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베 “국민 향한 발언 무겁게 받아들인다”

중앙일보 2016.08.09 01:55 종합 8면 지면보기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8일 비디오 메시지로 생전 퇴위의 뜻을 강하게 비친 후 일본 정부와 국회, 집권 자민당은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아사히신문 등은 호외를 발행해 도쿄 도심 등에 뿌렸다.
기사 이미지

아베 신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아키히토 일왕의) 국민을 향한 발언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관저에서 기자들을 만나 “(아키히토 일왕의) 나이나 공무 부담 등을 고려할 때 천황이 얼마나 (공무가) 부담스러울지 생각하게 한다. (퇴위와 관련해) 어떤 것이 가능할지 확실하게 생각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언론 보도로 공개된 일왕의 생전 퇴위의 뜻이 육성으로 전해진 만큼 후속 대책을 마련해나가겠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국민 반응
일본 국민 과반 “생전 퇴위 이해”
향후 압력으로 퇴위 가능성 우려도
나루히토 왕세자는 국제회의 참석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아베 총리가 생각을 밝힌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차차 어떻게 할지 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왕의 입장 표명이 국정(정치) 관여를 금지한 헌법에 위반되는지에 대해선 “국정에 영향을 미치는 발언이 아니라고 본다. 헌법에 저촉되는 문제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집권 자민당의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은 “일본 국민의 안녕과 행복을 생각하는 (일왕의) 마음이 국민에게 전해졌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정부와 자민당이 확실하게 대응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향후 일왕의 생전 퇴위가 왕실제도 기본법인 왕실 전범 개정이나 특별법 제정을 통해 이뤄져야 하는 만큼 중의원과 참의원 수장도 담화를 냈다. 오시마 다다모리(大島理森) 중의원 의장은 “앞으로 국민 각층에서 폭넓게 (왕실의 바람직한 방향이) 논의되고,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이들 논의를 받아들여 숙연하게 대응할 것을 바란다”고 밝혔다. 다테 주이치(伊達忠一) 참의원 의장은 향후 왕실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한 논의가 깊어질 것으로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루히토 왕세자는 이날 나고야에서 열린 결정성장학(結晶成長學) 관련 국제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이날 영어로 개회식을 하고 오후에 한 신사에 들른 후 일왕의 비디오 메시지가 방영된 직후인 오후 3시15분쯤 JR나고야역에 모습을 드러냈다. 도쿄로 돌아오는 신칸센에 타기 직전 오무라 히데아키(大村秀章) 아이치현 지사와 웃는 얼굴로 대화를 나눴다고 지지통신은 전했다.

일본 국민 사이에선 “메시지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생전 퇴위 규정을 만드는 것도 좋지 않으냐” “생전 퇴위가 선례가 돼서 앞으로 외부 압력으로 물러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등 찬반론이 교차했다. 교도통신이 지난 4일 실시한 긴급 전화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과반이 일왕의 공무가 많은 것으로 느끼는 만큼 퇴위 결정을 이해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젊은 학생들을 중심으로는 부정적 응답도 적지 않았다. 메이지(明治)대 커뮤니케이션학부 3학년인 기우치 게이(木內慧·22)는 교도통신에 “국민 사이에서 먼저 ‘일왕에게 너무 많은 공무를 부담시키면 되느냐. 일왕도 인간인 만큼 인권을 제약해도 되느냐’는 지적이 제기돼 제도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일왕의 의향이 갑자기 누설돼 (제도 변경) 논의가 시작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고 말했다. 나하(那覇)시 고교 2년생인 우에하라 다쿠야(上原拓也·17)는 “최초 (생전 퇴위) 보도를 궁내청이 부인하고, 이후 국민에게 설명도 하지 않았다. 정치적 움직임에 이끌려 진행되는 느낌이 있다”고 밝혔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서울=백민정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