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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40억 당첨 아들, 집 찾아온 모친 “주거침입” 신고

중앙일보 2016.08.09 01:51 종합 10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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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경남 양산시청 앞에서 로또에 당첨된 아들을 패륜아라고 피켓을 든 A할머니. [사진 부산일보]

지난 5일 오후 경남 양산시청 현관 앞에서 A(79) 할머니가 “패륜아들 ○○○을 사회에 고발합니다”란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피켓에는 아들이 로또에 당첨된 뒤 엄마를 버렸으며, 집에 찾아간 엄마를 주거침입죄로 고발했다고 돼 있다. “손자·손녀를 키워줬는데도 (엄마를) 버렸다”는 사연도 있었다.

홀로 살던 60대 일용직 1등 당첨
어머니 부양 문제로 남매들과 갈등
가족들이 문 따려 하자 경찰 불러
79세 노모는 “패륜 고발” 피켓시위

8일 주변인들에 따르면 A할머니의 아들 B씨(60)는 지난달 23일 로또복권 1등(당첨금 40억원)에 당첨됐다. 세금을 제외한 27억3300여만원을 수령했다. B씨는 이틀 뒤 이 사실을 여동생 등에게 알렸다고 한다.

이혼한 뒤 경기도 파주에서 혼자 살며 일용직으로 일하던 B씨는 로또 당첨 뒤 어머니가 사는 부산에 왔다. 어머니는 단독주택의 방 2칸을 얻어 보증금 500만원에 월 임차료 20만원씩 내고 어렵게 살았다.

B씨에게는 누나 1명과 여동생 3명이 있다. B씨 자신도 1남1녀를 뒀다. 이들 남매는 어머니 봉양 문제를 논의했다. 하지만 큰돈이 생긴 뒤여서인지 의견이 엇갈렸다. 딸과 사위는 A할머니의 봉양을 B씨에게 요구했다. 하지만 B씨는 이혼 뒤 혼자여서 어머니를 모시기 어렵다며 양로원에 보내자고 했다. A씨의 사위 C씨(52)는 “장모가 지난 6월 뇌졸중으로 보름 정도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딸들이 병원 수발을 다했다”며 “(아들이) 장모를 모셔간다 해놓고 모셔가지 않고 내팽개쳤다”고 주장했다.

표면적으론 ‘노모 봉양’이 갈등의 원인이 된 것이다. 하지만 주변에선 B씨가 이혼한 뒤 A할머니가 손자·손녀를 돌봐줬는데도 아들이 당첨금을 제대로 나눠주지 않은 게 갈등의 원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어머니 봉양과 로또 등이 얽혀 심한 갈등을 빚자 B씨는 형제들에게 행방을 알리지 않은 채 양산시 물금읍에 있는 아파트 두 채를 사서 이사를 해 버렸다. 아파트 한 채에는 자신과 아들이, 다른 아파트에는 딸이 살고 있다.

하지만 A할머니는 딸·사위 5명과 함께 수소문 끝에 지난 5일 오전 10시40분쯤 B씨의 아파트를 찾아내 문을 열어 줄 것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문도 두들겼지만 소용없었다고 한다. 화가 난 A할머니와 사위 C씨 등이 열쇠수리공을 불러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가려 시도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전자식 잠금장치가 부서졌다. 그때 인근 지구대의 경찰이 출동했다. B씨 측이 112로 신고를 했다고 한다.

아들의 집안에 발조차 들여놓지 못한 A할머니는 결국 5일 양산시청을 찾아가 공개적으로 아들을 패륜아라고 비난하는 피켓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C씨와 열쇠수리공 등을 재물손괴 혐의로 조사할 계획이다.

A할머니와 두 딸, 사위 등은 지난 7일 오후 2시쯤에도 B씨 아파트를 다시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했다. B씨 측은 이번에도 소란을 피운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이 A할머니 등을 설득해 겨우 해산시켰다. 가족들은 이런 사연이 알려지는 것을 꺼리고 있지만 할머니가 시위까지 한 사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B씨는 현재 전화를 받지 않는 등 외부와의 연락을 꺼리고 있다. 이에 대해 이웃에선 “결국은 당첨금 배분 문제 때문에 생긴 갈등 아니겠느냐”고 추정했다. 또 다른 이웃은 “큰돈이 생기지 않았으면 이런 극한적 갈등은 없었을 텐데 안타깝다”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양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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