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궁금한 화요일] “1초만 당기면 세계기록”…달리며 기록 보는 스마트 안경

중앙일보 2016.08.09 01:19 종합 20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지난 5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막한 2016년 여름 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각국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선수들의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스포츠테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빅데이터·특수모자·증강현실 동원
경기력 올리는 스포츠테크 진화
나이키, 미 육상10종경기 선수 위해
머리 열기 식히는 ‘쿨링 후드’ 개발
양궁 뇌파훈련, 펜싱은 3D 동작 분석
한국 대표팀도‘골드 프로젝트’ 가동

스포츠테크란 운동 선수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활용되는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과 기기를 의미한다. 훈련 효율을 끌어올리고 실전 기량을 극대화해 국제 경기에서 신기록을 제조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2010년 국제수영연맹이 기록 향상에 엄청난 도움을 주는 전신 수영복을 아예 금지해버린 사례에서도 드러나듯 선수의 땀과 정신력, 코치의 경험과 감(感)만으로 겨루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도 각국 대표팀이 훈련에서 활용한 기술은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부터 특수 모자,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 스마트안경, 웨어러블 센서 등 다양하다.
기사 이미지

리우 올림픽에 대비해 미국 사이클 국가대표팀은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안경 ‘솔로스’를 착용하고 훈련했다. 이 안경은 페달을 밟는 힘과 횟수, 심박수, 주행 속도와 경과 시간 같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선수들의 눈앞에 증강현실 형태로 보여준다. [사진 코핀]

▷여기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미국 사이클 대표팀은 1년 전부터 AR 스마트 안경을 끼고 자전거 위에 올랐다. 군사용 스마트 안경 개발 기업 코핀이 만든 사이클 선수용 AR 스마트 안경 ‘솔로스’다. 이 안경은 선수가 페달을 밟는 힘과 횟수, 선수의 심박수, 주행 속도와 거리, 경과 시간 등 각종 운동 정보를 자전거를 타고 있는 선수의 눈앞에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달리는 중 실시간으로 눈앞에 숫자가 보이기 때문에 선수가 목표를 달성하려면 얼마나 더 페달을 밟아야 하는지 전략을 바로바로 수정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같은 정보를 받아보는 코치도 스마트 안경에 탑재된 이어폰으로 선수에게 지시 사항을 전달할 수 있다. 여기엔 IBM의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분석 소프트웨어가 활용됐다. 2년 전만 해도 자전거에 부착된 데이터기록기로 데이터를 확보하더라도 코치가 이를 분석하고 선수에게 전달하기까지 며칠이 걸렸지만 이제는 최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결합으로 실시간으로 모든 게 가능해졌다.
기사 이미지

10종 육상 경기의 중간 대기 시간에 선수의 머리 열기를 식혀 주는 쿨링 후드. [사진 나이키]

나이키는 런던 올림픽 남자 육상 10종 경기(데카슬론) 금메달리스트인 미국 애슈턴 이튼을 위해 쿨링 후드를 개발했다. 미세 물주머니가 내장된 이 쿨링 후드는 짧은 시간 내에 머리와 얼굴의 열기를 식혀주고 체력을 회복할 수 있게 도와준다. 나이키는 이 후드 외에도 육상·필드 선수들을 위해 공기역학 슈트, 보디테이프, 선글라스 등을 개발했다. 3D프린터를 활용해 한 명의 선수만을 위한 맞춤형 운동화도 정교하게 제작했다.

순간 펀치가 중요한 권투에선 데이터 분석을 위한 링 바깥 경쟁이 이미 뜨겁다. 미국 국가대표팀은 센서 전문 기업 힉소가 개발한 복싱용 손목 센서를 양손에 붙여 펀치 횟수·종류·스피드·강도 등 데이터를 수집해 훈련에 반영했다. 영국 국가대표팀도 아이박서(iBoxer)라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선수 개개인의 데이터를 토대로 강점과 약점을 분석해 전술을 짰다.
기사 이미지

복싱선수의 손목에 센서를 붙여 펀치 횟수·종류·스피드·강도 등 데이터를 수집 . [사진 힉소]

빅데이터·클라우드 분야 정보기술(IT) 기업의 역할도 늘고 있다. 스마트 안경이나 센서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전송할 수 있는 기술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독일 소프트웨어 기업 SAP는 독일 요트 대표팀과 손잡고 전용 분석 솔루션을 개발했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센서 등을 활용해 풍속, 요트 속도, 물살 등 데이터를 수집한다. SAP는 “지난 한 해 동안 전 세계 4500개 이상의 대회에서 10억 개 이상의 데이터를 수집했다”고 밝혔다. 독일 대표팀이 훈련 중 확보한 데이터와 요트 경기가 열리는 주요 경기장의 데이터를 조합해 최적의 전략을 짤 수 있게 돕는다는 것이다. SAP의 분석 솔루션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독일 축구 대표팀의 우승을 이끈 숨은 주역으로도 유명하다.

