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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침략 수차례 유감 표명…아베 우경화엔 우려 발언

중앙일보 2016.08.09 01:57 종합 8면 지면보기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8일 생전 퇴위 의사를 표명하면서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그는 스스로 “백제의 자손”이라고 말하는 등 한국에 친근감을 표시해왔다. 일제의 한반도 침략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유감을 표명했다.

12세에 전쟁 패망 겪은 아키히토
작년 전몰자추도식서 “전쟁 반성”
“간무 천황 생모가 무령왕 후손” 언급
왕세자 때부터 “한국 방문하고 싶다”

아키히토 일왕이 1990년 노태우 대통령의 일본 국빈 방문 때 “우리나라(일본)에 의해 초래된 불행했던 시기에 귀국 국민이 겪었던 괴로움을 생각하면 ‘통석(痛惜)의 염(念)’을 금할 수 없다”고 밝힌 게 대표적이다. 일왕은 94년 3월 김영삼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한반도의 여러분께 크나큰 고난을 안겨준 시기가 있었다. 몇 해 전 이에 대해 깊은 슬픔을 표명했고 지금도 변함없는 심정”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2005년 6월 미국령 사이판의 한국 전몰자 위령지인 ‘한국평화기념탑’에 참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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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의 우경화 시도를 우려하는 발언으로 일본 내 균형을 맞춰 왔다. 지난해 8월 도쿄에서 열린 ‘전국전몰자추도식’에 참석해 “앞선 대전(大戰)에 대한 깊은 반성과 함께 앞으로 전쟁의 참화가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과거사에 대한 책임을 강조했다. 그가 열두 살이던 1945년 경험한 제 2차 세계대전 패망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왕세자 시절부터 직간접적으로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말해 왔다. 2001년 12월 68세 생일을 앞둔 기자회견에서 “『속일본기(續日本記)』에 간무(桓武·737~806년) 천황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기록돼 있다”며 한국과의 특별한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다. 일왕 일가가 공개석상에서 한반도와의 관계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었다. 2005년 왕실에 한국 요리사를 초청해 김치·잡채 파티를 개최하고 2007년에는 도쿄의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 취객을 구하려다 사망한 고(故)이수현씨를 소재로 한 영화를 관람하기도 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쇼와(昭和) 일왕과 나가코 왕후의 2남 5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1956년 3월 귀족 학교인 가큐슈인(學習園)대 정경학부를 졸업했다. 이듬해 3월 한 테니스 대회에서 평민이던 미치코(美智子) 왕비를 만나 첫눈에 반해 교제를 시작했다. 59년 4월 신분을 뛰어넘는 연애 결혼으로 이목을 끌었다. 미치코 왕비 사이에 나루히토(德仁·56) 왕세자를 비롯해 2남 1녀를 두고 있다. 89년 1월 제125대 일왕으로 취임한 그의 연호는 헤이세이(平成)다.

이유정·김준영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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