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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지원·공동축제…시·군 경계 허물어 상생의 길 찾았다

중앙일보 2016.08.09 01:12 종합 2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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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와 증평군은 ‘세종대왕 힐링 100리길 조성사업’으로 ‘책읽는 벤치’를 곳곳에 설치했다. 8일 오후 청주시 내수읍 초정문화공원의 ‘책읽는 벤치’에서 관광객들이 책을 고르고 있다. 2013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추진한 이 사업에 따라 미술관 등을 짓고 산책길을 조성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강원도 홍천에 사는 장미진(30·여)씨는 출산을 20여 일 앞둔 지난해 12월 26일 오전 8시40분쯤 양수가 터졌다. 장씨는 ‘안전한 출산인프라 구축사업단(사업단)’에 전화를 걸었다. 강원대학교병원에 마련된 사업단에는 의료진이 24시간 대기한다. 장씨가 병원으로 오는 동안 사업단은 출산준비를 마쳤다. 장씨는 양수가 터진 지 2시간 만인 오전 11시쯤 무사히 출산했다. 장씨는 “홍천에는 산부인과가 없어 사업단의 신속한 조치가 없었더라면 큰일 날 뻔했다”고 말했다. 사업단은 의료 시설이 부족한 지역의 임산부 관리를 위해 화천·홍천·양구 등 3개 군이 지난해 11월부터 운영중이다. 올해 운영비 9억8000여만원을 공동 부담한다.

의료 지원, 농기계 임대 서비스도
2013년부터 139개 협력사업 추진
대립했던 지자체도 손 맞잡고 시행
숙원 사업 해결, 지역발전 도움 ‘윈윈’

인접한 자치단체들의 협력사업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행정구역 경계를 과감히 허물고 공동 의료시스템을 구축하고 현안 사업을 함께 추진해 상생(윈-윈)의 길을 찾고 있다. 정부도 예산지원을 통해 측면에서 돕고 있다.

8일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까지 139개 지자체 간 협력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허남식 지역발전위원장은 “필요한 사업을 지역이 자발적으로 찾아내고, 이를 중앙 정부가 도와주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와 나주시, 담양·화순·장성·함평군 등 전남 5개 시·군은 지난해 8월부터 ‘응급실 협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전남대병원과 이들 시·군의 병원 5곳이 참여한다. 시·군 병원 의료진은 응급 환자의 나이와 상태 등 주요 정보를 입력한다. 전남대병원 응급협진통제실에서는 이 정보를 공유하고 즉각 조치한다. 환자는 처음부터 대학병원을 찾아 광주광역시까지 갈 필요가 없다. 이 시스템 구축에 쓰인 사업비(15억원) 가운데 국비를 제외한 2억여원을 이들 지자체가 분담했다. 지금까지 협진 사례는 100건이 넘는다.

전북 정읍시와 고창군은 지난해 12월 두 지역 경계인 정읍시 소성면에 농기계임대사업소를 설립했다. 이곳의 농기계 169대는 양 지역 농민들이 공동 사용한다.

KTX 천안아산역사 명칭 등을 놓고 대립했던 천안과 아산도 손을 맞잡았다. 충남 천안과 아산의 경계지역인 천안시 불당동에는 오는 9월 복합문화정보센터(연면적 9457㎡)가 착공된다. 이곳에는 도시통합관제센터·로컬푸드 공동 매장 등이 들어선다. 사업비는 천안과 아산이 83억원씩 부담한다. 통합관제센터에서는 양 지역 주택가 등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 200여 대를 통합 관리한다. 구본영 천안시장은 “이웃 지자체 간 대립은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강을 사이에 둔 전북 군산과 충남 서천군도 협력하고 있다. 양 지자체는 지난해부터 철새축제를 공동 개최하고 있다. 축제는 해당 지역에서 각각 열지만 개막식은 양 지자체장이 함께 참석한 가운데 한곳에서 진행한다. 두 지역은 2004년 군산시가 비응도 핵폐기장 유치 활동에 나서면서 대립했다.

화장장 등 혐오시설 문제도 협력으로 해결하고 있다. 강원 원주시와 횡성군, 경기도 여주시는 원주시 흥업면에 들어서는 광역화장장 사업비 254억원을 분담하고 공동 이용하기로 했다. 화장장은 2017년 12월 완공된다.

관광인프라 구축 사업도 활발하다. 충북 청주시와 청원군(2014년 7월 청주시와 통합), 증평군 등 3개 지자체는 2013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세종대왕 힐링(치유) 100리 길’ 사업을 추진했다. 세종대왕이 행궁을 짓고 머물렀던 청주 초정리 등을 중심으로 소규모 미술관 등을 짓고 산책길을 조성했다.

대전·홍천·나주·군산=김방현·박진호·김호·김준희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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