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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분야 집중 연구…서울대가 안 하는 것 골라 하겠다”

중앙일보 2016.08.09 01:35 종합 18면 지면보기
지난달 29일 취임한 조동성(67) 신임 인천대 총장은 28가지 실천계획안을 들고 다닌다. 총장 선거에서 공약으로 제시한 사업이다. 사업별로 PM(Project Manager·사업책임자)도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송도 바이오클러스터 구축’ 책임자는 안순길 생명공학과 교수다. 28명의 책임자는 10월 말까지 세부 실천계획을 작성해 향후 4년간 실천한다. 다른 대학의 신임 총장이 새 학기 시작 때 정식 취임해 그때부터 계획을 세우는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5일 만나 그의 계획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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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성 신임 인천대 총장은 앞으로 대학을 키울 5개 핵심 분야 가운데 바이오 분야를 유독 강조했다. 대학 이름 앞에 ‘바이오‘를 넣고 싶다고도 했다. [사진 최정동 기자]

정식 취임식(8월 말)을 하기 이전인데 계획안엔 예산, 기대 효과, 예산 확보 방안까지 다 있다.
“1976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걸프오일과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일하며 장기전략 계획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78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로 와 삼성그룹의 5개년 장기 계획을 짰다. 오랫동안 장기전략 전문가로 일했지만 여기 있는 공약이 다 내 아이디어는 아니다. 대학 구성원들이 낸 아이디어를 조합했다. 나는 아이디어를 담아낼 수 있도록 플로어(바닥)을 까는 역할을 했다.”
어떤 대학으로 키우고 싶은가.
“현재 법인화된 국립대는 서울대와 인천대다. 인천대는 서울대가 하지 않는 것만 골라서 하면 된다.”

바이오가 미래 … 연구 중심 대학 될 것

인천대 조동성 신임 총장

 
방향 설정이 독특하다.
“6년 전 서울대 총장 선거에 나갔다. 그때 서울대는 박막(얇은 막)으로 덮여 있는 거대한 지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규 교수 정원이 생기면 기존 교수가 맡지 않고 있는 분야를 찾아서 교수를 뽑는다. 수십 년간 그렇게 교수를 뽑다 보니 학문 하나마다 교수 한 명이 맡게 됐다. 학문의 전 영역을 박막으로 덮어 버릴 정도로 커버는 하는데 정작 여러 교수가 모여 협력하고 경쟁하는 깊이는 없다.”
특정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건가.
“소설 『어린왕자』에 나오는 소행성(B612)처럼 인천대를 5개 분화구가 있는 소행성으로 만들고 싶다. 5개 분야를 선정해 각 분야에 교수 20명씩 총 100명을 뽑아 집중 배치하려고 한다. 생명과학 3개 분야, 공학 1개 분야, 인문·사회 1개 분야라는 범주는 결정했다.”
인천대의 강점은 무엇인가.
“인천대가 있는 송도는 현재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기지다. 학교 바로 옆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한미약품 등이 있다. 분화구 5개 중 3개를 생명과학 에서 찾아 인천대를 바이오 연구의 중심점으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바이오가 중요한가.
“바이오는 미래다. 미국에서 열린 바이오 컨벤션에 갔더니 기계공업 분야 학자들이 모여 메뚜기 다리 구조를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고 토론하더라. 반도체 분야에서도 뇌 구조 모양의 차세대 메모리반도체를 연구하고 있었다. 바이오는 정보기술(IT)이 지난 20년간 우리 삶에 미친 영향의 10배 이상으로 향후 30년간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것이다. 가능하다면 대학 이름도 ‘국립인천바이오대학교’로 바꾸고 싶다.”
대학 이름까지 바꿀 정도인가.
“대학 이름을 바꾸기 어렵다면 ‘바이오 경영대’ ‘바이오 법대’처럼 바이오를 접두사로 하자는 아이디어도 있다. 경영대 전체 교수가 바이오와 같은 특정 산업 하나를 집중적으로 연구할 때 한국 최초, 세계 최고의 경영대학이 나온다. 법대가 식품의약품안전처 관련 법률에만 집중해도 세계 최고의 바이오 법대로 탈바꿈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도쿄대 경영학 교수들은 자동차를, 히토쓰바시대 경영학 교수들은 반도체 산업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가르친다.”

20·40·60대 위한 트라이버시티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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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는 제물포 캠퍼스(인천 남구)도 있다.
“여기선 트라이버시티(Tri-versity·3개 대학)를 운영하려고 한다. 20대·40대·60대를 위한 대학이 트라이버시티다. 고졸자가 가는 대학만으로는 이제 90~100세를 사는 초고령화 시대로 건너갈 수 없다. 40대에게 재취업·창업을 가르치고, 60대에게 제3의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교육을 제공하려 한다.”

중국에 브랜치 대학 세워 학생 교차 교육
 
총장 취임 전엔 중국에서 강의를 했다.
“2년간 중국 장강상학원(CKGSB)에서 전임교수로 전략학을 가르쳤다. 인천은 중국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이런 인연을 바탕으로 중국 주요 도시에 브랜치(branch) 대학 4~5개를 세우는 걸 계획하고 있다. 브랜치 대학마다 중국 학생을 뽑아 첫 1년을 다니게 하고 한국으로 보내 2~4년차를 공부하게 한다. 반대로 인천대생은 한국에서 1~3년차를 공부한 후 4년차에 중국으로 가서 창업과 취업 준비를 하게 한다. 어느 브랜치 대학에 가도 인천대 학위를 받게 된다.”
요즘 대학은 구조조정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취업 잘되는 학과만 남기고 나머지를 통폐합하는 게 현재 방식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렇게 안 한다. 인천대 12개 대학 64개 학과의 학생 정원은 그대로 둔다. 대신 풀무원·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바이오 관련 기업이 필요로 하는 취업 숫자만큼 고교 졸업생을 뽑아 기존 64개 학과에 배정하겠다.”
이 학생들은 무엇을 배우나.
“총학점 130학점 중 60학점을 기존 학제의 전공에서 딴다. 나머지 70학점은 소속 기업이 디자인한 미니 대학(융·복합 복수 전공)을 이수한다. 이것이 바료 횡(기존 학제)과 종(기업 참여 과정)을 결합한 매트릭스형 교육편제다.”
결국 재정이 중요하지 않을까.
“물론 그렇다. 현재는 인천시가, 2018년부터는 정부가 재정을 지원한다. 더 중요한 것은 정부나 기업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아이디어다. 돈 가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아이디어가 있으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
 
◆조동성 총장=29세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에 임용된 뒤 1970년대엔 종합상사, 80년대엔 재벌, 90년대엔 산업정책, 2000년대엔 지속 가능 경영으로 관심 분야를 옮겨 가며 경영학 분야 저서만 60권 이상 남겼다. 안중근의사기념관 관장, 한국오페라단 이사, K리그 이사, 핀란드 명예총영사는 물론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맡는 등 활동 범위가 넓다.

만난 사람=강홍준 사회1부장 kang.hongjun@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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