만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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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은퇴했던 펠프스는 아빠가 돼서 복귀했다. [리우 AP=뉴시스, 마이클 펠프스 인스타그램]

2014년 펠프스는 선수 복귀를 선언했다. 돌아온 그는 기계적으로 수영만 하는 로봇이 아니었다. 순수하게 수영을 좋아하던 소년의 모습이었다. 펠프스는 복귀 시점에 옛 연인이었던 미스 캘리포니아 출신인 니콜 존슨(31)과 재결합했다. 2009~12년 존슨과 만났던 펠프스는 은퇴 후 그녀와 헤어졌다. 펠프스는 “우리가 다시 만났을 땐 전혀 다른 관계가 돼 있었다.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줬고 평생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펠프스는 지난해 2월 존슨과 약혼했고, 지난 5월 아들 부머 로버트를 얻었다. 아들이 태어난 날 펠프스는 “오늘은 내 생애 최고의 날”이라고 말했다.

펠프스는 “올림픽에서 역영하는 내 모습을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며 리우 올림픽에 도전했다. 올해 그의 나이는 서른한 살이다. 수영 선수의 전성기는 20대 초반이다. 은퇴할 나이가 한참 지났고, 2년의 공백까지 있었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난 펠프스라고 해도 정상 탈환은 불가능해 보였다. 수영장을 떠난 동안 근육이 빠지고 살이 붙었던 그는 샐러드를 먹고 웨이트 트레이닝에 전념해 몸을 만들었다. 힘든 시기였지만 생후 100일도 되지 않은 아들을 데리고 수영을 하는 게 마냥 즐거웠다.

아빠의 청춘은 끝났다. 펠프스는 리우 올림픽에서 6개 종목(접영 100·200m·개인혼영 200m·계영 400m 등)에만 출전한다. 걸출한 후배들이 많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같은 다관왕에 오르기 어렵다. 그래도 펠프스는 어느 올림픽보다 리우 대회가 가장 즐겁다고 한다. 그는 “아들이 관중석에서 날 지켜보고 있는 이 순간이 행복하다”고 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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