한국 국가대표팀도 첨단 장비를 활용해 훈련해왔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 한국 스포츠개발원이 ‘리우 골드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IT 기기 등 첨단 기법을 활용한 스포츠테크 프로그램을 짰다. 양궁·펜싱·하키 등 메달 획득이 유력한 11개 종목이 리우 골드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았다. 양궁 선수들은 긍정적인 뇌파를 만들 수 있도록 뇌파 조절 훈련을 하고, 펜싱은 선수 몸에 수십 개의 마커를 붙여 3차원 공간에서 몸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분석해 전략을 짰다.
기사 이미지

한국 여자 하키 대표팀은 조끼에 장착한 GPS로 위치와 움직임, 이동거리 등을 파악하고 선수 교체시점을 결정한다. 사진은 주장 한혜령 선수. [중앙포토]

20년 만에 올림픽 메달을 노리는 한국 여자 하키 국가대표팀은 GPS 기기가 부착된 유니폼을 입고 뛴다. 하키는 실전에서 전자 장비를 제한하지 않는 종목이다. 한국 대표팀도 2014년부터 GPS 장비를 도입했다. 박종철 한국스포츠개발원 박사는 “하키 선수들의 이동거리와 움직임, 순간 스피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감독은 이를 토대로 선수 교체 시점을 파악할 수 있어 감으로 전략을 결정하던 때보다 경기력이 크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스포츠개발원은 2018년 평창 겨울 올림픽 프로젝트도 가동 중이다. 봅슬레이팀은 썰매에 센서를 붙여 선수가 썰매를 누르는 힘과 방향을 측정하고, 트랙 곳곳에 액션 카메라를 달아 훈련에 활용하고 있다. 민석기 한국스포츠개발원 박사는 “미국·독일·일본은 스포츠와 IT의 융합이 이미 활발하다”며 “훈련 도구가 달라지면서 스포츠 훈련 프로그램도 크게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람객·시청자에도 첨단 올림픽=올림픽 중계방송을 즐기는 시청자를 위한 첨단 콘텐트도 있다. 가상현실(VR)이다. 올림픽 공식방송은 미국 NBC스포츠 앱을 통해 올림픽 주요 경기들을 360도 카메라로 촬영한 VR 콘텐트를 제공한다. 단, 삼성전자의 VR기기인 기어VR로만 가능하다.

4G보다 10배 이상 빠른 5세대 이동통신(5G)이 처음으로 시범 적용되는 2018년 평창 겨울 올림픽에선 빠른 통신망을 기반으로 VR로 실시간 중계방송을 즐길 수 있고 스키점프 선수의 시점에서 촬영된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는 ‘싱크뷰’도 서비스될 예정이다. 가상의 입체 영상인 홀로그램 콘텐트도 경기장 곳곳에 등장한다.
 
▶[궁금한 화요일] 더 보기
① 차 유리창에 터치스크린…영화 보고 주변 검색도
② 11살 ‘동영상 공룡’…유튜브도 드라마 만든다


1964년 이후 56년 만에 여름 올림픽을 도쿄에 재유치한 일본도 2020년 자율주행 택시로 관람객들을 수송하고, 경기장 입구에선 얼굴 인식으로 본인 확인 후 입장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뉴로 피드백(Neuro Feedback)=인간의 뇌 활동 상태를 보여주는 뇌파 제어 기술.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한국 양궁 대표팀은 심리적 안정을 위해 두피에 전극을 붙이고 뇌파의 변화를 관찰하며 좋은 점수를 땄을 때 나오는 뇌파를 강화하는 ‘뉴로 피드백’ 훈련을 했다. 뉴로 피드백은 우울증·외상후스트레스장애 같은 질병 치료 에도 활용되고 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